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프의 성 세라핌 사원(Temple of Saint Seraphim of Sarov)

2020. 5. 12. 06:00조지아 2019/보르조미

숲속에 수도사가 앉아있고 그 앞에 곰 한 마리가 보입니다.

수도사의 손에는 빵으로 보이는 것이 들려있고 곰에게 빵을 주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수도사 머리 뒤로 후광을 그린 것으로 보아 범상치 않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보르조미 공원 케이블카 정류장(Borjomi Cable Car Station)에서 조금 더 걸어봅니다.

길가에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에 들여다 보니 위의 사진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모터 펌프로 물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 물은 어젯밤에 보았던

프로메테우스 동상 옆으로 흐르는 폭포수였습니다.

 

그리고 산 위에 아파트가 보입니다.

국립공원 내부일 텐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공원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사시는 주민도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가면 포장도로로 바쿠리아니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비포장도로로

작은 암자와 같은 오두막이 있고 작은 규모의 성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 성당과 오두막 그리고 정자처럼 지붕을 한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은 사로프의 성 세라핌 오두막(Temple of Saint Seraphim of Sarov)이라는

곳으로 그러니 사로프 수도원 소속의 성자 세라핌의 오두막이라는 말인가 봅니다.

 

성자 세라핌은 이곳에 머물며 25년간이나 운둔 하며 수도 생활을 했다는데

평소 곰과도 대화를 하며 지냈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면 등이 굽은 모습으로

그의 모습을 그렸는데 실제로 굽은 등이었다네요.

그는 치유와 예언의 능력이 뛰어났다고 하네요.

 

이탈리아 여행 중 이와 비슷한 성인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청빈의 성자라는 성 프란체스코 말입니다.

아시시라는 지방에 가면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는데 죽은 지 2년 후 성당을 지어

그에게 봉헌한 성당이라고 합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그는 청빈한 생활로 모범이 되었기에

그 후 많은 신자가 그를 따르려고 하지요.

지금 교황의 이름 자체도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을 사용하잖아요.

아마도 청빈의 성자였던 성 프란체스코를 멘토로 삼고 싶었나 봅니다. 

 

 프란체스코가 베바그나 마을로 가는 도중 갑자기 몰려든 새들에게 설교하자

신기하게도 새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앞으로 다가와 설교하는 말을

들으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그런 기적을 보였기에 많은 사람이 그를 성인으로 모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위의 사진에 보듯이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 비슷한 기적이 이곳에도 있었나 봅니다.

사실 새에게 설교하기보다 곰과의 생활이 더 어렵지 않겠어요.

아마도 성자 세라핌은 우리나라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환웅 이래

최고의 성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환웅은 곰을 인간으로 만들어 부인으로 삼아 단군을 낳았으니 환웅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지만, 좌우지간 환웅 이후 최초의 곰과의 사건이

바로 여기서 생겼다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이곳은 조지아 사람은 물론 유럽인에게 신비의 장소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하며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혼잡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와 소원을 빈다고 하니

오전 이른 시각에 찾아가는 게 좋지 싶네요.

 

여기 오두막이 보입니다.

이 오두막에 그가 머물며 수도 생활을 했나 봅니다.

오두막 안에는 당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오두막 밖에 작은 정자 하나가 있고 그 정자 아래 바위가 있습니다.

그냥 보면 아주 평범한 바위지만, 자세히 보면 더 평범합니다.

세라핌 성자는 이 바위에서 주로 수도 생활을 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이 대부분 이 바위를 찾아온다고 합니다.

이 바위 위에 앉아 수도 생활을 주로 했기에 이 바위가 신비한 힘을 주는 바위라고 합니다.

그러니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고 합니다.

성자 세라핌은 예언의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했으니까요.

 

바위 아래를 보시면 틈 사이로 종이쪽지가 무수히 끼워져 있습니다.

바로 원하는 소원을 적어 이 바위 밑에 끼워두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그러면 우리도 많은 원가를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소원을 적어 끼워두고 가야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소원을 적은 종이를 바위 아래에 끼워는 두는데 걱정이 있습니다.

수도사는 조지아 사람인데 우리 한국어로 적어두면 과연 우리가 쓴 글을 읽기나 할까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수도사도 아마 구글 번역기 정도는 돌릴 줄 알지 싶습니다.

이곳에 계시며 얼마나 많은 외국인을 만났겠어요?

그래도 오늘은 이상한 번역으로 한글을 번역하며 땀 정도는 흘리지 싶기는 합니다.

 

그 많은 나라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해결책은

딱 하나 구글 번역기지 싶습니다.

뭐 곰과 대화도 하신 분이라 한국인과의 대화도 번역기 없이 어렵지 않을 듯하기도 하고요.

또 한국인은 곰의 후손이 아닌가요?

그래서 소원 바위 밑에 한글로 소원을 적어 끼워두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 중 하나가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정말 효험이 있는 곳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우리가 찾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곳에 제법 오래 머물며

수도사와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곳은 유명한 곳이 분명합니다.

 

사로프의 성 세라핌 사원의 3총사는 오두막과 소원 바위와 성당입니다.

두 가지는 보았으니 성당을 보겠습니다.

성당은 무척 작고 소박한 편입니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누구나 그냥 들어와 기도하는 곳이네요.

내부는 대여섯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네요.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문 앞에는 성물을 전시해 놓고 필요한 사람은

돈을 내고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무인 판매대라고 해도 되겠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라핌 성당 바로 아래로 길이 하나 보입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보르조미 센트럴 파크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길은 맞는데 길 상태가 진창길이라 정말 엉망진창입니다.

미끄러지지 않고 내려가는 것만도 다행일 정도입니다.

왜 제갈공명이 진창성을 공격하며 애를 먹었는지 이 길을 걸어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