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포사원) 월담하는 자... 누구인가요?

2010. 6. 1. 08:32동남아시아 여행기/하노이 방콕 배낭여행

운하 투어 배 시간이 맞지 않아 우리는 즉석에서 일정 변경을 합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왓포라는 사원 구경을 가기로 말입니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혼잡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갑니다.

 

여기까지 잠시 배타고 왔으니 '운하 투어다.' 생각하면 이게 바로 운하 투어입니다.

세상은 모두 내 마음 속에 있고 만물이 모두 내 마음이 정하는 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한낮의 햇볕은 무척 따갑습니다.

 

한 번 결정하면 단순하게 먼저의 계획은 바로 잊어버립니다.

마음속에 넣고 있어야 속만 상하잖아요.

방콕은 이렇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습니다.

Pho는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의미하는데 왓포는 국수 먹는 절입니까?

 

대전에 산다는 정 선생 부부와의 동행은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나이도 그렇고 그분 내외도 부부의 첫 단독 자유여행이라 우리처럼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 아무 부담없이 걸어 다니면 그게 여행이 됩니다. 

 

그래서 그분이 아는 정보였던 운하투어도 시간이 맞지 않자 바로 스케줄 변경을 하여 왓포를 보기로 합니다.

선착장에서 왓포로 가는 길은 무척 복잡합니다.

보도를 가득 메우고 골동품 같은 것을 내놓고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황학동 모습이라고 할까요?

 

길 건너에는 멋진 건물이 담 너머로 보입니다.

아마도 왕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담장 위의 저 문양... 어디서 보았습니다.

 

그렇군요?

바로 이웃나라인 앙코르 제국의 궁전이었던 프레아 칸에서 보았습니다.

시엠립에 있던 "신성한 검"이라는 의미의 왕궁인 자야스리라고 하는 프레아 칸입니다.

가루다가 벽을 지키고 그 위에 태국 국왕이 거처하는 왕국의 문양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물놀이하고 노는 왕궁 안으로 들어와 봅니다.

저 문양 속에는 부처님이 계십니다.

아~ 월담하는 자 그 누구인가요?

 

월담하는 자를 혼내시려고 그랬을까요?

아마도 이 부근의 나라는 저런 문양이 왕궁 담장의 인테리어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부처님보고 담장 위나 지키라 그러고 인간인 왕은 궁궐 안에서 편히 잠을 잡니까? 

 

그곳에서는 왕이 거처하던 당장 위에만이 아니고 내부 건물에서도 같은 문양의 벽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안에는 옛날 아유타야의 침공 때 벽감안에 계시던 부처님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유타야에서 모셔갔을까요?

 

어떤 곳의 벽감에는 아직 부처님이 남아 계십니다.

한마디로 부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의미입니다.

 

왓포 가는 길은 길거리에 벼룩시장이 섰습니다.

우리 눈에는 그렇고 그런 물건이지만 그들에게는 소중한 것이겠지요.

 

골동품으로 보이는 많은 물건이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모습을 보고 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물건은 거의 사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 해외에 다녀오며 신기한 것에 반해 물건을 여러 차례 사 왔지만

지금 그 물건은 어디에 박혀 있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생각, 생활방식이지만 비록 다르더라도 조금씩 다가가서 알아간다는 일은

대단한 경지에 올라야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여행은 주로 눈으로 보고 다니는 것에 치중합니다.

 

바로 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편견과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고 그들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왓포 사원 입구에는 커다란 석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습이 도교사원의 석상처럼 느껴집니다.

허리 자세가 마치 "숭구리 당당~~"이라는 춤을 추는 듯하여 혼자 픽~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모 개그맨이 허리와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추었던 춤 있잖아요.

아닌가요?

요즈음 인기 있다는 봉 춤인가요? 

 

여행이란 나 혼자만의 색안경을 과감히 벗어던질 때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어느새 그들이 성큼 내 곁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색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왓포의 입장료는 50밧입니다.

정 선생이 우리 입장료까지 냈습니다.

정 선생께서 나중에 귀국 후 직접 배 농사를 지으셨다고 맛난 배도 한 상자를 우리 집에 보내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고마운 분을 이번 여행지에서 만났습니다.

 

조금 전에 색안경을 벗어야 그들에게 다가간다고 했는데 태국은 햇볕이 너무 따가워 색안경을 벗기가.....

죄송합니다.

계속 쓰고 다니겠습니다.

 

이제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절로 들어왔습니다.

우리의 절은 자연과 하나가 된 모습으로 무척 고즈넉한 맛이 있는데 이곳은 그냥 지은 듯합니다.

하긴 평지에 지은 절이 무슨 자연과 동화되겠습니까?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모양의 탑은 스리랑카의 형식이지요.

옛날에는 불교의 발상지를 스리랑카로 인식하였지요.

탑의 끝 부분이 너무 뾰족합니다.

하늘이 불안하겠습니다.

 

가시나무 새는 일생의 단 한 번 마지막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다니다가 가시를 발견하면 자신의 가슴을 가시로 돌진하여 찔리고 붉은 피를 흘려가며 마지막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다고 합니다.

 

설마 가시나무 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 탑을 뾰족하게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가시나무 새가 이곳에 오면 평생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겠습니다.

 

佳人은 아직도 가시나무 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殺身成仁이 아니고 殺身成音정도는 되는가 봅니다.

새대가리의 생각을 어찌 인간이 이해하겠습니까?

(새는 대가리가 표준어입니다.)

 

가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무리하게 굶다가 죽었다는 유명 패션모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인간의 마음이 그런 가시나무 새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왓포라는 사원 내부를 돌아다니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강물이 넓은 바다로 흐르는 것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고,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거울이 세상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것은 그 표면이 맑기 때문입니다.

여행자가 그곳과 하나가 되는 방법은 무념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