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0. 08:00ㆍ조지아 2019/트빌리시
사랑의 도시라는 작은 스위스 시그나기를 떠나야 합니다.
어제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려다 보니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주인에게 연락하니 고장이 났다고 공동욕실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미리 수리하지도 않고 손님을 받고 가격 또한 공동욕실의 방은 저렴한데...
그러고는 아침 일찍 우리에게 배관이 고장 나서 그러니 배관 수리를 한다고
일찍 방을 비워 달라고 합니다.
원래 체크 아웃은 12시라고 했지만, 나중에 다시 돌아와 보니 수리는 커녕
우리 방에 다른 투숙객을 이미 받아두었더라고요.
일찍 일어난 김에 숙소에 머물기 답답해 우리만 아침 산책을 나왔습니다.
2019년 5월 7일 화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원래 이곳에서 1박을 한 후 트빌리시까지 주인의 차를 이용해 투어를 계획했습니다.
트빌리시 가는 길에 다비트 가레지 수도원이 있는 동굴(Davitgareji Cave)을
들렀다가 가려고 계획했으니 그렇게 하며 일반 교통편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다비트 가레지를 적절한 가격에 구경하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숙소의 행태에 화가 났고 특히 이곳까지 오며 동행과 겪었던 많은 일이
더는 그런 일을 추진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고 또 함께 다니면 서로 간에
갈등만 더 일으키지 싶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문제는 있겠지만요.
그냥 우리는 이곳 조지아에서는 마슈룻카(Marshrutka)라고 부르는
미니버스를 타고 트빌리시로 가렵니다.
마슈룻카는 조지아에 있는 미니버스를 이용한 교통수단으로 주로 도시 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개념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이용할 수 있더라고요.
아침 산책을 잠시 하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가 오늘 트빌리시로 갈 버스표를 예매했습니다.
일찍 체크 아웃 해야 하기에 처음 계획했던 오후 1시 떠나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앞차인
11시 출발하는 표를 예매해야 했네요.
버스 정류장은 한가하고 개 두 마리만...
그런데 예매했던 표는 위의 사진처럼 그냥 띠 종이에 아주머니가 자필로 사인하고 줍니다.
일행 모두 여섯 장의 표가 아니라 네 장의 표만 샀습니다. (4라리/1인)
일단 여성 두 분은 어제 도착부터 힘이 들어 숙소에만 머물기에 우리가 시그나기로 올 때
우리 차비를 대신 내주었기에 돌려주는 것 대신 아침에 숙소를 나올 때 표를
대신 사다 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원래는 코카서스 3국부터는 모든 경비는 본인이 직접 지불하기로 했지만, 빌린 돈이기에...
그러고 돌아와 11시 표를 예매했다고 하니 늘 따로 다니던 부부가 불쾌하다고 버럭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는데 이유가 자기네 표를 사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그 분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했을 수 있지만, 돈을 미리 우리에게 주고 표를 사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가능하면 서로간에 불편한 일이 생기는 것도 예방하고...
이미 따로 다니기로 한 후 지금까지 각자 돈을 내어 스스로 표를 끊거나 택시를 이용할
경우 나중에 분담했는데 왜 우리가 표를 사주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어제도 이곳에 와서 둘만이 택시로 다니고 지금까지 그랬는데
왜 오늘은 우리가 표를 사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네 사람을 떼어두고 매번 두 사람만 따로 택시 타고 다닐 때는 문제가 없고
우리만 표를 샀다고 화를 내네요.
그 사람은 어제 이곳으로 오며 우리에게 네다바이 당했다고까지
심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요?
던지지도 않은 동전을 던졌다는 둥 거짓말로 우기기만 하는 사람인데...
그러면 아직도 시간이 넉넉한데 지금이라도 나가서 표를 사면 되지 왜 우리가
사다 주어야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 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여행에서 나 혼자도 힘든데 다른 사람까지 신경쓰며 다닌다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숙소 주인이 일찍 나가라고 해 미안한지 우리 짐을 버스 정류장까지 무료로
실어다 주겠다고 하며 부킹 닷컴에 숙소 후기를 쓸 때 잘 써달라고 부탁까지
하는데 우리도 그렇지만, 사람이란 늘 그런가 봅니다.
사람은 일이 잘못 되면 언제나 자기의 잘못에는 늘 관대하고 모든 잘못을
상대의 탓으로만 돌리지요.
차편에 짐을 싣고 모두 탈 수 없기에 네 사람은 차를 타고 가라고 하고
우리 부부는 그냥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이렇게 또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11시에 출발하는 마슈룻카를 타고
트빌리시로 갑니다.
출발 전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시그나기에서 조지아 심 카드를 샀습니다.
15라리에 보름간 5GB 용량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습니다.
버스는 2시간 정도 걸려 시그나기에서 104km 떨어진 트빌리시 삼고리
(Tbilisi Samgori Railway Station) 지하철역 부근의 터미널에 도착했네요.
이제 여기서 지하철을 이용해 디두베역으로 가면 지하철역 인근에 우리 숙소가 있습니다.
좌우지간, 오늘뿐이 아니라 이미 우리는 물론 그 사람도 서로 감정은 많이 상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이제부터는 그 사람의 말은 무조건 무시하기로 하니 오히려 편하고 그냥 무덤덤해집니다.
그래도 우리 여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추녀 끝에 걸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풍경은 바람이 불어야만 그 맑은 소리를 냅니다.
우리의 삶도 아무런 풍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생의 즐거움을 알지 못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며 살아야 우리의 삶도 더 윤택해집니다.
여행도 편안한 여행으로 얻는 것보다 힘들고 고생스러워야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서로간에 오해가 싹트면 그 결과는 둘 사이에 불편만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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