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거리 거닐기

2013. 3. 26.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박물관에 9시에 들어가 12시에 나왔습니다.

세 시간 정도 돌아보니 지치네요.

그 이유는 무식하기에 유물에는 크게 감동하지 못했다는 말이겠네요.

이제 종루 고루가 있는 이슬람 거리로 갑니다.

하늘을 쳐다보니 중원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파란 하늘이 모처럼 보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시안의 종루입니다.

종루는 아침을 여는 곳이지요?

아침의 시작은 종루에 종을 치는 일부터라고 합니다.

그 옛날에 말입니다.

지금은 마음대로 하시라고 하지요.

 

물론 하루의 끝은 고루에서 북을 치며 끝냈을 겁니다.

위의 사진이 시안의 고루입니다.

종루보다는 고루가 더 멋지게 보입니다.

이슬람 거리는 바로 고루 뒤로부터 시작되는군요.

 

박물관 구경이 힘이 든다는 말은 워낙 고고학에는 아는 게 없기에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누구나 같은 곳을 가더라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박물관도 佳人은 힘든 다는 생각을 하네요.

그러나 관심 있는 분이라면 온 종일 돌아본다고 싫증 날 그런 곳은 아닐 겁니다.

 

박물관을 나와 이슬람 거리를 찾아갑니다.

조금 멀기에 시내버스를 타고 가렵니다.

물어보니 26번 버스를 타고 종루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네요.

 

종루에서 내려보니 종루가 보이고 그 왼쪽에 고루도 보입니다.

종루에서 고루는 가깝습니다.

 

이슬람 거리는 예전에 여행사 단체관광을 따라와 입구만 잠시 보고 간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습니다.

그때 시안에서 장가계로 가는 비행기가 날씨 때문에 뜨지 않아 하루 더 머무르는 바람에 잠시 구경 온 곳이지요.

덕분에 비림도 보았고 대당부용원이라는 곳도 보게 되었습니다.

 

고루의 높이는 33m라고 하니 무척 높습니다.

문무성지(文武盛地)라고 쓴 편액이 고루에 걸려있습니다.

문무가 다 있는 곳이라면 더 말할 게 없겠네요.

그 글에도 일화가 있다고 하니 한번 들어보고 갈까요?

 

옛날 시안 남문 부근에 노부부가 여관업을 하고 있었답니다.

어느 날 여관 앞에는 남루한 차림의 거지 같은 사람이 있어 노부부는 그 거지에게 밥을 주고

잠자리를 제공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마침 고루를 수리하는 중이었고 문 위에 달 현판을 공모하는 중이었다 합니다.

만약, 당첨되면 은 200량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합니다.

 

다음 날 거지가 여관에 돌아와서는 붓과 먹을 달라고 하더랍니다.

주인장이 보니 그야말로 행색에 어울리지 않게 꼴값 떠는 일이지요.

붓과 먹이 없다고 하니 거지는 뒤뜰로 가더니만 빗자루를 들고 와 먹물만 달라고 해

주인장은 먹과 벼루를 주었답니다.

이번에는 또 종이를 달라고...

거지니까 있는 게 하나도 없으니 당연한 요구가 아니겠어요?

아마 글 쓰는 동안 종이도 잡아달라고 했을 겁니다.

 

종이까지 건네주니 빗자루로 글을 써서 건네주며 만약 이 글이 공모에 당첨되면 그동안 여기에서 먹고 잔

비용의 몇천 배는 될 터이니 주인장 마음대로 사용하라 하더랍니다.

이때 쓴 글이 바로 문무성지(文武盛地)라고 하네요.

 

주인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거지가 써서 건넨 글을 관청에 제출하니 관청에서 보니

너무 잘 쓴 글이랍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무(武) 자의 오른쪽 위에 점이 하나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그 다음 날  그 글을 현판 위치에 올려다 걸어보니 모두가 그 글의 필체에 놀랄 정도였다 합니다.

 

그런데 그때 웅성거리는 사람 사이로 그 거지가 먹물이 묻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나 성문 위로 휙~ 집어 던지니

정확하게 武 자의 점이 빠진 곳에 철퍼덕하고 점을 찍더랍니다.

그런데 던진 위치가 약간 빗나가 점이 글자 약간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네요.

여러분은 위의 현판이 그리 보이십니까?

아닌 것 같아요.

 

문 앞에 있던 모든 사람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다 빗자루 던진 거지를 찾아보니 홀연히 사라지고 없더랍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 거지가 팔선(八仙) 중의 한 사람인 한종리라는 사람이랍니다.

한종리가 오즈의 마법사도 아니고 빗자루 가지고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아니면, 중국 사람이 너무 장난이 심한 게 아닌가요?

 

자꾸 이런 말 하다 빗자루로 맞으면 어쩌려고요.

차라리 여기서 빗자루 던지는 이벤트나 하면 어떨까요?

오즈의 마법사를 빼고 과연 빗자루를 30m 이상을 넘게 던질 사람이 있을까요?

시안 고루에 가시면 먹물 묻은 빗자루가 날아다닐지 모릅니다.

 

성문 안쪽으로는 성문우천(聲聞于天)이라고 쓴 현판이 보입니다.

이 글은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의 학명(鶴鳴)이라는 글에서 따온 모양입니다.

소리가 온 하늘에 울려 퍼지게 되며 하늘도 그 소리를 듣는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학의 울음소리를 들어야만 민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요?

 

다른 산의 돌로 옥을 갈 수 있을까요?

서로가 남의 허물도 나의 배움이 된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우리 정치권의 현실은 남의 좋은 점도 깎아내리려고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점은 서로가 공유하며 돕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안은 다른 지방과는 달리 석류가 많이 보입니다.

원래 석류는 중동의 이란지방이 원산지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석류가 아마도 아라비아 상인을 따라 실크로드를 통해 여기 시안으로 왔나 봅니다.

여기가 바로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지 종착지라 했잖아요.

그런데 석류가 먹을 게 있을까요?

그래도 맛은 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압축기를 놓고 직접 석류를 짜 즙을 담아 파는 곳이 보입니다.

이런 방법은 터키 여행에서도 한 번 먹어보았기에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제격입니다.

가격은 200mL 정도 되는 컵에 담아 6원입니다.

인공 보존제도 넣지 않고 즉석에서 짜서 먹으니 먹을만 하잖아요.

 

역시 이슬람 거리이기에 이슬람을 믿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가게 대부분이 남자는 저런 모자를 쓴 이슬람 신자인가 봅니다.

 

어느덧 걷다 보니 이슬람 거리의 끝인가 봅니다.

멋진 석패방이 보입니다.

이곳에 북원문이 있던 곳인가 봅니다.

이제 다시 천천히 걸어 다시 고루로 나가렵니다.

들어올 때는 오른쪽으로 왔으니 나갈 때는 나가는 방향을 다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양쪽 모두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천천히 걷는 여행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능하면 걸어서 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천천히 구경한다 함은 그냥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잠시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세요.

그곳에는 빠르게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