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6. 09:00ㆍ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프라하성에서 카를교로 내려가는 길 중 네루도바(Nerudova)라는 거리가 있는데
꼭 이 길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구경거리가 많고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네루도바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많은 체코인이 사랑하는
얀 네루다(Jan Neruda)라는 시인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잠시 거리 위를 쳐다봅니다.
네루도바 거리 위로 멋진 건물이 보이고 그 건물 벽을 장식한
독특한 문양이 눈에 띕니다.
마치 조각을 한 벽돌을 쌓은 건물로 보이네요.
그러나 이것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죠.
르네상스 양식으로 회색 바탕 위에 흰색 모르타르를 칠해 흰색 칠을
일정한 문양으로 벗겨내는 스그라피토(sgraffito) 기법을 이용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멋진 문양을 만들 수 있네요.
이탈리아에서 한때 유행했던 건축 기법 중 한 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행에서보다 유난히 체코에서 자주 보았네요.
이런 기법이 발달하게 된 연유는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게 되자 노동 인력이 부족해지고 임금이 올라가자 그때까지 활발했던 바로크 양식의
건축보다는 그냥 이중으로 바른 단순한 벽에 겉 표면이 마르기 전에 칼 같은
도구를 이용해 긁어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 동원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임금이 오르고 사람 구하기 어려워 생긴 일종의 경제적인 표현 기법인 셈이네요.
스그라피토 기법은 프랑스의 트롱프뢰유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분청사기도 이런 표현 방법 중 한 가지가 아닐까요?
양각이든 음각이든 한 번 덧칠 후 벗겨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제 네루도바 거리를 따라 내려갑니다.
이 거리가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거리는 예전에 대관식이나
외국 국빈 사절이 프라하에 들어오면 화약탑에서 출발해 시청이 있는
올드타운 광장을 지나 카를교를 거쳐 프라하 왕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기에
왕의 길이라 부르는 곳 중 한 곳이지요.
물론, 왕이 대관식을 하거나 행차 때 이 길을 거쳤기에 불렸을 것이고요.
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비해 거리에 있는 집 대부분을 자세히 보면
보통 문 바깥에 모두 덧문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만든 이유는 한기를 막기 위함이라 하네요.
원래 추운 지방에서 문밖에 덧문 하나씩 만들어
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잖아요.
이 거리에 있는 집이 유난히 덧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블타바 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이 골목을 타고 많이 올라오기 때문이라 합니다.
아무래도 옛날에는 난방시설이 열악하기에 매서운 겨울 강바람을 막기 위한
삶의 지혜가 아니겠어요?
마지막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집으로 들어가는 문 위에 만든
문양들로 이런 문양을 만들어 붙여놓은 이유는 집을 구분하기 위함이라 합니다.
지금이야 모든 집에 번지를 숫자를 부여해 숫자만으로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그시절에는...
옛날에는 아직 숫자로 된 번지수가 없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유럽을 다니다 보면 큰 거리를 따라 모든 집이 하나의 건물처럼
이어져 지은 곳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집을 짓다 보니 그곳에 사는 가족이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집을 찾는데 무척 어려웠을 겁니다.
이에 생각해 낸 것이 집집이 다른 색을 칠하는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유럽의 마을을 다니다 보면 알록달록한 색깔을 칠한 집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러나 여기처럼 많은 집이 있을 때는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그 집을 나타낼 수 있는 그 집 고유의
문양을 만들어 대문 위에다 붙여놓는 것이겠지요.
이런 모습 중 유명한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데 가세의
상점 거리로 그곳에 가면 그림이나 문양만으로 그 가게의
취급 상품을 알 수 있을 정도잖아요.
여기도 마찬가지겠지요.
주로 그 집주인의 직업을 나타내는 것일 겁니다.
상가지역은 그 집의 취급품목을 걸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잖아요.
위의 집은 의술을 행하던 집이었을까요?
위의 사진처럼 바이올린 세 개가 겹쳐있으니 이 집은 아마도 3대에 걸쳐
바이올린을 만든 가문일 것이지 싶습니다.
아니면 3대가 바이올린 연주자일까요?
성배를 만들어 놓은 집은 그 주인이 성당에서 사용하는 성물을
주로 만드는 직업을 가졌을 겁니다.
황금 성배이군요?
열쇠가 보입니다.
이 집 주인은 열쇠 제작이나 수리공이었을까요?
그러나 꼭 직업만을 나타내지 않았을 겁니다.
좋아하는 동식물의 모양을 문양으로 상용한 집도 있습니다.
장사하지 않는 일반 집의 경우는 주인이 좋아하는 형상으로 만들었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 집은 무슨 집이었을까요?
독수리가 좋아 독수리를 만들어 두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금잔이 보이고 뱀이 감고 있는 형상이라면 혹시 의사나 약사가 아니었을까요?
이 집은 황금 편자를 걸어두었습니다.
황제의 마차를 몰던 마부였을까요?
아니면 마차나 편자 수리공이었을까요?
쉬우라 만든 것이 오히려 더 혼란만 주네요.
또 존경하는 인물일 수도 있고 좋은 글귀를 적어둘 수도 있었겠지요.
그게 무슨 법률로 정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집고 차별화하여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함이 아니겠어요?
일종의 문패였던 이런 사인들은 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 유입이 증가했던
1300년대부터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770년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보헤미아 지방의
모든 거리에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하여 현대식 주소를 사용함으로
더는 이런 방법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형태의 문양을 집에 만든 곳은 물론, 이 거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프라하 시내를 걷다 보면 쉽게 볼 수 있고 유럽 어디나 이런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이 네루도바 거리에서는 아주 쉽게 볼 수 있다는 말이겠죠.
여행이란 집 대문 위의 이런 모습을 보며 다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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