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3. 08:00ㆍ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1월 3일 여행 16일째
어제 맥적산의 풍광은 대단했습니다.
구경하는 내내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보았기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곳이 될 겁니다.
이번 여행에 코스를 약간 벗어나 천수까지 온 보람이 있었네요.
처음 계획은 오늘은 한중으로 가려고 했지만, 숙소가 저렴하고 좋아 하루 더 머물다 가려고
어제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빨래도 했습니다.
온풍기가 가동되면 빨래를 해도 빨리 마르기에 이런 곳에 오면 빨래를 꼭 하고 갑니다.
오늘 계획은 어제 맥적산을 다녀오며 가정이라는 곳으로 가는 이정표를 보고
버스 안내양에게 물어 버스 타는 곳을 알아 두었기에 아침 일찍 그곳을 다녀오렵니다.
가정이라면 삼국지를 읽어보신 분은 누구나 기억할 장소지요.
그다음 원래 오늘 구경하려고 하루를 더 묵었던 선인애라는 곳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모두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남는다면 여기가 복희의 고향이라 사당을 만들었다고 해 복희를 만나보려고
하나 오늘 구경할 곳은 원래 계획하지 않았던 곳이라 시간 배정이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야기 음참마속(泣斬馬謖)...
이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가정(街亭)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나온 이야기라지요.
가정전투장을 찾는다는 일은 여기에 올 때까지 생각하지도 못한 일입니다.
가정뿐 아니라 오늘의 일정은 원래 없었기에 여기에 와 갑자기 결정한 일정입니다.
어제 맥적산을 다녀오며 그곳에 가정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았기에 버스
안내양에게 그곳을 가는 버스 편을 물어 알아두었기 때문에 오늘 찾아갑니다.
배낭여행이란 이렇게 몰랐던 곳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가정이라는 작은 마을은 아직 아침이 열리지 않았나 봅니다.
어디서 버스를 타느냐 하는 문제는 위의 지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기차역과 광장 건너편 우리 숙소, 그리고 버스 타고 내리는 곳을 위성지도에 표시해
보았으니 이 지도만 눈에 익히시면 맥적산은 물론 선인애와 가정 전투장까지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기차역이 보이고 그 앞에 광장도 보이시죠?
광장에서 앞으로 직진하면 위하라는 강이 있습니다.
모두 두 블록밖에 되지 않는 곳에 기차역과 숙소와 식당가와 버스 정류장 모두 다 있습니다.
가정으로 가는 버스는 그러나 가정이 아니고 가자 온천으로 가는 버스라고 쓰여 있습니다.
뭐 안내양이 간다고 했으니 무조건 타고 갑니다.
원래 우리 여행이 단순무식한 여행이니까요.
버스를 탄 시각이 아침 7시 45분입니다.
일찍 서두른 이유는 오늘 스케쥴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에 가능하면
빨리 움직여야 한 곳이라도 더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가정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8시 25분입니다.
천수에서 출발해 4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가정이라는 마을은 아주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천수라는 도시 이름은 시작이 무척 오래된 곳인가 봅니다.
많은 곳의 지명이 수시로 바뀌고 변했지만, 이곳 천수라는 도시는 한나라 무제 때부터
불렸던 모양으로 천수는 위수라는 강의 상류에 자리했기에 도시로서의 기본은
이미 갖추고 있었고 오래도록 번창했을 것 같습니다.
삼국지연의에도 천수라는 지명이 그대로 나온 곳입니다.
천수시에 속한 가정이라는 마을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직도 삼국지 속의 그런 세상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가정중의진소를 들어가면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뚝을
칼로 찢고 독을 긁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조조도 그 옆에서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며 내 머리도 도끼로 빠개
독을 제거해야 하느냐고 울먹일 것 같습니다.
그냥 수술하지 말고 탕약만으로 다스려 달라고 애원할지 모르겠습니다.
골목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는지 알고 촉한의 군사가 마속의 명령에 따라 산 위로
올라가려고 할 지 모르겠고 골목안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지금 중국을 다스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천자는 헌제이며 조조라는 승상이 좌지우지하고 다시 한실을
되찾기 위해 유비가 공명과 함께 힘을 합쳐 전투 중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천수는 위수와 황하유역을 잇는 통로에 있고 일찍부터 발달했기에 여기가 진(秦)의
발상지였고 여기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보면, 어느 날 시내 남쪽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천둥과 번개가 울리며 땅이 갈라졌다고 합니다.
이 갈라진 틈으로 하늘에서 물이 흘러들어 호수가 되었는데 이 호수는 언제나 일정한
수위가 유지되었고 물맛 또한 기막히고 좋아 사람들은 이 호수를 하늘과 연관 지어
천수정(天水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그러니 천수라는 도시 이름이 바로 천수정이라고 하려고 이런 설화가 생겼나 봅니다.
무척 크게 만든 두부를 길거리에서 파네요.
이후 무제는 이곳에 성을 쌓고 천수군(天水郡)이라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답니다.
요즈음은 아무리 중국이라도 이런 신기한 일은 더는 생기지 않습니다.
이 도시는 바로 북쪽의 강족과 멀지 않았기에 군사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컸을 것 같습니다.
천수는 228년, 제갈량이 제1차 북벌을 했을 때, 강유는 천수 태수에게 촉으로의
내통을 의심받아 결국 촉으로 귀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지요.
비록 이곳 가정에서 패하며 1차 북벌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공명에는 강유라는
젊은 피를 수혈받은 곳이라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네요.
삼국지에서는 사람을 얻기위해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사람을 곤경에 빠뜨려 귀순하게 합니다.
마을에서 올려다보니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산 정상에 토성이 보입니다.
그럼 저기 산 위에 마속이 진을 친 곳이고 지금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장합의 군사가
봉쇄함으로 결국, 마속은 식수와 식량공급을 받지 못하고 군사의 사기가 저하 돼
궤멸당하고 말았다는 곳이 아니겠어요?
마속에는 한방울도 아쉬웠을 물에 오늘도 가정에 사는 주민은 무심하게도
마대 걸레를 빨고 있습니다.
만약, 마속이 저 모습을 보았더라면 마대자루로 사정없이 휘둘러 쫓아버렸을 겁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일진데...
마속이 바로 저 물 때문에 목이 달아나지 않았겠어요?
"여러분~ 마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세요~ 걸리면 죽습니다."
숭복사라는 절이 보입니다.
여기 숭복사는 전문과목이 복 마케팅을 하나 봅니다.
그리고 이 산을 관룡산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용을 바라보는 산이라면 뭔가 예사롭지 않은 산이 분명합니다.
산의 모습이 마치 용트림하는 형태로 보인다 하여 그리 이름지었나 보네요.
뭐 중국에서 용이란 우리 동네 개보다 더 흔한 동물이라 그리 중요한 곳은 아닐 겁니다.
이 절이 생긴지는 당나라 건원 2년인가 봅니다.
절의 위치가 무척 좋아 보입니다.
그야말로 배산임수가 아니겠어요?
오래된 절이지만, 최근에 투자하여 확장했나 봅니다.
뒤로는 관룡산이 있고 앞으로는 동하라는 강이 흐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여기서 복을 빌면 하늘에서 복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이곳에도 가을이기에 무척 아름답습니다.
여기 소나무 하나가 보입니다.
무척 비비 꼬여 무척 안쓰럽습니다.
저 소나무는 아마도 마속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산 위에 진을 치다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모두 장합의 병사에 봉쇄되고
물과 식량공급이 끊겨 얼마나 속이 탔으면 저리도 꼬여버렸을까요?
내일은 속이 꼬여 세상을 원망하며 목이 달아난 마속이 쳤다는 산 위 진지를 향해 올라가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모르겠어요
우연히 가정(街亭)이라는 간판을 보고 무작정 길을 물어 찾아왔습니다.
산에 올라가지만 아무도 없는 산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갑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발길 머무는 곳으로 찾아가는 일인가 봅니다.
佳人은 바람...
그리고 구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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