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표(西門豹) 이야기

2013. 1. 17.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잠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벽에 새긴 그림을 구경합니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사마천의 사기에 나왔던 이야기가 새겨진 조각이 있습니다.

이게 누구 신가요?

 

맞아요~

사마천의 사기에 출연한 적이 있는 서문표라는 멋진 사내가 아닙니까?

이곳에는 벽에 새긴 부조에 서문표에 대한 이야기가 있네요.

그러면 서문표가 업성에 현령으로 근무했다는 말이 되겠네요.

오늘 삼국지 속의 이야기 중 조조를 만나러 왔다가 또 한 사람을 보너스로 만나는군요.

여행이란 이렇게 우연히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나 봅니다.

오늘은 삼국지를 잠시 떠나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렵니다.

 

위의 사진이 서문표치업(西門豹治邺)이라는 부조입니다.

서문표가 이곳 업(邺)에 현령으로 와 다스렸던 일화를 부조로 나타냈군요.

서문표의 이야기도 재미난 사연이 있지요.

오늘은 업성유지에 있는 서문표 대한 이야기나 듣고 갈까요?

 

춘추시대 위나라 때의 일입니다.

춘추시대의 위나라는 조조 때의 魏나라와는 다른 나라죠.

중국 학생들은 자기네 나라 이름 외우기도 골치 아프겠어요.

 

서문표는 당시 이 마을에 현령으로 부임하여 첫날 마을 유지로부터

어려운 점을 듣던 중 이상한 풍습을 듣게 됩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황허의 수신인 하백(河伯)을 장가보내는 일이라 합니다.

왜 하백이 물 좋고 여자 많은 큰 도시를 두고 하필이면

 이 작은 마을에서 장가를 든단 말입니까? 

 

수신 하백은 무엇이고 귀신이 장가드는 일은 또 무슨 말입니까?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고 참새가 날아가다 뒤집히는 소리 아니겠어요?

하백이라고 하면 전설 속에나 나오는 인물로 황허의 물을 다스리는 상상의 신이 아닙니까?

그가 왜 장가를 가며 또 장가를 가는데 왜 이 마을에서 신경을 쓴답니까?

 

처음에는 통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가만히 듣고 보니 무당과 마을 유지라는 장로들이

작당질하여 매년 처녀 한 명씩 골라서 황허의 강에 던진다는 말이고 만약, 딸을 내놓지 않으려면

딸 대신 재물을 내놓아야 하며 나머지 마을 사람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많은 돈을 무당과

하백 장가보내기 추진위원회라는 하장보 위원회의 마을 장로에게 바쳐야 하는데 그렇게 모인

재물 일부는 제사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바로 무당과 장로가 나누어 먹는다는 말입니다.

 

지금 이런 일에 수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예전에는 그런 일이 마을마다 무척 많았을

것이고 그러니 무당이 제사 지낼 시기만 되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처녀가 있는 집만 골라 들어가

처녀를 보고 "이 처녀가 딱이야~"라는 한마디에 처녀는 그만

그해 하백의 신부로 찍힌다는 말입니다.

그놈의 딱이라는 한 마디에 말입니다.

처녀의 부모는 그놈의 딱이야라는 말만 들으면 딱하고 기절합니다.

 

옛날에는 꾀나 믿음이 가는 말입니다.

당시에 자연현상에 아는 게 많지 않아 어느 곳이나 그런 일이 많았을 겁니다.

만약,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하백이 화가 나 황허를 범람케 해 농사를 망치게 하고

바치면 편히 그해 농사는 풍년이 든다네요.

혹시 처녀를 바쳐도 홍수가 나면 우짤껴?

그때를 대비한 무당의 차선의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요.

 

그렇습니다.

제물이 부족하고 정성이 부족하였기에 마을 사람은 더 많은 재물을 내야 하지요.

제물로 바쳐진 처녀가 부정한 생각을 했다거나...

무지 많은 이유가 등장했을 겁니다.

 

이제 답이 나왔네요.

많은 돈을 걷으니 주민이 궁핍해지고 그 돈의 대부분은 삼로와 관리 그리고

그들의 바람잡이 무당이 서로 나누어 갖습니다.

그들은 처녀를 데려가 목욕시키고 꽃 단장시키고 비단옷을 입혀 사당에 머물게 하고는

열흘이 지나면 새로 곱게 화장을 시켜 가마에 앉혀 하수라는 강에 띄웁니다.

처녀는 결국 강물에 떠내려가다 물속에 빠져 죽습니다.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다 보니 딸을 둔 부모는 마을을 떠나게 되고 남은 사람이

재물을 부담해야 하니 인구는 줄어드는데 개인별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늘어나잖아요.

그러니 이 동네는 점점 가난해질 밖에요.

 

서문표는 장로에게 묻습니다.

"하백을 장가보내는 날이 언제입니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내게 미리 알려주시오. 나도 가서 하백에게 시집가는 그 여자를 전송하리다."

 

드디어 제사를 지낸다는 날 서문표도 제사를 지내는 장소인 강가로 나갑니다.

삼로를 비롯하여 관리, 장로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꾼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예전에는 세상을 살며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도시락을 싸서

이웃 마을에서도 구경 오기도 했죠.

 

물론 서문표가 공명이었다면 처녀 대신에 만두로 바꾸지 않았을까요?

잠시 후 대장 무당이 여러 제자를 이끌고 거들먹거리며 나타납니다.

서문표가 대장 무당에게 말합니다.

"하백의 신붓감을 데려오시오.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보고 싶소!"

 

사람들이 제물로 바쳐질 장막 안에 있는 처녀를 현령인 서문표 앞에 데리고 나오고

서문표는 처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는장로와 무당과 고을 노인들에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이런.. 쯪쯪~ 내가 옛날에 하백을 만나보았는데 하백이 얼마나 눈이 높은 줄 아시오?

그런데 이렇게 못생긴 처녀를 보냈다가는 하백의 노여움만 살 것이오.

대장 무당! 어디 한 번 처녀를 보세요.

무당께서는 이 정도의 여자에 만족하시겠습니까?

내가 보아도 영 아니올시다.

수고스럽지만 대장 무당께서 먼저 하수에 손수 들어가시어 하백을 만나 뵙고

'아름다운 처녀를 구해 훗날 다시 오겠습니다.'하고 먼저 여쭈어 보시고

그래도 하백이 아무 여자라도 좋다고 하면 이 처녀를 보내도록 합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 처녀를 강물에 넣기 전에 대장 무당보고 먼저 들어가란 말이 아니겠어요?

이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미리 지시한 대로 병졸들을 시켜 대장 무당을 아래 사진처럼

다짜고짜로 강물 속으로 던져 버립니다,

서문표는 미리 병졸들에게 일러두었고 지난밤에 무당 던지는 연습까지 했을 겁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장 무당은 묻고 따지고 할 시간도 없이

병졸들에게 붙잡혀 물속에 던져졌습니다.

대장 무당은 물론 다른 무당들도 너무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 영문을 모르고 당하고 맙니다.

역시 서문표는 제갈공명과는 다르게 단순무식한 방법을 택하였군요?

그런데 저런 사람들에게는 서문표가 사용한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허우적거리던 무당은 잠시 후 꼬르륵하며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마도 물속에서 하백과 진지하게 상담 중인가 봅니다.

 

잠시 후 서문표는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남아있는 무당을 향하여 말합니다.

"먼저 강물에 들어가신 대장 무당께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보다. 아마도 하백하고

무척 가깝다 보니 서로 하고자 하는 말이 많아 이야기가 길어지는 모양이니 

누가 지금 빨리 가서 대장 무당을 모셔 오너라!

Why not?

일 년 만에 만났으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의논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게야~" 하고는 병사를 시켜

무당 중 제일 앞에 서 있는 자를 강물 속으로 또 던져버립니다.

이러면 막가자는 거지요?

나머지 무당들은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지요.

 

조금 지나자 "이것 참 큰일이구나~ 두 사람이 모두 늦는구나? 하백께서

무당의 말에 찬성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다시 사람을 보내거라!" 하니 자동으로 또 한 명의 무당이 강물 속으로 던져집니다.

서문표의 말이 떨어지면 병사들은 아주 일사불란하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무당을 강물에 던집니다.

어제 무척 많이 연습했나 봅니다.

오늘 하백은 경사 났습니다.

왜?

계속 신붓감이 물속으로 들어오니 말입니다.

 

한참이 지나자 "아무래도 여자 무당들만 보내니 남자인 하백에게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 같소.

아니면 여자 무당이 하백과 정분이 나 그냥 눌러사는 모양이오. 

그러니 남자인 삼로께서 수고를 좀 해 주시오!

이럴 때에는 역시 마을의 어르신인 삼로들이 적임자이지요. 아니 그렇겠습니까?"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몸부림치는 삼로들을 강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립니다.

 

오늘 업현마을 경사 났습니다.

하백을 만나기 위해 무당에 삼로들까지 모두 하수로 들어갑니다. 

이를 보던 장로와 아전들은 모두 두려워하는데, 서문표는 제를 올리듯

몸을 굽혀 하수를 향해 꽤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이윽고 서문표가 돌아보며 말합니다.

"대장 무당도, 제자도, 삼로도 나오지 않으니 어찌하겠소?

그대들이 한꺼번에 들어가 보시는 게 어떻겠소?"

이게 정말로 막가자는 말이지요.

 

말을 끝낸 서문표가 그들에게 다가가니 모두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佳人이 보니 어찌나 세게 머리를 박았는지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얼굴은 까맣게 질려 있습니다.

덜수가 말입니다.

 

"빨리 들어가 보시겠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 볼까요?

오늘은 하백이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니 그만 돌아갑시다.

누구든지 하백의 연락을 받거든 나에게 즉시 연락해 주시오!"

 

그 후로는 하백에게 장가를 보낸다고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답니다.

누가 이런 사람에게 하백을 장가보낸다고 하겠습니까?

 

서문표는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일을 깔끔하게 끝내지는 않았습니다.

업현 마을 백성을 모아 열두 개의 물길을 내고 하수의 물을 끌어들여 논에 대었습니다.

그러자 현 안에 있는 논 중 물이 닿지 않은 논이 없게 되었답니다.

완벽한 수리시설을 한 게지요.

이빙이 만들었다는 도강언이 생각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이런 수리시설로 우리는 도강언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은 도강언 말고도 이곳에도 있었고 사진에서 보시듯 그물로 표시한 곳은

모두 치수시설을 한 곳입니다.

물의 중요성은 어느 나라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일이었지요.

더군다나 중국이란 나라는 많은 인구가 있어 먹고사는 문제는 국가의 존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사람은 번거롭고 힘이 든다고 하여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문표는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완성된 것을 즐길 줄은 알아도 일을 도모할 줄 모른다.

지금 일에 동원된 사람들은 힘이 들어 나를 원망하겠지만,

훗날 그들의 자손들은 나의 뜻을 기억할 것이다."

 

참 멋진 말입니다.

원래 이런 일에는 누구나 불평불만을 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훗날 세월이 흘러봐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중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지요?

황허를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

치수란 지금 당장 좋아지는 일이 아니라 후대에 빛을 발하는 일입니다.

 

어디 서문표라는 멋진 사내의 사진을 한번 보고 갈까요?

이런 사내라면 우리 마음속에 남겨두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자...

어때요?

 

죄송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잠시 사진이 바뀌었네요.

중동으로부터 연결하는 것도 아니고 위성연결상태가 좋지 않았나요?

어쩐지 흐리게 나오더라니...

아마추어의 이야기라 가끔 이런 착오가 있나 봅니다.

 

이런 멋진 사내의 이야기가 바로 이곳 촌구석인 업성에 남아 있습니다.

이곳 임장현의 기록으로 당시 서문표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니

기록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 후 현의 모든 사람이 수리시설을 이용하여 부유하게 되었고 서문표의 이름은

후세까지 오랜 기간 어진 사람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네.. 서문표가 바로 이 동네 현령으로 일한 바로 그런 마을이 업성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니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그런 이야기 속의 고장을 방문하게 되네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 오히려 더 반갑습니다.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이 역사 속에 회자한 곳이라니 횡재한 기분입니다.

어디 좋은 풍광만 멋지다 하시겠어요?

이런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도 멋지지 않나요?

 

비록, 올 때는 모르고 왔지만, 갈 때는 알고 가야겠습니다.

왜?

여기까지 시간도 투자하고 금쪽같은 내 돈도 들여왔는데 본전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