2013. 6. 11. 08:00ㆍ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명월협 잔도는 위의 사진처럼 협곡의 한쪽 석벽을 따라 가로 막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만든 길입니다.
물론,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가로막대 아래 다시 기둥을 박고 보강했습니다.
며칠 전 한중의 석문잔도에 들렀다가 너무 실망했기에 여기는 제대로 걸어봐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쓰촨과 중원인 서안을 연결하는 길이 다른 방법과 다른 곳으로 길을 많이 만들어
이 길을 더는 이용하지 않지만, 그 시절의 명월협은 광위엔에서 한중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길이었을 겁니다.
이 길이 바로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건너편으로 기찻길도 새로 생겨 명월협 잔도를 바라보며 오늘도 씩씩하게 달립니다.
다른 곳으로 고속도로라는 것도 생겨 자동차도 씽씽 달립니다.
그러나 그때는 오직 이런 길로만 다녔을 겁니다.
이 모든 길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은 누구나 이렇게 잔도를 걸어서 다녔습니다.
땀 한 방울로 시작해 만든 그런 길입니다.
쇠망치로 정을 쪼아가며 힘들게 만든 그런 길입니다.
이 길은 길게는 청두에서 서안을 연결하는 길이기도 했지요.
이 길은 결국, 쓰촨과 중원을 연결했던 길이기도 했습니다.
문명이 이어졌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길이었습니다.
덜수가 괴나리봇짐을 지고 장사 다녔을 그런 길 말입니다.
이렇게 옛길은 가장 짧은 길인 주로 강을 따라 연결했으며 가끔 이런 협곡을 만나면
산을 넘기가 어려운 곳은 여기처럼 석벽에 잔도를 매달아 길을 이었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한 곳에 마무르고만 살려고 하지 않았나 봅니다.
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집념이 이런 길을 만들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인간의 삶도 인생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나 봅니다.
우리 여행자도 늘 새로운 세상을 보려고 기웃거리며 다니잖아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습니까?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시렵니까?
지금부터 佳人과 함께 아름다운 길이라는 명월협 잔도를 함께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가을 냄새 풍기는 이런 계절에 이 길을 걷는다는 일은 무척 즐겁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이라도 불면서 佳人과 함께 걸어보시겠어요?
피곤하고 힘드신 분은 그냥 누워서 사진으로 보시고 눈으로만 걸어보셔도 좋습니다.
지금이야 아름다운 길이지만, 그때는 한숨과 눈물과 고난의 길이기도 했을 겁니다.
여기 이백이 쓴 촉도난이라는 시로부터 명월잔도는 시작합니다.
반대편에서 출발하시면 여기가 잔도의 끝이기도 하지요.
당시의 이 길은 지금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말 험한 길이었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이 잔도 위에 있었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땀방울이 이 잔도 위에 떨어졌겠습니까?
그리고 눈물과 생명까지도...
사랑이 있었고 눈물이 함께 했을 겁니다.
이 길을 지나갔던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걷는 길은 험한 자갈 길보다는 아름다운 꽃길이기를 바랍니다.
걷기조차 힘든 자갈 길을 걷기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힘든 자갈 길보다 아름다운 꽃길은 지금까지 내가 만들고
가꾸어야만 하는 길이라 하네요.
누구는 자갈 길을 만들고 꽃길이기를 바랍니다.
덜수처럼...
오늘부터라도 남은 삶 동안 꽃길을 걸으려면 꽃씨를 심어야 할까 봐요. 그쵸?
명월협 잔도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가릉강 동쪽 절벽에 완벽하게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잔도를 연결하기 위해 이곳 석벽에만 셀 수도 없이 많은
구멍을 파서 만든 길이라 합니다.
이 길은 그 유명한 금우도라는 길의 일부입니다.
앞으로도 금우도라는 말이 많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왜?
그 길을 따라 계속 가야 하니까요.
이제 잔도에 진입했네요.
금우도는 이미 우리가 검문관에서 한번 보았던 길로 검문관을 지나 광위엔을 거쳐
북으로 28km를 올라오면 바로 여기 명월협으로 연결되는 아주 오래된 길이지요.
물론 남으로도 계속 연결되는 길이기 하지요.
요즈음 중국의 어느 산이나 절벽을 따라 만든 관광용 잔도가 아니라 여기 잔도는
아주 역사가 오래된 그런 삶의 길입니다.
이제부터 걸어가며 하나씩 의문점을 풀어보렵니다.
한중에서 걸었던 석문잔도도 물론 유명한 잔도지만, 사실은 댐으로 말미암아 예전의
그 모습은 물밑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원래 자리보다 80여 m 나 위로 올려 새로
만들었기에 그 감동은 반감해버렸지요.
깊이가 있어야 계곡이 더 아름답고 잔도의 모습이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것은 마치 립싱크로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져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작심하고 여기를 걸어보렵니다.
여기는 바로 옛날 그 자리에 그대로 만든 잔도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허름하게 잔도를 만들지 않고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더 튼튼하게
보완했다는 게 예전과 다를 뿐일 겁니다.
위의 사진에 이곳과 연관하여 이백이 남긴 시인 촉 땅으로 가는 친구를 보내며
(送友人入蜀:송우인입촉)라는 시 중 山從人面起 (산종인면기) 雲傍馬頭生 (운방마두생)이라는
구절만 적어두었는데 이 구절은 산들이 끝없이 눈 앞에 불쑥 나타나 가로막고,
구름은 타고 가는 말 앞으로 솟아오른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바로 촉 땅의 험한 산세를 노래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佳人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모두 보여 드릴 겁니다.
굳이 가지 않으셔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중에 가시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시겠지만...
이 길은 이백도 걸었고 두보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던 길입니다.
물론 제갈량도 지나갔고 유비도 몇 번이나 들락거렸지요.
관우나 조조, 손권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길을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겁니다.
우선 절벽에 파인 구멍부터 구경하고 갑니다.
사각형으로 팠으며 구멍의 깊이는 75cm, 너비는 45cm이며 암벽 속으로 약간 경사지게
파였는데 그러니 그 구멍에 같은 크기의 나무를 가로로 끼우면 나무 끄트머리가
약간 위로 경사지게 되겠네요.
아주 쉬운 과학입니다.
물론 나무가 아니라 돌을 끼우기도 했을 겁니다.
어떤 구멍을 옆선으로 작은 홈이 파였고 또 사진처럼 구멍 바닥에
작은 홈을 파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도 간단한 과학이 숨어있습니다.
이는 비가 오면 안쪽이 경사졌기에 물이 흘러 구멍 안에 고여 괴인 나무가 쉽게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흘러들어온 물이 아래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
밖으로 빠져나가게 한 배수구멍입니다.
그래야 나무 수명이 길어진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잔도 사용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지혜가 아니겠어요?
이로써 잔도의 수명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명월협 협곡에는 모두 400여 개의 구멍이 있어 그곳에
나무를 끼워 그 가로 나무 위로 널빤지를 깔아 잔도를 만들었습니다.
잔도 중간에 조금 넓은 공간이 있네요.
이곳이 연무장이라고 한답니다.
병사가 행군 도중 쉬기도 하고 다시 충전하려고 만든 곳이 아닐까요?
옛날에는 멀리서부터 행군해 이곳에 도착할 즈음 무척 힘이 들었을 겁니다.
워낙 먼 길을 대열을 유지하며 걸어왔을 것 아니겠어요?
병사를 이끌고 행군하는 지휘관은 중간마다 이런 장소에 잠시 머물며 지친
부하 장병이 몸을 잠시 추스르게 하고 다시 대열을 정돈하게 하기도 헸다 합니다.
이곳은 옛날 모습 그대로 연무장을 만들고 점장대, 군영, 초소, 마구간, 무기고, 깃발을 세우는
깃대도 만들어 놓았기에 우리도 가던 길 멈추고 잠시 쉬어갑니다.
공명이 앉았을 것 같은 이륜거 마차 모양의 의자에 말입니다.
고개 들어 절벽 위를 바라봅니다.
마치 누가 내려다보는 그런 모습이네요.
이게 바로 명월협 잔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종유석입니다.
보통 종유석이란 동굴 안에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특이하게 절벽에 매달려 있네요.
명월잔각이라고 앞에 보입니다.
낙석과 유수를 방지하고자 지붕을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곳은 정자를 만들어 지나는 행인이 잠시 쉬며 즐길 수 있게 한 곳도 있지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공중에 두둥실 떠있는 누각처럼 보이기에
"비각(飛閣)" 또는 "운잔(雲棧)"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늘 느끼는 일입니다.
이름을 짓는 것을 보면 무척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시적인 표현도 많고...
그러나 여기 쓰촨처럼 강이 네 개가 흐르는 곳이라고 하여 사천(四川)이라고 짓고
한수 중류에 있다고 지역의 특징을 보고 한중이라고 짓는 것도 많습니다.
내일 다시 걷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초대하지 않았어도 인생은 저 세상으로부터 찾아왔고
허락하지 않았어도 이 세상으로부터 떠나갔다.
그는 찾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떠나가는 것이다.
거기에 어떠한 탄식이 있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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