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인가 봅니다.

2012. 12. 7.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인간은 바로 어제까지도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인가 봅니다.

그러나 여기 영생불사의 황당한 꿈을 꾼 한 사내가 있답니다.

순간의 앞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신과 맞짱뜨려고 영원히 죽지 않는 꿈을 꾼 발칙한 사내 말입니다.

천하를 통일하고 세상을 호령해도 결국, 인간은 그런 어리석은 존재인가 봅니다.

 

데바라는 신선은 영원히 살기 위해 비쉬누신의 도움으로 아수라라는 악신과 동맹을 맺어 유해교반을 통해

천 년간 우유의 바다를 저어 암리타라는 영원불사의 영약을 만들었다 합니다.

인간이 100년도 살지 못하고 죽는 존재인데 어찌 천 년의 노고를 들이지도 않고 속성으로 얻으려 하십니까?

그렇게 오래 살기를 열망했지만 꼴랑 쉰 살에 그동안 들이마신 숨조차 다 뱉지 못하고 가다니요.

적어도 천 년의 노고는 투자해야 짝퉁 암리타라도 맛볼 수 있을 텐데...

 

황제는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쥔 뒤 순행을 위하여 중국 동쪽 끝에 있는 회계를 돌아 바닷길로

북쪽 낭야에 도착합니다.

진시황은 늘 순행을 자주 다녔다 합니다.

"이게 전부 내 땅인데...."하는 마음에 그냥 다니기만 해도 배가 불렀을 겁니다.

승상인 이사와 조고라는 환관의 심부름꾼 출신의 중거부령이 옥새를 가지고 늘 순행에 따라갑니다.

 

시황제에게는 아들이 20여 명이 있었는데 맏아들 부소는 바른말을 자주 하다 미움을 받고 멀리 변방으로

밀려났고 막내인 호해를 총애해 막내만 수행에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막내를 후계자로 정한 집단이 있지요?

집안 일이라 뭐라하기는 그래도 그게 제국을 파멸로 이끄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지요.

 

워낙 수은을 좋아했던 시황은 그해 7월 사구라는 곳에 이르자 병이 점점 위중해져 맏아들 부소에 보낼

편지를 쓰고 조고에 옥새를 찍어 보내라고 시황제는 명을 합니다.

" Dear my elder son"으로 시작했겠지요. 

죽어가면서 큰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썼겠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그곳의 군권은 몽염에 맡기고 속히 돌아와 함양에서 내 유해를 맞이하여 장례를 치르라!' 였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유해를 맞이하고 장례를 치른 후 대권을 이어받으라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진시황은 편지를 사신에게 넘겨주기도 전에 뭐가 그리도 바쁜지 50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수없는 전장을 누비고 자객인 형가에게 살해당할 위험에서도 곤룡포에 오줌까지 저리며 식겁하며

모진 목숨 살아남았는데 마지막 들이마신 단순한 숨조차 다 내뱉지 못하고 갑니다.

결국, 조고는 껄끄러운 부소보다 어린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면 자신의 권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

편지조작을 통해 부소가 자결하게 하고 이사와 결탁해 호해를 2세 황제로 세웁니다. 

 

어찌 인간의 목숨이란 이렇게 허망한가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많은 선남선녀를 동쪽으로 보내고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원이나마 통일했는데...

에고 에고~~ 마지막 숨은 다 내뱉지도 못하고 가다니요.

그대.... 100년은커녕 50년밖에 못 살면서 1.000년을 살 것처럼 하셨나요?

지금 시안의 어느 구석에 수은의 바다 위에 잠들어 있다고 하네요.

 

여기는 이름 그대로 진시황이 신선이 되고 싶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를 떠나보낸 황당한 곳이라네요.

바로 이 바닷가였던가 봅니다.

 

1988년 우연히 진시황과 연관된 비석이 발견되어 사적으로 지정한 곳이랍니다.

그런데 그 비석이 진시황 시절에 만든 게 아니라 1477년 명나라 때라고 하니 꿈같은 떠도는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조작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좌우지간 이 비석 하나 때문에 또 중국에서는 관광자원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지게 된 셈이지요.

 

아마도 진시황이 기원전 215년에 순행차 여기를 왔던 모양입니다.

원래 황제가 순행할 때는 머무를 임시 행궁이 지어집니다.

행궁이라 하면 군주가 정궁을 벗어나 행차할 때 밖에다  짓는 임시 거처를 말한다 합니다.

이런 일은 군주를 모신 본대가 오기도 전에 선발대가 먼저 도착해 열심히 지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정조가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머물렀던

지금의 수원인 화성에 화성행궁을 지은 것과도 같습니다.

 

그 장소가 이곳이 아닐까 추정하여 사적으로 지정된 모양이지요.

그래서 영원불멸의 영약을 구하러 애들을 풀었던 장소가 여기였나 봅니다.

유식한 척 사마천이 쓴 사기를 인용하면 진시황 본기에 보면 이렇게 기록되었다 합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후 기원전 215년 갈석(碣石: 지금의 진황도 부근) 지방을 순시할 때,

이곳에 이르러 바다에 제사를 지냈으며 여생(廬生), 후공(侯公), 한종(韓終) 등의 방사들과 동남동녀들을

거느리고 바다에서 신선에게 장생불로의 약을 기원하였다."라고 기록되었다 합니다.

 

서복이라는 사람은 서불이라고 하며 제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진나라에서 방사로 일했다 합니다.

방사(方士)란 제사업무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하네요.

진시황은 여러차례 부하를 사방으로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지만, 모두 실패하게 되었답니다.

서복은 자기차례가 왔음을 알고 미리 진시황에게 상소를 올립니다.

자수하여 광명 찾은 셈이네요.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州)의 삼신산에는 신선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

모셔오고자 합니다."

정말 자기가 신선을 만나고 온 사람처럼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거짓말을 합니다.

멍청한 진시황은 기뻐하며 동남동녀 수천을 뽑아 그에게 주며 신선을 모셔오도록 했답니다.

진시황이 처음부터 이렇게 멍청했을까요?

그것은 아닐겁니다.

아마도 자객 형가에게 호되게 살해위협을 당하며 곤룡포에 오줌까지 저리며 혼이 난 후로부터

자꾸 먼산만 바라보며 이상한 행동과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지 싶습니다. 

 

서복은 처음이 아니고 두번이나 이런 황당한 여행을 했다 합니다.

그러니 처음에 가서 살 곳을 보아두고 두번째 많은 사람을 데리고 줄행랑을 친 셈인가요?

그리고 210년 두 번째 여행을 떠난 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아 중국 진나라에는 실종신고가 접수되어 있을 겁니다.

 

이때 서복이라는 자를 대장으로 삼아 60여 척의 배에 동남동녀 3천 명과 수행원 5천 명을 태우고

아주 경건하게 제사지내고 바로 이 동네를 떠났다 합니다.

이제부터는 서복이 황제가 되는 것이지요.

 

위의 보이는 길이 신선에게 불로초를 구하려고 길을 나선 구선로라는 길입니다.

그런데 불로초를 찾았는지 독초를 찾았는지 돌아오지도 않고 그것으로 막을 내렸다 합니다.

여태 찾고 있나요?

 

만약, 약초를 찾아 서복이 먼저 먹어보았다면, 그게 불로초라면 신선이 되어 하늘나라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을 것이고

독초를 불로초로 잘못 이해하고 먹었다면 모두 죽어 썩어 문들어졌을 겁니다.

서복이 신선이 되었다면, 진시황 알기를 우습게 알게 아니겠어요?

신선이 인간 보기를 우습게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잖아요.

 

진시황이 사기꾼과도 같은 서복에게 사실 당한 겁니다.

물 먹은 거죠 뭐.

천하의 진시황도 이렇게 멀정한 사기꾼에게 걸리면 당할 수 밖에 없나봐요.

 

불로초...

세상 누구나 바라는 명약이지만, 그것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늘도 불로초를 찾아 떠난 곳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네요.

혹시 오늘은 서복이 불로초를 구해 돌아오지 않나 싶으며 바닷가를 서성이고 있지만...

 

그런데 오늘도 TV만 틀면 "한 번 먹어 봐~"라는 듯 영생하듯 광고하고 많은 시간이 건강에 관한 이야기뿐입니다.  

그저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며 행복하게 살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불사 불로의 약이 있다는 곳이 바로 삼신산 가운데 봉래(蓬萊)는 금강산이요,

방장(方丈)이라는 곳은 지리산이요,

영주(瀛州)는 한라산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네요.

제주도에 가면 정방폭포 입구에 서복공원이 있다고 합니다.

서복이 제주도를 거쳐 갔다고 해 그곳 암벽에 서불과지라는 글을 남겼다 하네요.

그리고 서귀포라는 지명이 서복이 서쪽(중국)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라 합니다.

 

처음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허황한 꿈을 꾸고 떠난 사람은 연나라 노생이라는 사람이었다 합니다.

노생은 당시 갈석이라고 하는 이곳 진황도에 왔으나 맹탕이었나 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진시황은 여러 사람을 보내다 마지막으로 서복이라는 사람을 봉래산에 보냈는데

나중에 돌아온 서복이 한다는 말이 가관입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자기가 신선도 보았고 불로초도 보았답니다.

이런 사기꾼은 옛날에도 있었나 봅니다.

진시황을 상대로 한 사기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때 만난 신선이 서복에게 한다는 말이 아주 인간적인 말을 했답니다.

선물이 적다고요.

자기가 만났던 신선이 서복에게 선물이 적다고 했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다.

신선이 너무 물욕이 많습니다.

 

그리고 신선이 선물 말고 동남동녀도 함께 바치랍니다.

얼마나요? 하고 물어보니 다다익선이랍니다.

환장할 노릇이 아니겠어요?

 

신선을 핑계로 사태를 모면하고자 한 서복은 진시황이 동남동녀를 선발해 딸려보내자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를 몰아 일본을 줄행랑쳤다 합니다.

그것도 모르는 진시황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며 여태 서복이 돌아오지 않았냐고 아랫사람을 들들 볶는답니다.

 

그러나 일본에 건너간 서복은 일본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신무천황이라는 설도 있는 모양입니다.

뭐 돌아와 진시황에게 달달 볶이느니 일본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더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게 사실이면 어떻고 거짓이면 또 어떻습니까?

이제는 모두 끝난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되었는걸요.

 

그러니 바로 이 자리가 서복이 동남동녀를 이끌고 진시황에게 바이바이를 외치며 떠난 곳이라는 말이겠네요.

그때 서복은 얼마나 진시황을 보며 쪼다라고 비웃었을까요?

진시황은 자기가 물 먹는지도 모르고 손을 흔들어 경건하게 배웅했을 겁니다.

 

지금도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진시황의 동상...

지가 물 먹었는지도 모르고 여태 저러고 바닷물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온 김에 알려주고 갈까 봐요.

"진시황! 자네 물 먹었어~"

 

겨우,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손안에 쥔 것은 무엇입니까?

한 자도 되지 않은 가슴에 품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었군요?

 

천하를 품으면 무엇합니까?

천 년은 고사하고 100년도 살지 못하는 게 인간의 삶인걸요.

그렇게 살고 싶어 발버둥쳤지만, 佳人 나이도 살지 못하고 49살에 가버렸지요.

 

병마용을 무덤 주위에 배치해 지하세계의 제왕을 꿈꾸었나요?

그곳에서 병정놀이라도 하고 싶었던 게요?

그게 뜬구름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 때가 되면 참 허무하지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쥐었다는 진시황이더라도

아쉬운 게 없이 천하를 호령하며 살았다고 한 진시황이었을지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작은 욕심은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그도 결국 하늘의 부름에는 따지거나 대꾸 한마디 하지 못하고 따랐나 봅니다.

참말로 바람이며 구름 같은 삶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여기 왔으니 이제 진시황에게 진실을 말해주어야 할까 봐요.

안 그러면 계속 술잔을 들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을 것 아닌가요?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처럼 지하철 타는 연습도 하고 신발짝 던지는 훈련에 깡통차기만 하며

구천을 떠돌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진시황은 간간히 아직도 서복을 기다리며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 몰라...

 

간간히 너를 그리워 하지만 어쩌다 너를 잊기도 하지
때로는 너를 미워도 하지만 가끔은 눈시울 젖기도 하지
어쩌면 지금 어딘가 혼자서 나처럼 저달을 볼지도 몰라

......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꿈꿉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행복하거나 건강하지 못합니다.

자기만족을 아는 사람은 비록 가진게 적더라도 행복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행복하지만,

아무리 가진게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지기 어려운가 봅니다.

만족하며 산다는 일은 무척 쉽고 단순한 일이지만, 또 정말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진시황이 우연을 핑게로 서복을 만난다면 서복은 어찌 될까요?

뒤지게 얻어터져 맞아 죽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