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6. 08:00ㆍ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0월 21일 여행 3일째
오늘은 어제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진황구선입해처(秦皇求仙入海处)라는
곳으로 가렵니다.
이곳을 어제 다녀왔으면 오늘은 아침 일찍 맹강녀묘를 가려고 계획했으나 우선순위에서
맹강녀는 생략하기로 합니다.
그다음 노룡두와 천하제1문이라는 산해관을 오늘 중으로 모두 보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처럼 어제 인천에서 배를 타고 친황다오에 오시면 누구나 이 숙소에 저렴한 가격에
머무르실 수 있고 오늘도 우리 부부처럼 시내버스만 타고 돌아다니시면 여기에서 볼만한 곳,
세 군데는 누구나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부부처럼 나이도 들고 해외여행에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는 분을 위해 자세히 기술하려 합니다.
글만 보고 그대로만 다니시면 우리 부부처럼 구경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지요.
이곳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은 숙소인 석원빈관을 나와 어제 찾아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큰 길이 나오고 그곳에서 8번 버스를 타고 네 정류장만 가면 됩니다.
지도에서 버스타고 간 길과 걸어간 길을 표시해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진황구선입해처까지 버스가 갔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버스가 근처까지만 가니 조금 걸으셔야 합니다.
우선 지도를 확인하시면 쉽게 찾아가실 수 있겠네요.
지도에서 보시면 그리 먼 길이 아닙니다.
버스 안에서 만난 승객이 우리 일행에게 걸어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죠?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짓과 표정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의 의사를 알 수 있습니다.
간혹, 여행을 하시며 자신의 경험에 따라 그곳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일반인을 주로 만나고 다니시면, 속이고 거짓말하는 나쁜 사람보다 인간적이고
친절한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도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내가 보고 만난 사람이 모두 다르기에 평가도 사람마다
모두 다를 뿐 아니라 느낌도 다릅니다.
얼마 전까지 버스가 바로 경구 문 앞까지 갔으나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위의 사진처럼 고가차도에 자꾸 차기 부딪히기 때문에 높이 제한
가로막대를 설치해 놓았기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하니
중국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로 표지석에도 우리의 목적지가 보이네요.
그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경구 대문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경구 대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혹시 오늘 쉬는 날이 아닐까요?
여행 시작부터 왜 이리도 어렵습니까?
너무 일찍 왔나 봅니다.
매표소도 닫혔어요.
입장료는 35원이고 반표는 28원입니다.
개문 시간이 8시 30분이네요.
그런데 웬 사내 하나가 접근하더니 자기 표를 사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 가격을 확인하니 모두 28원이라 합니다.
이런 표는 달라고 하는대로 다 주면 반칙입니다.
그래서 반표는 20원, 정상표는 25원에 하자고 해 바로 사고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 사내를 어찌 믿을 수 있느냐고요?
바로 경구 대문 길 건너에 있는 사람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등을 보인 저 사내가 우리에게 저렴한 표를 팔고 가게로 들어가는군요.
중국에서는 동네 사람이 표를 파는 이런 일이 무척 많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여행 경비를 아끼는 방법에는 도움이 됩니다.
혹시 여기를 가실 분은 문표 파는 곳에서 표를 사지 마시고 바로 길건너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집을 찾아가세요.
혹시 압니까?
저렴한 가격에 입장권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조금 기다리자 대문이 열리고 열린 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누가 마차를 세워놓고 대기 중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진시황이군요?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 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네요.
황송하게도 마차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진황도에서는 그래도 진시황부터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안 그러면 쟤 삐칠지 모르잖아요.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입니다.
여섯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는 사람은 천자뿐이랍니다.
황제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탄다고 하던데...
저런 마차를 탄다는 일은 당시로는 대단한 위세였겠지만,
사실 지금으로 따지면 오토바이 수준이 아닐까요?
여섯마리가 끌어봐야 꼴랑 6마력이라는 말이잖아요. 그쵸?
그런데 여섯 마리라 해도 저렇게 말을 몬다는 일이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겁니다.
아주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조각이네요.
이런 조각품이 있다는 말은 이곳에는 사실은 별로 보여줄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뒤로는 군사가 따르고 있습니다.
화하일통(華夏一統)이라...
화하라 하면 중원을 다른 말로 일컫는 말이 아닌가요?
천하 통일이 아니고 중원 통일이 맞는 말인가 봅니다.
그러니 화하민족아래 하나로 뭉친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이는 한족과 다른 민족과 선을 긋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교통을 막는 말이 아닐까요?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6마력짜리 마차에 진시황이 타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가 되지 않아 출신성분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 진시황이 아닌가요?
건너편에는 천고일제(千古一帝)라고 썼네요.
아마도 진시황을 일컫는 말로 중원을 통일한 최초의 인물이고 황제라는 명칭을 사용한
최초의 사람이었기에 천고의 오랜 세월 속에 유일한 제왕이라는 칭호도
과분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럼 진시황의 옆자리에 앉은 비서실장 같은 저 사내는 누구일까요?
진시황을 도와 분서갱유라는 짓도 하고 천하를 통일하는데 앞장서서 도운 이사가 아닌가요?
아니면, 환관 조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시황을 도와 천하대업을 이루었지만, 결국 진시황이 죽고 난 후에는 환관 조고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버렸던 사내 말입니다.
지는 석양이 떠오르는 태양과 누가 더 밝으냐고 내기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조고와 겨룬다고 따지고 묻고 했지만, 호해를 감싸며 2세 황제의 비호아래
매타작이 시작되며 이사는 조고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나중에는
"진술서의 내용을 어떻게 쓸까요?"
"사인은 어디에 하면 됩니까?" 하며 삶 자체를 포기했지만,
마지막 한 번 더 황제에게 글을 올렸다지요?
왜?
예전에 진시황이 있을 때 다른 나라 출신은 모두 정리해고에 들어가자
진시황에게 한마디 한 후 재기용 되었거든요.
뭐라고요?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라는 멋진 말 말입니다.
그러나 그 상소문마저 황제 앞으로 가지 못하고 조고에게 전달되고 조고는 바로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본 후 사용하였답니다.
아닙니다.
당시는 종이가 발명되지 않아 죽간에 썼기에 화장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만약 화장실에서 사용했더라면 항문에 새살 돋는 약을 오래도록 발라야 했을 겁니다.
그 약의 부작용이 장기간 사용시 새살이 많이 돋이
항문이 붙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 상소문으로 말미암아 이사는 조고에게 또 맞습니다.
맞은 자리 또 맞으면 더 아픕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아랫사람이었던 사람에게 맞는다는 일은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마저 아프지요.
이런 개같은 경우를 하극상이라고 하던가요?
이제 삼족을 멸하고 이사와 둘째 아들을 형장으로 끌고 나갑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며 이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둘째 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너와 함께 누렁이를 끌고 고향 상채마을에서 토끼사냥을 하며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제 꿈으로 끝나고 마는구나."
아~ 진시황을 도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를 통일하는데 앞장섰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승상을 지냈던 사람의 소원치고는 정말로 소박한 꿈입니다.
누구나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할 기회도 있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라는 생각에 마지막 꿈을 실현할 기회를 잃고 말지요.
탐욕은 나만 망치는 게 아니라 삼족을 망칠 수 있습니다.
만족할 수 있는 여유...
예나 지금이나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 끌고 토끼 사냥하는 일이 승상인 이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권력의 욕심이 그 작은 꿈도 실현하지 못하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형장의 이슬로 눈을 감게 만들지요.
아~ 함양은 늘 운무 때문에 파란 하늘을 거의 볼 수 없는 곳이군요.
그에게 내린 형벌은 五刑이라고 얼굴에 먹물을 들이고, 코를 베고, 다리를 자르고,
귀를 베고, 혀를 자르는 5가지 섞어찌개식 형벌입니다.
그런데 형을 가하고 살려주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함양 저잣거리에서
허리를 잘라 죽였다고 합니다.
죽여도 참 더럽고 잔인하게 죽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그냥 깨끗하게 죽게 해 주세요.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산 풍운의 사나이 이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위의 사진처럼 지금은 진시황의 옆자리에 앉아 세상에 제일 잘 나가는 처지였네요.
이로써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 영정은 이사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어 통일한 지
꼴랑 15년 만에 천하를 홀라당 잃고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아~ 사라진 것은 무엇이고 잃어버린 것은 또 무엇입니까?
원래 없었던 꿈을 좇아 살았던 꿈많은 소년이 아니었나요?
그래도 병마용이나 진시황릉 등 남은 것은 많아 지금 중국 정부의 관광 입장료 수입에
막대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만약 시황제가 죽었을 때 시황제의 의중과 순리에 따라 맏아들 부소가 대업을 이었다면
진나라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권력을 잡기 위한 이사는 결국 누렁이나 끌고 고향마을에서
토끼사냥이나 하며 여생을 보내려는 소박한 꿈인 멋진 말년을 맞이하지 못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천하 통일의 대업을 기획하고 한걸음씩 실천한 이사....
그의 죽음과 함께 진나라의 꿈도 사라졌습니다.
공연히 입구에 만든 조형물을 바라보며 진시황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사로 생각되어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길을 걷다가 그냥 우두커니 서서 그때로 돌아가
상상의 세상에 빠져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무리 대단한 자리에 앉았다 해도 누구나 소박한 꿈 하나는 지니고 살아가나 봅니다.
진시황보다 더 진시황 같았던 이사...
그런 그가 말년에 꾸었던 꿈은 아들과 함께 누렁이를 끌고 고향마을 상채에서
토끼사냥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아주 쉽고 단순한 꿈이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꾸는 꿈은 어떤 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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