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공주 3 - 오빤 토번 스타일~

2012. 9. 3.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당시에는 토번보다는 토혼국이나 돌궐이 더 힘이 강했을 시기인지라 당태종은 선입선출이라고 하며 자신의 두 딸인  

형양 공주는 돌궐에, 황화 공주는 토혼국에 보내기로 하니 그만 공주가 동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토번에서 온 사신에게는 "넌 없다~"라고 돌려보냅니다.

정말 사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젊은 시절 더 열심히 노력하여 공주생산에 온 힘을 기울여

수십 명의 공주를 키워 주변국에 섭섭지 않게 모두 보내줄 텐데...

 

빈손으로 돌아온 토번의 사신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혼이 날까 봐 송찬간포에게 거짓으로 아룁니다.

"당나라 황제께서는 우리를 무척 환대하셨지만, 토혼국에서는 군주가 직접 찾아와 딸을 달라고 하니

우쒸~ 그만 그쪽으로 준다고 합니다.

아마도 토혼국에서 우리와 당나라 사이에 좋지 않은 말을..." 하며 문제를 토혼국으로 돌립니다.

이렇게 동시에 세 나라가 한꺼번에 달려들면 사실 힘이 약한 나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지요.

그때는 토혼국이 토번보다는 더 강하다고 했으니까요.

 

혈기왕성한 송찬간포... 정말 열 받았어요.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버럭 화부터 냅니다.

무시당하면 누구나 화부터 나지요.

"그래? 알았쪄! 우쒸~ 누구는 남자고 누구는 사내야?"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후인 638년 어느 날,

토혼국과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자(사실은 문제를 만든 게 아닐까요?)

즉시 군사를 이끌고 토혼국을 요절내 버립니다.

이와 동시에 당나라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뭐라고?

"봤지! 난 한다고 생각하면 한다!.

왔노라! 쓸어버렸노라~ 우짤껴? 공주 보내줄 껴? 말 껴~

만약, 공주를 보내지 않으면 5만 명의 군사만 이끌고도 당나라도 토혼국처럼 우리의 말발굽에 밟혀

사라지게 되며 공주뿐 아니라 중원의 모든 아녀자는 모두 티베탄의 마누라로 만들어 버릴 게야~"

사실 인구로 따져도 티베트는 당나라의 상대가 아닙니다.

티베탄 사내 1명이 당나라 처자 수만 명을 관리해도 다 할 수 없는 그런 숫자이지요.

3천 궁녀도 모두 관리하기 어려운데...

 

그러나 당나라에서는 송찬간포의 말을 우습게 생각합니다.

조그만 녀석이 까불고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맞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신이 보낸 말을 무시해버립니다.

 

송찬간포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나라 정치인처럼 식언이나 일삼는 그런 친구가 아니지요.

그는 즉시 25만이나 되는 군사를 일으켜 토혼국을 아주 없애버리고 그다음

군사를 직접 끌고 송주(지금의 쓰촨성 쑹판)까지 밀고 내려와 군사를 주둔시킵니다.

이 의미를 보통 무력시위라 하던가요?

 

그런데 토혼국은 또 뭡니까?

이웃나라 왕이 여자 하나 보내달라고 조르는데 왜 토혼국이 사라집니까?

공주 하나 달라고 너무 많은 사람을 동원한 게 아닐까요?

세상에 마누라 하나 얻겠다고 전쟁을 해요? 나 원 참!!!

 

당태종도 자존심이 있지요.

지금까지는 관심도 없었던 토번에서 공주 하나 보내달라고 징징거리더니 없다고 하자 군사를 이끌고

내려와 싸움을 겁니다.

살다 보니 당태종도 어처구니가 없었을 겁니다.

 

"허~ 참!!!"

이런 말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관 12년 병부상서인 후군집에게 5만의 정예병을 주어 혼내주라 하니 격렬한 전투 끝에

간신히 토번을 물리칩니다.

그러나 전투가 있기 전, 후군집이 송찬간포를 송주에서 만나 먼저 담판을 벌렸지요.

후군집 : "너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짓인지 아니?"

송찬간포 : "그래 안다, 왜~"

후군집 : "그래 여자 하나 달라고 25만이나 되는 군사를 동원하니? 도대체 세계 역사에 이런 일이 있겠어?"

송찬간포 : "난 세계사를 배우지 못해 모른다. 오직 뽀얀 살냄새가 나는 여자만 안다."

후군집 : "이런 방법이 도대체 어느 나라 스타일이니?" 

송찬간포 : "오빤~ 토번 스타일!"

후군집 : "그럼 오빤 당나라 스타일~"

이렇게 스타일 타령을 하고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합니다.

 

그러나 당나라는 비록 전투에서는 목적을 거두었지만, 토번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토번의 송찬간포 또한 당나라의 힘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네요.

이렇게 서로의 힘을 알게 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그래서 송찬간포는 당태종에게 사신을 보내 "미안했쪄~ 그래도 공주 하나 보내주오~"라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태종은 고민합니다.

전쟁이란 백해무익하여 민초를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 당태종은 고구려와 세상의 패권을 놓고 큰 싸움을 벌였을 때라

서쪽에서의 분쟁을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문성공주가 토번으로 간 이유 중 하나가 사실은 고구려의 힘인지도 모릅니다.

고구려만 없었다면 당태종이 티베탄 정도는 그냥 쓸어버렸겠지만, 고구려의 힘에 눌려 

군사를 서쪽으로 돌릴 수 없는 처지라 할 수 없이 문성공주를 보내주었을 것이 아니겠어요?

 

세상에....

서로 소식 한 번 주고받지 않던 우리와 토번이 이런 역사의 연관을 지니고 있었네요.

토번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문성공주의 출현은 그러니 바로 고구려의 힘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