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2. 08:19ㆍ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맥적산은 그냥 산이 아니었습니다.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니 우습군요.
모두가 佳人의 발아래에서 꼬물거리고 있는데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여기에 만든 부처의 눈높이로 사바세상을 바라봅니다.
천상의 세상에서 바라보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요?
어디가 극락이며 어디가 사바세상입니까?
여기에 올라 내려다보면 모두가 극락인걸...
난 누구고 무엇이며 어디서 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저 길은 또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저 길을 따라가면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저 길과 같겠지요?
저 길은 떠나는 길이요 동시에 돌아오는 길입니다.
지금까지 등어리에 지고 온 무거운 욕심 모두 여기에 내려놓고 싶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한결 가볍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루지 못한 욕심은 탐욕에 불과했습니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 또한 탐욕입니다.
조금은 적게 짊어지고 조금은 더 주변을 돌아보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게 없어도 나누어줄 게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佳人은 여기에서 아래로 탐욕의 덩어리를 모두 던져버렸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듯합니다.
이제부터는 세상을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조금 전 던져버렸던 탐욕을 다시 주섬거리며 주워
등에 짊어지고 돌아갈 텐데.
석불 곳곳에 구멍이 보이는데 이 구멍은 석불 조각과 보수를 위해 오르내리기 쉽게 하려고
기둥을 박은 그런 자리로 보입니다.
동쪽에서 오르는 계단은 처음 만든 당시의 것 그대로라고 합니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겠어요.
왜?
무서우니까!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맥적산에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불상과 벽화는 앞만 보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 아닐까요?
그것보다 더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아무래도 맥적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빨리빨리 나가라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
여기는 한꺼번에 많이 오르면 잔도가 무너질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리고 외길이기에 가다가 서서 다시 뒤를 돌아보면 정체현상이 일어나니
위험이 배가 되니까요.
천상의 작품을 구경한다고 하다고 정말 천상에 살면 안 되잖아요.
처음에 계단을 오르니 제3호 굴의 천불상이 있는 회랑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지나가는 회랑의 벽면으로 2단, 회랑의 아래쪽으로 4단이 있는데
모두 합하면 총 6단으로 모두 297개에 이른다 하네요.
천 개가 되지는 않지만, 여하튼 많다는 의미로 천불상이라 이름 붙였나 봅니다.
제 4호 굴은 맥적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큰 석굴이라 합니다.
북위 때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다네요.
북위 때에는 중원이 전부 석불 만드는 공사장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면의 벽에는 장식된 7개의 감실이 있는데
모두 다양한 모습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부리부리한 역사의 부조가 서 있는데 울퉁불퉁한 얼굴이 도깨비 같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저러고 서 있는 겁니까?
초콜릿 몸 만드느라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인상 쓰며 살아온 세월은 자신도 마음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어이! 역사 아래 있는 친구!!!
역사가 지금 자네의 머리에 군밤을 주려고 하고 있다네!
내가 즐거운 생각을 하면 세상이 즐겁고 내가 저렇게 인상만 쓰고 살면
세상 모두가 인상 쓸 일만 있지 않겠어요?
부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모두가 부처이듯...
그런데 저 옷자락...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하늘거리며 날릴 것 같습니다.
굴의 양쪽에는 불상을 지키는 높이 4.5미터의 역사상(力士像)이 있으며,
그 위에는 작은 감실 안에 또 다른 좌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4호 굴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덕분에 이곳에서 산 아래를 조망하는 풍경이
가히 절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의 100미터나 되는 높이에 서니 붉은 직벽과 겹겹이 보이는 잔도와 계단이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부처를 가까이하며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는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위의 역사는 몸 만드는 일에 게을리했나 봅니다.
마치 佳人의 복부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남 앞에 나서지 못하고 이렇게 뒤에 숨어서
살며시 밖을 내다보나 봅니다.
왜 남들 열심히 몸 만들 때 같이 노력하지 베짱이처럼 놀다가 저리 부끄러워할까요?
그렇게 숨어서 내다보지 말고 이제 밝은 세상 밖으로 나와 정정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이 역사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세상을 향해 나섰습니다.
보세요.
벌써 얼굴에서 넘쳐나는 저 자신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 정도는 佳人이 책임지고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여섯 달만 맡겨주신다면...
머리 뒤로 비치는 후광이 아주 멋있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모두 터득한 얼굴 표정이 아니겠어요?
아침 햇살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많은 사람에 길을 알려주시는 부처...
지금 손가락으로 왼쪽으로 가라고 길을 알려 줍니다.
알려 준 곳을 바라보니 이 또한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아주 멋진 풍광이 펼쳐져 있네요.
여기에 몸에 남은 마지막 한 줌의 욕심마저 모두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이제 몇 장의 사진을 더 보고 맥적산을 내려가야 겠습니다.
4호 굴과 좁은 통로로 이어진 제5호 굴은 수, 당대인 7세기부터 10세기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 조성된 곳이라 하며 3개의 감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중앙 감실의 입구에는
관을 쓰고 갑옷을 입은 천왕상이 부처님의 세계를 지키고 있네요.
또한 중앙 감실에 있는 수나라시대 삼존불의 풍만하고 중후한 모습이 아름답고.
서쪽 절벽 끝에 위치한 제147호 굴은 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북위시대에 만든 것으로 약간 긴 얼굴과 물결무늬의 옷 주름이 아름답습니다.
제98호 굴은 아래에서 보았던 서쪽 절벽의 마애대불입상(磨崖大佛立像)입니다.
3개의 입상 중 하나는 세월의 흐름에 표면의 흙이 무너져 속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북위시대의 것으로 본존의 높이는 13.8m로
이마가 넓고 표정이 근엄하게 생겼습니다.
이 불상은 후대에 중수를 거칠 때 멀리서 보아도 얼굴형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눈꺼풀과 입술에 깊은 음각을 새겨 그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이라 합니다.
아래서 올려 볼 때의 느낌이 다르고 또 위에서 내려다볼 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같은 사물도 우리가 어느 위치에 서서 보느냐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사람은 그 위치를 너무 고집하기에 자꾸 다툼이 일어나고 서로 갈등하나 봅니다.
역지사지는 하지 못할망정 상대를 틀리다 하지 말고 나와 다르다는 것만 인정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후 2시에 맥적산에 도착해 모두 보고 나오니 4시가 되었네요.
맥적산 석굴은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천수 기차역으로 나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려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천수역 광장에는 이 고장 특산물인 화우사과 조형물을 세워놓았습니다.
나중에 저 이상한 모습의 시과를 사서 맛을 보겠습니다.
그런데 나올 때는 아까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버스가 바로 입구까지 들어옵니다.
올 때는 멀리 입구에 세워주며 한참을 걸어서 들어가라고 해 약 1km 정도를 걸어
들어왔는데 얘네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물론 들어올 때 버스는 시내버스로 기차역 광장에서 출발했고 나갈 때 버스는
기차역 광장에서 서는 버스가 아니라 기차역 광장 앞으로 한 블록 더 나가
위하라는 강이 보이는 큰길이었습니다.
저녁에는 시내 보행가를 돌아다니다 중국 짜장면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아까 처음 도착해 기차역 광장에서 본 이상한 조형물이 있어 찍어 두었던 사진과 같은
사과가 있기에 세 개를 사 카톡이나 하려고 KFC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우리 일행의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이고
커피를 시켜 먹는 사람도 우리가 유일한 사람이었지요.
옆에 여학생이 있어 사과 이름인 화우의 의미를 물어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花牛는 천수 부근의 한 지방 이름이고 이 사과는 그곳의 특산물이라 합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빨간 파프리카인지 알았습니다.
울퉁불퉁 못 생겨도 맛은 좋아야 하거늘 맛도 실망스럽습니다.
꼬라지 하고는...
과육이 푸석거리고 사과 맛도 별로입니다.
내일은 새벽부터 가정이라는 옛 마을을 찾아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래는 두보의 시라 합니다.
두보는 759년 이곳 맥적산에 머물며 이 산사라는 시를 지었다 합니다.
山寺
野寺殘僧少 야사잔승소
山園細路高 산원세로고
麝香眠石竹 사향면석죽
鸚鵡啄金桃 앵무탁금도
亂水通人過 란수통인과
懸崖置屋牢 현애치옥뢰
上方重閣晩 상방중각만
百里見秋毫 백리견추호
들녁 절에는 남은 중이 적고
산원으로 가는 길은 좁고도 높구나
사향노루는 석죽에 기대어 잠을 자는데
앵무는 금복숭아를 쪼아 먹는다네.
어지럽게 흐르는 물을 지나 사람이 지나가고
절벽에는 매달린 집이 보이네
상방 층층 누각에 저녁이 오면
백 리 밖의 가을 터럭이 보이는구나.
서안에서 맥적산 구경도 당일로 가능합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천수역에 내리셔서 천수역 광장 끝에서 34路
시내버스를 타시고 1시간 이동하면 종점이 맥적산입니다.
2시간 정도면 맥적산 구경을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오후 6시 천수에서 출발하는 서안행 기차를 타시면 밤 10시경 서안에 도착합니다.
연착 되면 늦어지고요.
서안 출발을 좀 더 일찍 하시면 더 여유롭게 당일로 맥적산 구경을 하실 수 있어요.
기차 왕복 101원, 시내버스 왕복 10원, 맥적산 입장료 70원, 경구내 이동 버스 15원.
이렇게 196원이면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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