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는 업성을 떠나네...

2013. 1. 1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업성유지에는 조조가 왕입니다.

아무래도 조조가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이곳에 터를 잡았기에 누가 뭐래도 여기는

조조의 관할구역인데 그런데 여기에 유관장 삼 형제의 동상도 있습니다.

조조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제일 전면에 동상도 크게 만들어 놓았네요.

위풍당당하게 배도 앞으로 쭉 내밀고요.

 

 

그러나 유관장은 수풀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왜?

순전히 일기 불순한 가운데 유비, 관우 그리고 장비는 조조의 연회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수풀 구석에서 찬조출연이라도 했나 봅니다.

이거 조서방이 너무 야박한 것 같습니다.

세상의 영웅은 그대와 나뿐이라고 바람 잡을 때는 언제고

지금은 영웅대접이 아니라 유기견 취급을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박대합니다.

잡초만 무성한 구석에 처박아 놓듯이 내버려둬 버렸습니다.

칼을 차고 배추밭이나 지키라고요?

그 칼이 김장할 때 쓰는 칼입니까?

 

 

아무리 자기 위수 지역이라도 조조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유비가 이렇게 대접받는 일도 처음일 겁니다.

이게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잖아요.

장비가 성질이나 "형님! 우리 갑시다!!!"라는 말이 들리는 듯합니다.

 

 

이제 우리는 업성박물관 구경을 가렵니다.

업성유지를 모두 돌아보는 데는 2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워낙 유적이라고는 남은 게 없다 보니 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무척 많은 사연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루하게

오랜 시간 생각나는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여행이란 좋은 풍경을 만날 수도 있지만, 여기처럼 폐허만 돌아보고

그때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상상여행도 있습니다.

비록, 좋은 풍광은 없었지만, 오히려 이런 폐허를 바라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구경할 게 없으니 그 여백을 이런 상상으로 채우게 되나 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면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남의 이야기는 중요한 게 아니지요.

佳人의 여행은 오늘 이런 곳을 찾았지만, 경치 좋은 어느 곳보다도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佳人의 이야기가 무척 지루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제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떠나기 전 금봉대가 있었다는 언덕에 올라 주변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렇네요.

여기는 주변의 풍경이 작은 언덕조차 보이지 않고 황토에 묻히고 바람만 부는 옥수수밭이

전부로 금봉대가 있었던 언덕 위에는 잡초 속에 제법 오래된 듯한 나무 한 그루만 서 있습니다.

저 나무는 이곳의 흥망성쇠를 모두 알고 있을까요?

잠시 나무에 기대 조조를 생각합니다.

 

 

금봉대 위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별로 볼 것은 없지만, 잠시 기웃거립니다.

비록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당시 삼대를 중심으로 한 조조의 집념이 만든 궁궐터도 보입니다.

삼대는 사진으로 볼 때 제일 뒤에 보입니다.

 

 

동위시대의 황릉이 이 부근에서 발견되었던 모양입니다.

모두 갈 수 없지만, 그냥 사진을 또 다른 사진으로나마 봅니다.

 

 

지금도 밭 가운데서 이런 유물이 계속 발굴된다 합니다.

용도 보이고 봉황도 보입니다.

용과 봉황이란 황제와 황후의 상징이 아닌가요?

 

 

이제 업성유지를 모두 보고 최근에 근처에 만들었다고 하는 박물관으로 가렵니다.

이 지방은 지금은 황량한 벌판만 있습니다.

그러니 요즈음 그 벌판 속에 당시의 화려했던 모습의 도성이 하나씩 발굴되기 시작하며

예전의 모습으로 탈바꿈 중이라 하니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이곳도 옛날의 번영을

상징하듯 많은 유적이 복원되고 관광객이 몰려들 것입니다.

 

 

업성유지를 나와 아까 버스에서 내려오던 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여기에는 삼대가 있었다고 삼대촌이라는 마을이 있지요.

그 마을의 집 담벼락에는 모두 삼국지 중 조조의 활약에 관한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고 토속적이고 낙서수준을 조금 벗어난 그런 그림 말입니다.

그래도 도자기로 구워 타일로 만들어 붙였어요.

그러니 벽화마을이 셈인가요?

그냥 심심풀이로 하나씩 보며 나아갑니다.

 

 

이 마을은 조조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한가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조조의 위수 지역이었는데...

조조는 이 지방을 질풍노도와 같이 휩쓸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당시에는 중원 최대의 군벌이었던 원소를 조조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토벌하고

여기에 미래를 생각해 황궁을 능가하는 궁궐을 세운 후 이후 다섯 나라가 도읍으로

정했으니 이곳은 황제를 배출하는 땅의 힘이 있었나 봅니다.

 

 

이 마을에서 조조는 간웅이 아니고 영웅이었습니다.

세상은 아무리 선과 악을 갈랐지만, 지역에 따라 또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선과 악이 바뀌니 정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 봅니다.

 

 

여기는 베이징에서 하루 두 번만 기차가 운행하는 츠시엔이라는 시골에서도

다시 버스를 타고 45분 달리면 도착하는 시골 중에서도 시골입니다.

예전에는 여섯 나라의 도읍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깡촌입니다,

 

 

집집이 주로 옥수수 농사를 지어 연명하나 봅니다.

동네는 어디를 가나 옥수수 수확으로 노란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가을이란 계절은 산타이촌을 노란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옥수수만 보이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박물관을 가는 방법은 다시 버스를 3km를 타고 나가다 중간에 삼거리에서 내려 다시

1km를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여기서 택시나 빵차를 불러 가는 방법이

있지만, 그러나 이 마을에는 택시나 빵차는 없고 오직 저기 운전기사도 없이 서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버스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훌륭한 이동 수단인 두 발이 있습니다.

4km의 길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지금 업성유지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길을 밭 가운데로 새로 만들고 있어 앞으로는

왕복하는 경구 내 버스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여느 중국 관광지처럼...

 

 

이렇게 우리는 업성유지를 떠나 천천히 걸어 다음 여행지로 발길을 돌립니다.

이렇게 다녀도 여행은 여행이니까요.

이제 내일은 업성박물관을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업성유지는 구경할 것이라고는 별로 없습니다.

명나라 시기에 이 부근을 흐르는 황하의 지류인 장하가 범람하여 이 지역을 모두

쓸어버렸다고 하며 그 때문에 당시의 유적이 모두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답니다.

삼대가 있던 언덕 중 다행히 금봉대 터만 일부 남고 나머지는 모두 평지로 만들어 버렸답니다.

세상은 이렇게 세월이 흐르며 다시 평평하게 만드나 봅니다.

그러나 다시 계곡이 생기며 또 높고 낮은 지형으로 변해갈 겁니다.

그게 자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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