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2009. 5. 1. 00:41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佳人의 여행기는 개인이 느끼는 소소한 일들입니다.

전혀 여러분들의 여행에 정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표현이나 느낌들은 개인의 생각임으로 혹시 여러분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제각각이 듯 여행의 방법도 모두 다릅니다. 

 

짐만 대강 던져놓고 다시 하노이 시내로 나왔다.

홍강이 휘감아 돌아가는 곳에 있다 하여 河內라는 이름의 하노이.

화룡관 가까이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 북단에 탕롱(上龍) 수상 인형극 극장이 있다.

 

극장 입구는 늘 붐빈다.

미리 예매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평가도 완전히 다르다.

재미있고 좋았다고 하는 사람과 의미를 몰라 졸렸다고 하는 사람.

 

우리 부부에게는 예술이란 너무 멀고 예술이라는 녀석이 우리를 거부하여 그냥 지나친다.

이럴땐 무식한 게 창피스럽다.

그러나 불확실한 것에 확실한 것을 걸고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다.

 

공연 시간과 요금표다.

가격이 최근에 100% 인상됐다고 한다.

 

화룡관 앞에서 바라본 버스 정류장...

저기서 버스를 3.000동만 내고 타면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시티투어를 하고 다시 이곳으로 온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시간이 있으시면 저기 서 있는 버스를 이용하자.

단돈 3.000동(270원)에 하는 저렴한 시티투어.

 

지난번 쥐를 다 잡았는데 혹시 남은 쥐가 있나 찾아다니다.

바로 이 골목 안에 있는 좌판대에 앉아 아침 쌀 국수를 15.000동을 내고 먹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서양인 커플이 우리 부부가 맛있게 국수를 먹는 모습을 보더니

슬그머니 우리 옆자리에 앉는다.

어디에서 왔느냐... 어디 어디를 보았느냐... 그리고 어디를 갈 거냐....

나 원 참!! 국수 먹으며 우리들은 참 별 이야기를 다한다.

 

아침을 먹고 다시없는 쥐도 찾아 나선다.

무작정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오늘 오전은 그냥 방황하고 다닌다.

 

앗~~

저런....

쥐가 아니고 하얀 아오자이를 입고 긴 생머리를 날리며 걸어가는 두 여인....

마음을 열고 다가서고 싶으나..... 너무 멀다.

베트남 여자들은 파마 비가 비싸 주로 생머리를 한단다.

오히려 그게 더 청순해 보인다.

가장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지난번에는 폭우로 물에 잠긴 거북섬이 오늘은 숨을 쉬고 있다.

거북이는 쥐가 아니다.

 

쥐 잡으러 나왔더니 여치다....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카메라 앞에 내 미는데 그만 너는 눈을 감고 말았구나.....

佳人의 용모(?)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구나...

네가 만들었니?

 

"아니요~~ 저 아저씨가 만들었어요..."

1분도 채 되지 않아 여치며 메뚜기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비록 나이 든 모습에 손은 거칠어졌지만 이 남자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재미도 배낭여행자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은 분명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임에 틀림없다.

 

시내 곳곳에는 이렇게 복권을 팔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인생역전을 노리고....

보도 바닥에는 이들의 큰 차양을 꽂아 두는 구멍들이 곳곳에 뚫려있다. 

행운이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호텔 앞.....

1953년 생산된 씨트로엥 승용차인데 타 보고 싶은 사람은 호텔로 연락하라고.... 

佳人의 나이보다는 젊지만 이 녀석들도 연식이 오래되었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관리만 잘하면 이렇게 명차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관리가 되지 않은 佳人은?

폐차 직전이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란다.

그래서 학교 앞에는 많은 승용차(?) 오토바이와 치맛바람이 펄럭인다. 

아니다 베트남은 아오자이 바람이다.

사랑이란 자식들에게만 하는 게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부부간에는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며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른 모든 일들은 사랑을 위한 준비작업이기 때문에.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 “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 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미우라 아야코의 글 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작은 말 한마디가 평생을 침묵하게 하는 바이올린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부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평생 함께 할 부부간에 말입니다.

 

비록 서투른 솜씨로 연주하더라도 들어주는 관객이 있을 때 그 소리는 아름답습니다.

아니... 그 연주자는 더욱더 열심히 연주하게 됩니다.

 

혹시 佳人의 말 한마디에 울 마눌님의 바이올린이 장롱 속에만  있지는 않는지.....

 여러분들의 바이올린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혹은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여보 당신의 바이올린은 또 어디에 두었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는 흔히 평생을 함께 걸어가는 여보 당신에게 소홀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며 여보 당신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부부란 배우자이며 동시에 친구일 수 있다.

친구가 될 수 없는 배우자는 배우자로도 자격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