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4. 03:07ㆍ모로코 여행기 2024
페스 메디나 안에 있는 글라우이(El Glaoui Palace) 궁전의 안뜰입니다.
우리에게는 물론, 다른 한국인 여행자에게도 그리 알려진 곳이 아니지 싶습니다.
그러나 페스에 오신다면 한 번쯤 찾아볼만한 곳이기에 소개드립니다.
무슬림 전통의 벽면 장식이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석회에 대리석 가루나 점토 가루 등을 섞은 스투코라는 건축 자재를 이용한 기둥 장식은
아라비아 풍의 세밀한 아라베스크 기법으로 우리 눈을 사로잡습니다.
나무 잎이나 식물의 줄기로 표현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당초문양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벽이나 바닥은 작고 광택이 나는 돌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줄레주(Ajulejo) 방식으로 이슬람식
문양이 새겨진 건축용 타일로 장식했는데 아줄레주는 나중에 유럽으로 건너가 특히
포르투갈에서는 건축 자재로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도 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가장 특이한 무슬림 건축의 꽃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카라베 장식이 아닐까요?
마치 종유석을 연상하기도 하고 벌집처럼 생각되기도 한데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박해를 받아 메디나로 피난 생활 중 숨어 있던 동굴을 상징하는 의미라는데
중요한 이슬람 건축 양식이라고 합니다
글라우이 궁전의 위치가 모호해 찾아가기에도 또 어떤 곳인지 알려지지 않아 쉽지 않은
곳으로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궁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한때는 대단했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세월이 흐르니 모두 꿈같은 일이 되었던 곳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안뜰은 안채에 속한 작은 안뜰로 글라우이 궁전에는
사랑채에 해당하는 곳에 큰 안뜰과 이렇게 두 개의 안뜰이 있더라고요.
가운데 분수장치는 두 곳 모두 설치되어 있고요.
아마도 이곳을 찾는 여행자라면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뉠 듯합니다.
긍정적인 것은 멋진 무슬림 전통의 건축물을 조용하게 구경할 수 있는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안타까운 모습을 구경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느낄 수 있고 권력의 속성도 알 수 있고 모로코에 남아있는 무슬림 전통의
특별한 가옥구조와 색깔은 바랬지만, 슬퍼서 더 아름다운 이곳이지만,
영화로웠던 시절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던 곳입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구경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방은 조상의 취미생활을 했던 소품을 모아놓은 듯합니다.
카메라며 영사기, 배불뚝이 모니터와 골프채까지...
글라우이 궁전은 절대로 알려진 곳이 아니고 절대로 알리고 싶지도 않은 곳인가요?
여행사와도 연계되지 않고 순수하게 상속자이며 주인이 입장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관리까지 겸하는 주인은 압두(Abdou)라는 사람으로 원래 주인의 후손이라 합니다.
구경하는 사람조차 별로 없기에 버려진 듯 고요함만이 있어 너무 과소평가된 듯하여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입니다.(압두의 원 이름은 El Glaoui Boukhars Abdelkader)
사실, 그는 대단히 넓은 이곳에 개와 함께 거주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문지기이며
파샤의 손자이며 주인이며 또한 예술가이기도 한 특이한 사람이지요.
궁전 내부를 돌아보면 어느 방에 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폐허로 변해가는 이 거대한 궁전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고는 간혹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우리 같은 여행자 외에 손자이며 주인이며 관리인인 압두(Abdou)와 나오기 어렵게
깊게 파인 제1정원인 파티오 분수 안에 외롭게 서성이는 커다란 셰퍼드 한 마리뿐입니다.
앗! 마실 온 듯한 동네 고양이 몇 마리가 보였는데...
그리고...
우리 같은 무심코 찾아온 여행자뿐이 살아 움직이는 이상한 곳이 분명합니다.
누군가 아니면 어느 단체든 회사든 나서서 역사적인 유산인 이 궁전 복원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복원하면 분명히 예전의 화려함을 다시 살릴 수 있고
모로코 역사의 화려함과 전통 건축물을 되살릴 수 있는 곳인데...
개인의 재산이기에 모로코 정부에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경제적인 지원도 없고
오로지 입장객에게 25 디르함의 입장료만 받아 그 돈으로 생활하며 복구하는 데
사용하겠지만, 구경하는 여행자는 우리 외에 한 두 명 정도로 대단히 한가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인 입장료는 없고 주인이 입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았지만,
대단히 훌륭한 역사를 보고 온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페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라져 가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잊혀가는 것은 또 어떤 것입니까?
칼파의 세월 동안 어차피 시간은 세상에 존재했던 것 모두를 가져가겠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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