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계에서 천수로 갑니다.

2013. 4. 18.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오장원 제갈량 묘를 구경하고 차이지아포(蔡家坡 : 채가파)로 와 버스를 타고

바오지(寶鷄 : 보계)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습니다.

버스 안내양이 우리를 보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티엔수웨이(天水 : 천수)라 하니 보계에서

천수로 가는 길이 대단히 험하니 버스를 타지 말고 기차를 이용하라 합니다.

기차가 저렴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고 안전하고 편하다 합니다.

 

바오지까지는 관중 평야인가 봅니다.

그러나 여기부터는 아주 험한 산맥을 넘어야 하나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공명이 그리도 힘들게 다녔던 길인데 그게 평탄힌 길일리 없잖아요.

 

공명이 학소가 지키는 진창성을 공략하다 성공하지 못하고 2차 북벌을 접었습니다.

천하의 공명이 말입니다.

삼국지를 읽으며 이 대목에서 공명의 능력을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이곳 진창의 지형을 보면 진창성을 공략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삼면이 높은 산을 둘러싸고 오직 장안 방향인 서쪽만 열린 곳으로 이곳 진창성을 공략하기 위해

병기와 군량을 운반해 온다는 일은 촉한으로는 험한 진령산맥을 넘어야 하기에 공성전보다 더 격한

자연과의 싸움에 이겨야만 가능한 일로 학소처럼 성밖으로 나오지 않고 지키며 장기전에

들어가면 천하의 공명이라도 병기와 식량문제로 장시간 전투한다는 일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지요.

이곳에 오기 전에 왜 진창성에서 실패했나 의문을 지녔지만, 와 보니 공명의 심정을 알겠습니다.

그래서 강유도 공명에게 "이(離)"라는 글로 철군을 건의했나 봅니다.

佳人보고 공략하라고 해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천수까지 가려고 생각하니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할 듯해 그냥 여기서 오늘 밤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버스 터미널에서 기차역 부근으로 이동해 하루를 자고

아침 일찍 기차 편으로 천수로 올라가렵니다.

그런데 기차역까지 멀지 않다고 해 그냥 걸었더니 제법 거리가 있네요.

배낭이 무겁다고 느낀다는 말은 약간 멀다는 말이겠네요.

숙소를 구하는데 여기도 외국인이 오지 않는 지역인가 몇 번 외국인은 안 된다 하여 애를 먹었습니다.

 

뭐... 그래도 우리가 어디 기차역 대합실에서 잘 사람인가요?

한군데 들어가 사정하고 일단 짐을 내려놓고 기차역에 가 내일 아침 8시 33분 출발하는 기차표를

24원/1인에 예매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밤거리를 산책합니다.

꼬치를 파는 곳이 있어 꼬치 맛도 봅니다.

 

돌아다니다 중국인이 많이 먹는 해바라기 씨를 볶는 집이 있네요.

친구가 저것도 먹어보자고 해 반 근을 샀습니다.

이거 다 먹는데 아주 혼이 났어요.

먹을 것도 없고 쓰레기만 잔뜩 생기고 혓바닥 끝은 아리고 고생하며 겨우 까면 왜 알만 도망가고

껍데기만 입안에 남습니까?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일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 하실 분이 계시면 말리고 싶습니다.

 

2012년 11월 2일 여행 15일째

 

보계역에서 8시 반에 출발하는 기차는 한 시간이나 연착해 들어옵니다.

천수로 향하는 기차에서 밖의 풍경을 보니 무척 험한 지형입니다.

나무도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돌산을 굽이굽이 돌아 높은 곳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도착은 1시간 반이 걸려 11시에 천수역에 도착하네요.

정말 험한 산을 넘어야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공명이 북벌에 실패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기차역 구내를 나오려는데 눈에 띄는 조형물 하나가 보입니다.

맥적산 모형이네요.

바로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바로 마이지(麦积 : 맥적)산을 보려 함입니다.

산의 모양이 저렇게 생겼을까요?

가 보면 알지요.

저 모형을 보았으니 맥적산은 본 것과 다름이 없는데 그냥 돌아갈까요?

얼른 숙소를 정하고 배낭을 던져놓아야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기차역 광장으로 나오니 앞에 이정표가 하나 보입니다.

제일 위에는 우리가 가려고 했던 맥적산이고 다른 하나는 선인애라는 곳입니다.

선인애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지만, 이름에서 풍기는 게 비범하네요.

거리가 맥적산 30km에 부가세 3km를 더한 거리입니다.

이름에서 풍기는 선인애는 뭔가 멋진 모습일 듯합니다.

 

기차역 광장은 크지 않습니다.

광장 앞 도로를 건너 동안쾌첩주점이라고 보입니다.

하루에 200원 이상을 하네요.

특가방 88원이라는 전광판이 보여 물어보니 아주 작은 방이라 합니다.

 

일단, 보여달라고 해 들어가 보니 무척 작지만, 깨끗하게 관리하는 곳입니다.

방의 규모는 2인용 침대를 놓을 수 없어 2층 침대를 놓았으나 욕실이 있고 인터넷 선도 깔렸고

공조기가 가동되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비록 협소한 공간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모두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맥적산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바로 앞에 있는 기차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합니다.

선인애라는 곳을 물어보니 좋다고 하며 천수 지역의 관광지도를 무료로 주네요.

그곳으로 가는 버스도 부근에서 타면 바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 천수는 1박만 하기로 생각하고 왔으나 나중에 하루 더 있다가 2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몰랐던 곳일지라도 여행하며 새로운 곳을 알면 더 머물다 갈 수 있습니다.

방값도 저렴하고 깨끗하기에 하루 더 머물다 가렵니다.

천수라는 도시는 일반적인 여행 코스에서 조금 벗어난 듯하지만, 뜻밖에 볼 곳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일단 지도를 놓고 오늘 오후 일정을 상의합니다.

제일 먼저 이곳에 온 이유인 맥적산을 먼저 구경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선인애와 복희 묘를 다녀오기로 하고 모레 아침 새벽에 한중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기차역에 들려 한중 가는 법을 물어보니 천수에서 바로 가는 교통편은 없고 바오지로 내려가

그곳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고 시간도 제일 적게 걸리는 방법이라 합니다.

 

점심 겸 식사를 마치고 맥적산으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버스는 바로 기차역 광장에서 출발하고 요금은 5원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합니다.

약 1시간 정도 걸렸고 맥적산에서 시내로 나오는 버스는 겨울철은 막차가 5시 30분입니다.

버스에 쓰여있는 막차시간인 19:38은 틀립니다.

중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우리나라처럼 생각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해 떨어지는 시각이 막차시각임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합니다.

 

맥적산으로 가는 길에 도로에 가정(街亭)이러고 쓴 이정표가 보입니다.

가정이라 하면 바로 읍참마속의 이야기가 있는 가정전투(街亭 戰鬪)의 장소가 아닙니까?

공명이 1차 북벌을 감행했을 때 처음에는 순풍에 돗 단 듯 잘 나가다기 그만 가정 전투에 아꼈던

장수 마속을 보냈다가 실패하며 1차 북벌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지요?

 

천수는 목적이 맥적산 만이었는데 그럼 삼국지 기행에 한 곳이 더 추가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그렇네요.

공명의 1차 북벌은 바로 천수로 들어왔지요.

 

돌아오는 길에 안내양에게 가정을 찾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물어보고

버스 타는 곳을 미리 알아두었습니다.

승승장구하며 진격하던 공명에는 가정에서의 실패는 뼈아픈 전투였지요.

내일 아침 일찍 다녀오렵니다.

또 생각하지도 못한 곳을 한군데 더 다녀와야 하겠어요.

왜 우리 부부는 이렇게 여행에 욕심을 내나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태운 시내버스는 2시에 맥적산 입구에 도착합니다.

역시 이곳도 입구를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 전기차를 타야만 갈 수 있도록

영악하게 만들었네요. (15원/1인)

물론 걸어가도 누가 뭐라지 않지만 지금 시각이 오후 2시였고 맥적산 석굴을 구경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기에 란처를 타기로 합니다.

입장료는 70원이고 다른 곳처럼 반표가 있습니다.

 

보리를 쌓은 모습이라는 의미의 맥적산이라는 현판을 곽말약이라는 사람이 썼네요.

이번 여행을 다니며 곽말약의 글씨를 무척 많이 보았습니다.

아마도 서하객이 다녀간 곳은 곽말약이라는 사람도 모두 다녀갔을 것 같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그곳에 만들어 놓은 사진 광고판이 눈에 띄네요.

바로 이곳 맥적산의 눈 내린 겨울 풍경입니다.

마치 맥적산이 털모자를 쓴 듯 보입니다.

지금은 단풍이 물든 가을이지만, 겨울은 또 그 나름의 다른 멋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멋진 곳은 사계절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운해가 자욱한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같은 곳이더라도 자연은 이렇게 시간에 따라, 또 계절에 따라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수직 벽은 90도도 더 넘을 것 같은 저런 곳에 어떻게 저런 엄청난 역사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불심의 힘이 아니면 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부근의 있는 석문이라는 곳의 풍경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운해가 덮은 모습은 몽환적인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맥적산의 모습을 구경하렵니다.

너무 먼 곳이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에 아주 자세히 보여 드려서

직접 가지 않으셔도 간 것처럼 자세히 보여 드리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합니다.

하나는 직접 배낭을 꾸려 떠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일입니다.

비록, 떠나지 못하는 많은 이유가 우리 발목을 잡아 우리를 슬프게 할지라도

여행기를 함께하시면 언제든지 佳人과 함께 대리 여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도 실용적이고 돈도 들지 않으며 고생도 하지 않는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셔도 중국을 두리번 거리실 수 있습니다.

털털거리는 위험한 시외버스를 타지 않으셔도요.

 

佳人의 여행기는 앉아서 보셔도 됩니다.

누워서 보신다고 누가 뭐라겠어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