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존 레넌의 벽(Lennonova zeď)

2017. 10. 17.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네루도바 거리를 따라 내려오다 존 레넌의 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갑니다.
우리 세대에는 비틀스와 존 레넌이 낯설지 않고 익히 알고 있는 가수가 아닌가요?
그런데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과 이곳은 무슨 연관이 있어 그런 벽이 생겼을까요?

 

프라하성에서 내려와 이곳에 올 때는 네루도바 거리에서 성 니콜라스 성당(St. Nicholas Church) 광장 앞을

 지나야 하며 체코에서는 성 니콜라스는 성 미쿨라셰라고 부른다네요.

성당 광장에는 성 삼위일체 탑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이 탑은 흑사병이 끝나고 감사의 의미로 만든 탑으로 유럽 어느 도시나 쉽게 볼 수 있는 탑이라죠.

 

이 성당은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연주했다는 오르간이 아직 그대로 보관되어 있답니다.

그때가 1787년이었고 4년이 지난 1791년 모차르트가 죽자 사흘 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추모 미사가 올려졌던 곳이라 합니다.

프라하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랍니다.

 

성 미쿨라셰(니콜라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크로스라네요.

그는 생전 아이들과 불우한 주민을 위해 그의 재산을 아낌없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나 봅니다.

이런 이유로 크리스마스 날에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전해졌다고 하네요.

 

시내 방향에서 올 때는 카를교가 끝나는 지점에 캄파(Kampa) 섬이 있고 그 섬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섬에서 동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바로 그라피티로 뒤덮인 존 레넌의 벽이 있네요.

이곳은 프라하 대수도원장 거처의 벽면이라고 하네요.

 

사실, 존 레넌 벽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다녀간 적도 없고 그의 유품이 묻힌 곳도 아니며

더군다나 그의 유골이 묻힌 곳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그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라네요.

 

아마도 냉전 시대의 산물이 아닐까 짐작되네요.

정치적인 생각은 누구나 사람마다 자기만의 판단이 있고 이상이 있겠지요.

이때 등장한 사회 조류가 바로 히피족이 나타났고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요.

 

체코 역시 당시는 암울한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그때는 소련이 체코의 전후처리를 맡으며 공산당 일당독재가 시작되었답니다.

점차 많은 사람이 공산당 독재에 지쳐갈 때 당시 공산당 최고 비서에 오른 두브체크가 자유화 노선을 제창했고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프라하의 봄은 드디어 싹을 피우기 시작했다네요.

 

그러나 이런 자유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국과 체코의 공산당은

더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다스렸다고 하네요.

정말 암울한 시기였을 겁니다.

 

당시 이런 숨 막히는 사회에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분출구가 있었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통한 것이 아니겠어요?

물론, 자유 서방국가에서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음악이 조류를 이루었지만,

공산주의 권역에서는 철저하게 이런 조류를 막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파라는 것에 무슨 국경이 있겠어요.

바로 프라하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이런 비공식적으로 흘러들어온 많은 음악 중 하나가

바로 비틀스의 노래가 아니었을까요?

마치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존 레넌의 노래가 그들의 암울한 마음을 조금이나 달랬지 싶네요.

 

이때 비틀스의 멤버 중 하나인 존 레넌이 피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에 프라하 젊은이들은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존 레넌을 애도하는 의미로 바로 이곳 벽에 추모의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존 레넌의 벽이라 부르게 되었다네요.

 

그 후 누군가 존 레넌의 이매진이라는 노랫말 적어놓으며 더욱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의 글을

하나둘씩 이 벽에 적기 시작했답니다.

점차 그 내 용이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으로 변해갔고

이곳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토론의 장으로 변해갔답니다.

얼굴도 모른 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글이 많아지자 정부에서는 이곳이 불신과 선동을 조장한다고

정기적으로 지워버렸답니다.

 

그러나 이들의 열망을 지운다고 잠재울 수 있겠어요?

지운 다음 날 또 이 벽은 그런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고...

검은색으로 벽을 칠해 지우면 흰색으로 글을 적고 흰색으로 지우면 검은색으로 글을 적었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사라지고 세계 각국의 사람이 모여 낙서를 하는 낙서의 장이 되고 말았네요.

물론, 한글도 빠지지 않았더라고요.

암울했던 시기에 생겨났지만, 지금은 세상 사람 누구나 이곳에 와 글을 적을 수 있겠네요.

그러나 그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