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 풀라(Kaštel Pula)에서의 아침산책

2019. 3. 29.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크로아티아

호수같이 고요한 물 위에 흰 돛단배가 한가롭게 떠 있습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베네티안 포트리스(Venetian fortress)라는 카스텔 풀라(Kaštel Pula)에 올라 바라보았던

풀라 항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산책을 나섭니다.

오늘 일정은 지난밤에 잠시 둘러보았던 구시가지를 산책하고

언덕 위에 있는 요새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런 다음 풀라를 떠나 어제 이곳으로 올 때 버스를 바꿔 타고 온 로비니로 올라가

그곳에서 1박 하며 구경하려고 합니다.

 

2018년 4월 29일 풀라에서 일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요일은 교통편이 많이 바뀌니 오늘 이동에 제시간에 올라갈지 모르겠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따르더라고요.

 

어제저녁에 나가 구시가지 구경을 했지만, 아침의 모습은 어떨까 해서 다시 복습에 들어갑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아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샤워도 하고 아침 준비도 하게 되네요.

이곳 시각으로 새벽 5시면 시차가 6시간으로 우리나라는 정오니까 배가 고프기도 하지 않겠어요?

 

풀라 아레나 앞에 보이는 해안가 리바 거리로 가는 길에 공원이 있습니다.

그 공원의 이름이 티토 공원이네요.

티토가 유고연방을 다스렸던 때가 언젠데 아직도 티토 공원입니까?

이곳 사람은 속도 좋은가 봅니다.

 

그런데 그 공원에는 청동으로 만든 흉상이 많이 보입니다.

1941~1945년 사이에 희생된 희생자를 기리는 조형물이고 파시스트에 대항했고

크로아티아 독립을 위해 지하운동을 하다가 죽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소인가 봅니다.

 

유명한 작가였던 제임스 조이스의 청동상이 보입니다.

그는 세르기우스 개선문 앞에 있는 카페에 자주 들렀던 그였나 봅니다.

그의 모습은 이곳에서 북으로 더 올라가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도 청동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구시가지의 모습은 행인이 눈에 띄지 않아 좋습니다.

모두 어제 돌아보았던 곳이지만, 이른 아침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위의 사진은 대형 시장인데 이곳마저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나 봅니다.

 

가장 붐볐던 포럼 광장과 시청사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시내 모습은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더더욱 조용하기만 하네요.

 

이제 풀라에서 제일 높은 언덕 위로 올라갑니다.

오늘 찾아갈 곳은 카스텔 풀라라는 곳입니다.

그러니 풀라 성이라는 의미겠지요?

 

카스텔 풀라는 굳이 요새 안의 박물관이나 전망 탑에 오르지 않더라도

주변 풍경이 좋아 꼭 올라봐야 하는 곳이라 생각되네요.

호수처럼 잔잔한 풀라 항의 모습도 보기 좋고...

무척 평화스러운 곳으로 느껴집니다.

 

언덕 위에서 항구 앞에 자리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풀라 아레나의 모습은

2천 년의 시간을 오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모습이지요.

어찌 이런 곳에서 로마 시대에 만든 유적을 만날 수 있을까요?

 

풀라 성이라는 카스텔 풀라는 풀라 중심에 자리한 언덕 위에 세운 요새로 베네치아 공국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 지은 요새이기에 베네티안 포트리스라고도 부른답니다.

당시 이곳뿐만이 아니라 아드리아 해를 끼고 있었던 대부분의 도시가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지요?

 

베네치아 공국은 아드리아 연안을 따라 대단한 세력을 떨친 해양 도시국가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해양 도시국가 네 곳이나 있었다는데 아말피, 피사, 제노바

그리고 베네치아 공국이었다네요.

따라서 베네치아의 지배 지역은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지금의 크로아티아 전역은 물론

그 아래까지도 세력을 떨쳤다고 합니다.

 

이 요새는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도시 전체는 물론 항구와 풀라 만까지 모두 관찰할 수 있기에

풀라 전체를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곳이네요.

1630~1633에 프랑스 군사 기술자인 안토니오 데 빌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되었기에

프랑스 스타일의 요새입니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를 완전하게 장악한 막강한 힘을 지닌 국가였죠.

그들이 지배했던 지역마다 이렇게 방어 요새나 성벽을 튼튼하게 쌓아 외침에 대비했네요.

그러나 사실은 그들이 이곳을 침략한 후 지배했던 일이 역사적 사실이 아닌가요?

 

이곳 요새 건축에 사용된 석재는 주변 채석장에서 채취한 돌은 물론

로마 원형 경기장인 풀라 아레나에서 떼어낸 돌도 있다고 합니다.

더 위대한 유적의 아랫돌을 빼내 이곳에 형편없는 성을 지었다고요?

 

요새의 가운데는 직사각형의 모양이 있고 추가로 5각형 타워 4개를 만들어

주변 경계에 이용했다고 합니다.

공중에서 바라본 요새의 모습은 마치 별처럼도 보이고 꽃봉오리처럼 생각되기도 하네요.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사적인 중요성은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이스트라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로마의 대단한 유적인 콜로세움조차도 로마 시내에 짓는 다른 건축물의 석재를 공급하는

채석장 역할을 했다잖아요.

콜로세움의 역할이 사라지자 콜로세움에 사용된 석재를 뜯어다 성당 건축이나 귀족의

개인 저택을 짓는 데 사용함으로 콜로세움을 로마 시내에 있는 채석장이라고 불렀다지요.

여기 풀라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콜로세움이나 풀라 아레나도 안팍으로 사용된 석재는 모두 사라지고

그 안에 있는 시멘트만 흉물스럽게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