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대성당 수탉교회

2009. 3. 25. 00:27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아침부터 쑤언 흐엉 호수를 돌아 달랏 역을 보고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다가 식당을 발견했다.

지금 시각 아침 8시 20분...

두 시간 정도를 걸어서만 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다.

관광객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에서 우리는 무조건 들어갔다.

 

우리는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이런 식당들만 주로 찾아다녔다.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나 이런 현지인들에게 영업하는 곳이나 말이

안 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곳에 가면 다른 느낌을 받는다.

 

佳人 : "얼마유?"

주인 : @#$%& (얼마라고 한다)

佳人에게는 외계인 말처럼 들린다.

멀뚱 거리는 나를 보더니 주인은 재빠르게 허리춤 전대에서 베트남 돈을 꺼낸다.

10.000동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고 다시 돈을 찾고 있다.

아마도 15.000동이나 20.000 동인가 보다.

 

나는 재빨리 10.000동을 가리키며 두장이냐고 손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고개를 가로로 흔든다.

그래서 10.000동짜리 지폐를 폈다가 다시 반으로 접는 모습을 두 손바닥을 폈다가

다시 왼 손 위로 오른손을 덮으며 보여주었다.

주인은 그때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푸~ 하하하하~~ 한 그릇에 15.000동...

佳人도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두 그릇을 주문한다.

우리의 거래는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세계 공통어인 잉글리시 보다 몸글리쉬.....

아니 손글리쉬로 우리는 의사소통도 완벽하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먹을 것 다 먹고 다닌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음식점을 찾으면 과연 몇 마디나 할까?

짜장 4그릇 우동 3그릇을 시킬 때 우짜~ 우짜~ 우 짜짜~만 하면 끝이라는데......

우리 같은 초보 여행자가 어설픈 그들의 말을 몇 마디 배워한다고 대화가 원활할까?

성조 차이로 외마디인 기차역인 GA를 발음해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설픈 현지어인 GA는 가라~~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호숫가 길로 내려와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일명 수탉 교회라는 대성당과 미친 집인 크레이지 하우스를 찾아간다.

한적한 호숫가 길에 바나나 행상이 목욕탕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는데......

사실 베트남은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더운 지방이라고 그럴 것이고 오토바이의 생활화로도 그럴 것이다.

 

울 마눌님 : "얼마유~"하며 손가락 검지를 편다.

1kg에 얼마냐는 말이다.

목욕탕 행상 : 20.000동 지폐를 보여준다.

울 마눌님 : 웃으며 다시 검지 하나만 편다.

10.000동만 하자는 이야기다.

웃으며 거래 성사.

 

이들도 무거운 저울을 들고 다니며 무게를 달아서 판다.

저울 눈금을 속이면 무서운 치우천왕이 싫어한다.

무섭지?

 

울 마눌님: "사실 10.000동도 비싸요~"

佳人 : 이번에도 존경의 눈치를 보내며 "어떻게 이곳 물가를 잘 알아?

그리고 비싸면 왜 샀어?"

울 마눌님 : "여인의 인상이 좋아 보였고, 너무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 덜어주고 싶었고.

그리고 이곳에는 왕래하는 사람들도 없는 한적한 길에서 장사를 하고 있잖아요~"

사실 주위를 둘러봐도 이 길에는 걷는 사람이 우리 부부밖에는 없다.

 

佳人 : "그런데 왜 비싸다고 해?"

울 마눌님 :  "이곳 달랏은 물가가 다른 곳보다 싸요. 그리고 어제 오면서 바오록 휴게소에서

바나나를 1kg에 8.000동에 팔았어요. 그곳도 비싸다는 휴게소에서...."

佳人 : "오~잉~~ 그런 것을 어찌 기억해?"

 

그렇다!!!!  

울 마눌님 카메라에 휴게소의 과일 매대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도 여자의 눈이 남자의 눈보다 더 날카롭고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佳人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하수였다~~~~~

 

이런 사연의 바나나는 무척 달고 맛있었다.

식사 양이 많지 않은 우리는 이 바나나만 먹어도 점심식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나그네는 멈추지 않고 길을 간다는데....

우리는 그곳 벤치에 앉아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佳人은 정말 맛있는 바나나를 먹었다.

 

내 곁에 이런 친구 한 사람이 있어 그것은 희망이고 행복이다.

그 친구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지칠 때는 기댈 수도 있고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 그래서 좋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佳人은 슬며시 마눌님의 손을 잡는다.

30년 전에는 가슴이 콩닥거렸고 혈압이 올라갔겠지만 지금은 그냥 바라만 보고 서로 눈웃음만 짓는다.

그래.... 佳人은 마눌님의 손을 슬며시 잡아본지가 언제였던가?

아~~ 이런.... 젠장~~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어떻세요? 님들께서는 가끔 손은 잡아보시고 사시죠?

마음속에 담아만 놓은 사랑은..... 써 놓고 보내지 않은 편지와도 같다.

가슴속에 담아만 놓은 표현은..... 편지함에 그대로 둔 메일과도 같다.

그거 오래되면 스팸메일처럼 하드만 가득 채우고 컴퓨터 용량만 차지한다.

메일은 매일매일 마구 마구 보내기를 클릭하자.

 

바나나를 맛나게 먹고 다시 길을 걸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궁전 같은 노보텔 호텔 정문을 끼고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길을 돌아 오른다.

예전에는 무슨 궁전이라는데 지금은 호텔로 개조되어 넓은 정원을 가지고 쑤언 흐엉 호수를

건방지게 내려다 보고 무척 폼 잡고 아주 멋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배낭 여행자에게는 의미도 없어 사진도 찍지 않았다.

 

언덕길을 거의 올라 꼬부라진 길을 걷는데 웬 중늙은이가 아주 유창한 영어로

더 늙은 佳人의 앞 길에 강력한 태클로 가로 막는다.

더 늙은 佳人 : "댁은 뉘시유?"

중늙은이 : "이지 라이더유~"

더 늙은 佳人 : " 그런데 왜 앞길을 가로막는 거유?"

중늙은이 이지 라이더 : &%$#@ (관광을 자신의 오토바이로 이용하라는 이야기겠지?)

더 늙은 佳人 : 두 발을 가리키며 "길을 여시지요~~ 우리는 두 발로 걷는다.

내 앞길에 태클을 걸껴?"

 

늙은 이지 라이더 : @#$%& (자신은 수학선생 출신이고 잘 모시겠다... 뭐 이런 말이겠지)

佳人 :  "이번에도 That's Yo~ That's Yo~~ 정말 됐어요~~"

울 마눌님은 오토바이라면 버선발로 좇아 나와 말리는 사람이다.

과거에 아픈 기억이 있단다. 

울 마눌님이 여자 이지 라이더였냐고?  그럴 리가요....

 

베트남을 다니다 보면 그들은 늘 자신의 낡고 너덜거리는 귀중한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

수첩에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한 각국 사람들이 자신들 언어로 이용 후기를 써놓게

하고는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보여주고 안심을 시키는 전략을 편다.

가끔 잘못 알고 중국어를 보여 주거나 일본어를 보여주는 어리 삐리 한 녀석들도 만난다.

 

요런 초보 삐끼들은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들의 능력은 정확히 한 번에 국적을 알아내는 데 있다. 

이게 바로 고객감동의 전략이다.

이국 땅에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들어보라....

 

그리고 세종대왕님이 창제한 한글을 보면 대부분 여행 중 정에 굶주린 한국인들은

경계심이 춘삼월 봄 눈 녹 듯 사라지고 기선을 제압당한다.

역시 중늙은이 이지 라이더는 단번에 한국어로 쓰인 곳을 편다.

오~~ 달인의 모습이다.

 

그들은 고객이 레이다망에 잡히면 동양 삼국의 국적을 빠른 시간 내에 알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니 하오"와 "곤 니찌와"와 "안녕하세요"가 바로 3초 안에 나와야 한다.

가끔 佳人은 장난스럽게 3개 국어로 인사를 하면 그들은 잠시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쳐다보는 초보 녀석들도 있다.

 

헷갈리는 녀석은 - 50점 감점 먹고 들어간다.

두 번 연타석 실수를 하면 옐로 카드에 레드카드까지 동시에 받고 즉시 퇴장당한다.  

결국 그 중늙은이 이지 라이더는 완강히 거부하며 "That's Yo"를 외치는 우리에게 앞 길을 열 수밖에... 

그곳이 바로 수탉 교회라는 대성당이 보이는 곳이었다.

 

수탉 교회란 이름은 수탉들을 위한 교회가 아니고 성당  첨탑 지붕에 수탉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1931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축하기 시작해 1942년에 완공된 성당이란다.

주로 이곳에 거주한 프랑스 사람들과 서양 휴양객들을 위한 성당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수탉은 프랑스의 심벌이다.

 

저걸 잡아다 쌀국수에 버무리면 그게 바로 "퍼 가"라고 하는 닭고기 쌀국수가 된다.

기름에 튀기면 털보 영감탱이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되고 매운 양념을 하면 우리의 불닭이 된다. 

아마도 닭이라는 의미의 "가"라는 말은 한자어인 계(鷄)에서 나온 베트남 말이 아닐까? 

그런데 왜 기차 정류장도 GA라고 하지? 

 

너무 멀고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고?

그럼 더 크게 확대해 보면 닭인데 수놈인지 암놈인지는 구분이 어렵다.

"그런데 거기서 모해여~~ 수탉이 아포여~~~?"

 

많이 아픈가 보다.

그러면 끌어내려 오늘 점심때 인삼 넣고 삼계탕이나 만들자~~

지난 독일 월드컵 때 수탉을 호랑이의 힘으로 끝장냈어야 했는데....

 

두 명이 안전장치도 없이 그냥 올라가 수술을 하나?

"그거 수탉 맞아요~~?

대답이 없다.

수탉이 맞다.

대가리(욕이 아니다. 짐승은 대가리가 표준어다.

가끔 짐승 같은 사람도) 꼭대기에 멋진 벼슬이 있으니까..

 

성당 입구에 예수님이 계신다.

그런데 불경스럽게 예수님 엉덩이를 만지고 있다.

아마도 더러워져 물로 씻겨주고 있나 보다.

"예수님~ 이제는 션~ 하시죠?" 

"옹야~~ 크레이지 하우스는 못 먹어도 고~~~ 가던 길을 조금만 더~~"

 

지금 우리가 온 이곳은?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학생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울 마눌님 : "미친 집이 어디여~~?"

여학생 : 멀뚱 거리며 쳐다본다.

울 마눌님 : "그럼 지금 여기가 어디메쯤...."

여학생 :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로 @#$%&(미치겠네~~)

佳人 : "아가씨~ 미치것쮸? 난 환장하것시유~~"

어이~ 학생~ 그래도 괜찮아~ 우리 부부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울지 않고 잘 돌아다니걸랑....

 

우리는 이렇게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미친 집을 미친 듯이 찾아 돌아다닌다.

지도 한 장 딸랑 들고....

크레이지 하우스는 위의 사진 끝으로 쭉 직진하다 왼편으로 올라가면 된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을 살다 보니 여자와 남자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와 같이 살아야 한다.

힌두교에서도 요니와 링가는 하나가 되어야 완벽한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가끔 남자가 남자끼리, 여자가 여자끼리 사는 이상한 만남도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