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豫樓), 세상을 살아가며 준비해야 하는 것,

2012. 5. 4.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여러분!

험한 세상을 살아가며 준비해야 하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사람마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다양하겠지요?

그러나 이곳 꾸어위(郭 峪 : 곽욕)촌에 살았던 사람은 예루(豫樓)라고 이구동성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당시에 얼마나 사회가 혼란스러웠으면 이런 산골 마을에 전쟁을 대비한 누각을 세웠을까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담장의 문화가 활짝 꽃핀 나라입니다.

집집이.. 그리고 마을마다... 또 국가는 만리장성을...

산다는 게 전쟁을 준비하는 게 삶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장사하는 동네인 베이징의 전문대가 옆의 대책란도 말 그대로 커다란 바리케이드를 친 곳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특히 이 지방은 방어를 중시하여, 마을에 성벽을 두르고 성안의 중요한 곳에

망루가 있는 마을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곽욕촌은 이러한 마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합니다.

마을 한가운데 볼품없이 우뚝 솟은 위의 사진에 보시는 탑처럼 생긴 예루라는 곳을 둘러보렵니다.

 

이제 방어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 마을의 중심인 보루를 찾아보렵니다.

예루(豫樓)라는 곳입니다.

들어가려는데 젠장, 문이 잠겨있습니다.

아니?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고 입 닦는 겁니까?

적어도 마을의 가장 중심에 우뚝 솟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니인 구경거리를 입장료를 받고 걸어 잠가요?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본전 생각이 간절해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노인네 하나가 다가오더니 문표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줍니다.

 

이 마을을 돌아다니려면 절대로 들어올 때 받은 문표를 버리지 마세요.

돌아다니다 골목에서 만난 마을 사람이 수시로 표를 보여달라 합니다.

정말 중국 ** 팬티를 입을 사람처럼 의심만 합니다.

어떤 사람은 반표라 여권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마을 사람 대부분이 돈독이 바짝 오른 그런 사람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루예(樓豫)라는 글이 보입니다.

아니군요?

옛날에 썼을 테니 오른쪽부터 읽어야 하나 봅니다.

예루(豫樓)입니다.

이런 형태의 보루는 이미 우리는 황성상부에서 하산루라고 예습하고 왔기에 전혀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이 누각은 명나라 시기인 숭정 13년에 만들었다 합니다.

길이가 15m에 폭이 딱 절반인 7.5m에 높이가 무려 33m에 이르는 웅장한 건물입니다.

7층 높이의 건물입니다.

예루로 올라가는 입구의 계단은 원래 없었던 것으로 후에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 합니다.

그러니 예루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황성상부 하산루처럼 안에 준비한 밧줄 사다리를 내려주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철옹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황성상부에서 하산루를 보았습니다.

이미 그곳에서 佳人이 여러분에게 하산루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드렸으니 이곳도 금방 이해하시겠죠?

하산루의 목적이 외부의 적이 공격하여 들어올 때 모두 이 안으로 들어가 지낸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안에는 많은 사람이 한동안 먹고 지낼만한 생활용품이 늘 채워져 있다고 했습니다.

 

황성상부의 하산루는 바로 이 마을에 살았던 진 서방이 이 예루를 보고 따라 지은 따라쟁이입니다.

예루의 예(豫)라는 말은 주역의 예괘(豫卦)에서 따왔다 합니다.

그러니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미래에 대해 대비를 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예측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루는 그야말로 방어적인 개념의 성입니다.

바로 우리가 흔히 쓰는 유비무환이라는 말일 겁니다.

 

도적 떼로부터 마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1640년 명나라 때 지은 방어 성격의 군사시설인 예루는 아직도

예전의 웅장한 모습을 간직한 체 사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하단 두께가 무려 2m에 달하고 1층은 암실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안에는 돌절구와 맷돌, 우물, 비밀통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비밀통로는 모두 성 밖으로 통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문을 닫아버려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예루라는 편액이 걸린 2층에는 포를 쏠 수 있는 구멍이 4개 있고 3층 이상은 주거시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옥상에는 양쪽에 담을 쌓고 그 위에 지붕을 얹었는데 그 위로 올라가면 멀리까지 볼 수 있답니다.

너무 냄새가 나고 습하기에 금방 나와버렸습니다.

적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면 안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공격받기도 전에 모두 중독되어 먼저 죽을 듯합니다.

 

내부는 마치 벌집 형태로 만들었다 합니다.

이를 말하기를 "보중보(堡中堡)"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위해 준비된 보루지만, 오늘은 예루 마당에 아름다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꽃은 전쟁도 평화도 가리지 않고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피지만,

인간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서슴지 않나 봅니다.

전쟁 중일지라도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려 피어납니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예루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전망대의 역할을 합니다.

물론 지휘소가 예루 안에 설치되고 모든 전쟁에 대비한 작전이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평화 중일 때는 민방위 훈련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예루야 말로 전쟁을 대비한 최고의 예방책입니다.

이 예루는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고 꼭대기에 올라가 마을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예루는 멀리서 바라보아도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살아가며 전쟁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심했나 알 수 있습니다.

삶 자체가 전쟁에 대한 예방이며 방비책이었습니다.

삶이 바로 전쟁이었나 봅니다.

 

우리 부부는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위에 보이는 안내판 같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의문점도 있어 안내판이 가리키는 지도 출구로 따라가 봅니다.

지도라 하면 이미 우리 부부는 지에시우에 있는 장비 꾸바오라는 마을에서 땅굴의 형태를 보았습니다.

아마 그런 형태의 땅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은 사람도 자주 다니지 않았는지 온통 낙엽만 잔뜩 쌓여 있는 곳입니다.

잠시 망설입니다.

꼭 귀신이나 나오는 그런 곳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귀신은 강시라고 했고 귀신이 아무리 떠들어야 우리 부부는 말도 알아듣지 못해

귀신이 답답해 죽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살며시 용기를 내봅니다.

 

우리 부부는 당연히 용기를 내어 후통이라고 하는 골목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처럼 성벽 밖으로 잠시 나오니 성벽 밑으로 사당처럼 생긴 문이 있네요.

닫아놓으면 그냥 사당이고 열어보면 땅굴 입구가 되겠네요.

 

그곳에는 이런 지하암도가 있었습니다.

밖에는 사당의 입구로 꾸며놓고 사당 안으로 들어가니 이런 어마어마한 지하암도가 있다니...

그런데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네요.

들어가란 말입니까?

아니면 입구만 보고 돌아서란 말입니까?

희미한 한줄기 전등불이 암도를 따라 이어졌기에 용기를 내 봅니다.

 

사람이 있든 없든 일단 일부터 저질러 봅니다.

佳人이 먼저 앞장서고 울 마눌님이 뒤를 따랍니다.

물론 배낭에 넣어 다니는 비장의 무기 플래시를 꺼내고 들어가 봅니다.

사진상으로는 무척 밝게 보이나 실제로는 희미한 불로 플래시 없이는 들어가기 어렵네요.

 

입구는 지하 암도가 서서 걸어 들어갈 정도의 높이나 안으로 들어가며 점점 낮아져 5분 정도 더 들어가니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그냥 서서 들어갈 수 없이 낮고 좁게 만들어져 있네요.

자꾸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며 깨지듯 아프네요.

마지막에는 기어서 겨우 움직일 정도까지 낮고 좁고 곡선으로 되어있네요.

 

할 수 없이 너무 어둡고 지하 암도 또한 좁고 낮아 그냥 다시 입구로 나왔습니다.

이 지하암도가 바로 예루로부터 비밀 도주로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도주로였던 겁니다..

그러니 만약의 경우 마을이 공격을 받고 싸우다 나중에 불리하면 마을 사람 모두가 예루 안으로 들어가

저항하다 그것도 어렵다 생각되면 예루를 버리고 마을 밖으로 도망할 수 있는 암도까지 만들어 놓았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이런 탈출로가 황성상부의 하산루에도 설치되어 있다 하니

결국, 그곳은 이곳을 교과서로 삼아 만들었다는 말이네요.

옛날 중국인의 삶이 지혜로운가요?

아니면 고난의 삶이었나요.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시설을 만들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믿을 곳, 기댈 곳 하나도 없어 자구책으로 이런 시설을 만든 게 아니겠어요?

오직 자신밖에는 믿을 게 없는 세상은 슬픈 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투쟁이며 전쟁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이렇게 모질게 살아가며 그래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공부하고 장사하며 살았나 봅니다.

삶이란 이렇게 위대한 여정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살아오며 공부하여 재상까지 배출한 마을이 바로 곽욕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