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씨엠립으로

2008. 12. 26. 00:42동남아시아 여행기/시엠립 배낭여행

여행 5일째/11월 4일/씨엠립 첫날

 

한국에서 하노이 왕복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 씨엠립을 편도로만 Add on 했다.

베트남 항공 Add on으로 30.000원 추가하고.

그래도 명색이 국제선인데 30.000원이라니.

 

짧은 구간이라 비행기를 타자마자 점심을 준다.

한국 출발 때는 오리엔탈 소스를 곁들인 어쩌고 저쩌고 해서 佳人에게 망신을 주었는데

 여기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준다.

인도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베지테리언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만 빵과 풀만 준다.

너는 베지테리언이냐?

佳人은 코리언이다~~~~

그래서 햄 한 조각이라도 더 얻어먹는가 보다.

 

아~~

불쌍한  佳人의 신발....

하노이에서 4일간 내내 비를 맞고 다니며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빗물을 먹었는지

나중에는 먹은 빗물을 밖으로 토해내기까지 하더라...

 

모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음악도 듣고 휴식을 취했다.

사실 여행 내내 새벽 4시에 잠을 깨 뒤척이다가 6시만 되면 밖으로 튀어나와 저녁 9시경에 들어갔다.

2시간의 비행 동안 편안했다.

좌석배정을 받을 때 웃으며 베트남 처자에게 같은 좌석을 달라고 이야기했더니만 특별히 우리 부부를

3인용 좌석에 둘만 앉아가게 배정을 해 주었다.

역시 "신 짜오~"라는 인사를 한 게 효과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저 옆에 있는 서양인들은 심각하다.

왜? 

 

노천명 시인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보다 더 애처로운 사람들....

바로 롱다리라고 자랑하는 서양인들....

 

3인용 좌석에 체격이 큰 세명이 꽉 끼어버렸다.

제일 큰 가운데 남자는 엉덩이를 약간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 2시간의 고문을 받는다.

사실 비행기 좌석 일반석은 체격이 큰 사람들에게는 비행 내내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세 사람 모두 체격이 큰데 3인용 좌석에 앉게 하고 우리 부부는 두 사람만 앉도록 배려를 했다.

 

이리저리 엉덩이를 틀면서 앉다가 눈이 마주치자 佳人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니 웃으며 그냥

앉아 가겠다고 한다.

사실 이리로 건너오면 우리 부부가 불편해지겠지?

"친구~~ 그냥 지나가는 인사 치례였어~~ 행여나 넘어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셔~~"

 

역설적으로 행복은 남의 불행에서 느낄 수 있다고 했던가?

행복과 불행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지금 불행하다고 영원히 불행한 것은 아니다.

잠시 불행할 뿐이다.

그게 인생살이고 그것을 느낄 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비행기는 하노이에서 곧바로 남으로 베트남 상공을 내려와 씨엠립과 같은 위도에서 서쪽으로 거의

90도 회전하여 씨엠립으로 향한다.

비행기에 달린 내비게이터 때문에 오늘의 여정은 생략한다.

 

2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씨엠립 공항에 도착한다. 

시엠 립(Siem Reap)은 예전 앙코르 제국 시절 태국의 샴족을 물리쳤다는 뜻이라 한다.

그러나 앙코르의 멸망은 샴족의 아유타야 왕국의 침략을 받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는 캄보디아란 프랑스의 신민지, 킬링필드, 폴 포트, 크메르루주나 200만 명의 동족을

대학살 한 이야기 속의 나라로만 다가온다.

 

씨엠립 공항은 자그마한 시골역 같다.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를 걸어서 입국장이 있는 청사로 들어가야 한다. 

청사를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창구가 여러 개 보인다.

제일 왼쪽에 기내에서 작성한 입국 신고서를 여권과 사진을 함께 제출하면 1개월 단수 비자를 내준다.

1개월이라고 혹시 한 달 동안 들락거릴 수 있다는 환상은 금물이다.

하룻만에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또 20불 내고 다시 받아야 한다.

사진 한 장과 비자피 20불을 함께.

 

그런데 기내에서 작성한 신고서 양식이 바뀌었다고 다시 쓰라고 종이를 내준다.

무슨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베트남 항공은 하루에도 몇 번씩 왕복하며 이런 것도 제대로 하지 않냐?

다른 외국인이 쓰는 신고서를 커닝하며 개발 새발 그려가며 끙끙거리고 쓴다.

그러나 사실은 양식이 변경된 게 아니라 웃돈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이곳은 원래 한국인에게는 1달러를 더 요구하는 공항이다.

 

창구에 다시 쓴 신고서를 주면 오른편으로 여권이 여러 사람 손으로 전달되어 제일 오른쪽 끝에 앉아있는

직원 손에 전달되면 비자를 여권에 붙여 내어 준다.

그러면 두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가운데 죽 앉아있는 20여 명은 왜 앉아 있는지.....

그리고 이곳에서는 비자를 정확히 20불 정가에 아무 말도 없이 즉시 발급해준다.

 

여행사 패키지로 온 한국 단체 여행객들은 5불의 급행료를 얹어주는 조건으로 따로 모아서 나간다.

그러면 급행이라 빨리 나간다고?

이곳에서 화물은 사람들의 손으로 비행기에서 공항청사로 옮겨온다.

결국 우리처럼 그냥 제대로 20불 정상 요금만 내고 나가도 우리가 더 빠르다.

 

씨엠립 공항은 5불의 편리함보다는 누구 짐이 먼저 나오느냐에 달렸다.

급행이라고? 절대 급행이 아니다.

같은 비행기로 온 일본 단체 여행객들은 모두 개인별로 비자를 받는다.

모자를 보면 베트남에서 넘어온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다.

왜 우리 한국사람들만?

 

바로 이런 돈이 이곳 직원과 + 알파(?)들을 더 부패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차라리 그렇게 우리 관광객들을 편히 모실 마음이 있었다면 미리 모든 신고서를 작성하여 주면 되지...

급행료 내고 완행 대접받는 민족은 세상에서 우리나라 사람 밖에는 없다.

그리고 설령 빨리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뭐할 건데?

 

이제 세관 신고서를 저기에다 제출하고 나가서 짐만 찾으면 된다.

질서는 아름다운 것이다.

불편한 게 아니고 오히려 일 처리가 더 빨리 진행된다.

 

우리는 미리 씨엠립에 있는 한국인 숙소에 픽업을 부탁했다.

2일간 픽업 나온 그 툭툭를 이용하면 공항 픽업이 무료란다.

만약 그냥 도착한 사람이라면 5불 정도의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시내로 간다고 한다.

 

우리를 태우고 갈 툭툭 기사가 佳人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佳人 : "하이~~ 반갑네... 친구~~"

총각 : "@#$%&" (반갑다는 말이겠지 뭐~~)

佳人 : "총각 이름은?"

총각 : &%$#@

佳人 : "자네 뭐라카나?" 메모지를 내밀며 "여기에다 써 봐라."

총각 : "뻣"이고 나이는 26세로 우리 막내아들과 동갑이다. 

佳人 : "우리 모레까지 사흘 동안 즐겁게 지내자~ 미스터 뻣~ 너네 동네라고 너무 뻣뻣하게 굴지 말고~~"

 

툭툭이도 주차료를 내나 보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이 총각 헬멧 뒤만 쳐다보고 모레까지 다니게 생겼다.

자네.

조심하게.

佳人이 화가 나서 자네를 째려보면 헬멧에 구멍이 날지도 모른다네.

 

공항을 나서는데 벌써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빈곤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영광스러운 앙코르제국의 후예들...

벌거벗은 아이들, 그리고 "원 달라"를 인사처럼 외치며 조악한 기념품을 들고 집요하게 달려들지만

그들의 눈망울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유난히 눈이 크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크메르의 후손들.

  

시내로 들어오는 길....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고 한적해 보이기도 한다.

 

이제 시내로 들어온다.

조금씩 차량과 사람이 보인다.

지금 이 길은 1.000여 년 전에 건설된 크메르의 영광과 패망을 함께한 6번 도로다.

그 도로에 삼성 휴대전화 광고판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워졌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온 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지금 행복하다고 영원히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지금 불행하다고 영원히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함께 있으니 내가 어느 것을 꺼내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