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메디나 골목길 기웃거리기

2025. 1. 13. 04:00모로코 여행기 2024

 

페스는 인구가 110만 명이 넘어 모로코에서는 카사블랑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라지요.

그러나 789년 이드리스 이븐 압둘라가 첫 도읍으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1235년이 넘도록

오랜 세월 동안 모로코 내에서는 물론 북아프리카에서는 가장 큰 도시로

그 이름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랍니다.

 

 

그렇기에 복잡하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어설퍼 보이기도 한 곳이지요.

오랜 역사로 도시 규모와 도시 구도가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을 찾은

방문자 모두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혼돈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곳이지요.

 

 

혼돈의 도시, 미로의 도시 페스...

9천 개가 넘는 골목이 있다는 페스의 구시가지인 메디나는 이런 이유로

모로코의 많은 문화재 중 가장 먼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1981년)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페스를 떠나 쉐프샤우엔으로 가기 전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도를 통해 보면 사실 페스라는 도시는 대단히 넓은데 그러나 보통 여행자가 다니는 메디나

위주의 관광지역은 위의 지도에서 오른쪽 위에 보이는 파란 원 안의 작은 지역으로 이 도시가

여러 왕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바람에 왕조마다 도읍은 이곳 페스에 정했지만, 왕궁은

주변 여기저기에 따로 건설하는 바람에 이렇게 페스는 넓은 지역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시가지 메디나는 그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지요.

우리가 찾아온 도시마다 거의 메디나가 있고 메디나의 역사는 이곳에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겼으니 언제부터라고 이야기하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주로 오랜 전통의 바자르라고 부르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그 외곽으로는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메디나 안에는 큰 광장도 보이고 궁전도 보이고 모스크도 있더라고요.

특징은 메디나는 외부로 대단히 높은 성벽을 쌓아 외부와는 단절시킨 모습입니다.

 

 

그 때문에 옛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었지 싶고 이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페스의 메디나 내부의 골목길은 마치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길눈이 어두운 분은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곳으로 알려진 도시입니다.

 

 

이곳 메디나 안에는 길안내를 해준다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안내를 받으면

꼭 사례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때로는 강도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니 일반 여행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몇 마디 말을 섞었다고 가이드비를 요구하기도 하니 무조건 메디나 안에서는

눈을 전방으로만 주시하고 무조건 직진만이 상책이지 싶기도 합니다.

안내가 필요하다면 숙소에 미리 알려 소개를 받아 다니는 것이 좋지 싶습니다.

 

 

페스에는 공식 가이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에서 만나야 할지 쉽게 알 수 없지 않겠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복잡한 미로의 도시 페스니까 모로코를 여행한다면 

이곳은 페스는 그냥 패스하고 지나치지 말고 꼭 들러 골목길을 걸어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길눈이 밝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복잡한 메디나라고 해도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었는데 여행자에게는 구글지도나 맵스미라는 오프라인 지도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나만 조심하고 돌아다니면 치안에서도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다닐 수 있지 싶습니다.

 

 

세상의 많은 메디나 중 가장 옛 모습을 제대로 간작한 곳이 어제까지는 마라케시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 와보니 바로 여기가 최고의 메디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곳이 이렇게 오래도록 옛 모습을 간직한 이유는 메디나 안에는 차가 들어갈 수

없게 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페스의 메디나는 살아있는 역사현장이요, 박물관인 셈입니다.

무슬림이 사는 중세의 모습이 아마도 이렇게 생겼으며

이렇게 얽히고설킨 상태로 살아왔을 겁니다.

 

 

789년 이래 1900년대 초까지 모로코에서는 가장 큰 도시였고 여러 왕조가 이곳에서

통치를 했기에 도읍지로써의 역할을 수행했을 듯하니

천 년 이상을 정치, 경제, 문화 등 도읍지의 역할을 수행했던 위대한 도시가 분명합니다.

 

 

페스에서는 제일 처음 생긴 구역을  페스알발리라는 지역이라는데

이곳이 지금 여행자가 찾는 메디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후 새로운 왕조가 이 지역에 들어와 왕궁을 지었던 곳은 근처에 있는

신시가지인 페스알제디드라는 지구라고 합니다.

 

 

메디나의 중심은 바로 모스크를 둘러싸고 생긴 도시지요.

그러나 모로코에서는 무슬림이 아니면 모스크 입장을 할 수 없다고 하니....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을 가르쳤던 마드라사가 있습니다.

 

 

무슬림은 진정 후세 교육에 진심이었나 봅니다.

유럽의 르네상스 이전 암울했던 암흑기 중세에는 모든 학문이나 예술이

잠시 휴지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나마 무슬림의 마드라사라는 교육기관을 통하여

인류의 학문은 명맥을 유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캐러밴이 오고 갔던 길에 언제나 대상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 캐러밴 사라이도

있었을 것이고 무슬림의 전통 목욕시설인 하만도 함께 있었을 겁니다.

 

 

당시 이드리스 왕조는 아랍에서 건너온 중동인들로 적은 수의 병사와 사람으로

이루어졌지만, 페스에 살았던 대부분의 주민은 원주민인 베르베르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소수의 외부인이 다수의 주민을 다스렸다는 말인데...

 

 

이는 중국의 역사를 보면 적은 인구를 지닌 민족이 중원의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민족인 한족을 다스렸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는 다수가 힘이 강한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의미잖아요.

 

 

후일 세월이 지나 12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들을 몰아내고 베르베르인들의 왕조인

마린 왕조가 생기기도 했다고 하네요.

중국도 지금은 한족의 나라가 되었듯이...

 

 

그 후 여러 왕조가 새로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지요.

그렇기에 페스는 그때부터 모로코에 생긴 무슬림의 나라였던 이드리스 왕조가 자리하기

시작하며 모로코 지배를 시작하며  수도역할을 했던 곳이지요.

 

 

이는 지리적으로도 모로코 국토를 볼 때 요충지에 있기에

모로코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듯합니다.

페스라는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위치상으로도 그때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라 도읍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 분명합니다.

 

 

페스의 메디나는 가장 이슬람적인 모습이며 가장 오래된 메디나로 마라케시와 더불어

가장 볼만한 곳이 아닐까요?

사실 마라케시보다는 더 큰 곳이 페스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는

마라케시가 페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생동감이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골목길을 오가는 사람만 보더라도 이곳은 마치 장터에 장이 파장일 때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랬기에 좀더 수월하게 골목길을 걸어 다녔으며 흔히

삐끼와 같은 사람들의 공격대상이 되지도 않았는지 모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도심 안에는 왕궁을 위시해 모스크나 교육기관이었던 마드라사등 오래된

이슬람식 건축물이 즐비하기에 이런 곳을 구경하며 다니는 것도 좋지 싶습니다.

유럽이 문명적으로 암흑기에 접어들었을 시기에 세상의 빛은 이슬람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는 곳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지 싶습니다.

그 문명의 힘은 아슬람 세상에서 존재했던 모든 나라에 있었던 

마드라사라는 교육기관이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