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전(八卦田)은 완펑린(만봉림:万峰林)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2017. 3. 14. 09:00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완펑린은 관람차를 타고 구경하는 방법이 있고 우리처럼 걸어서 즐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이곳을 찾는 여행자의 99.9% 이상이 차를 타고 구경하지요.

별로 힘든 코스가 아니기에 시간 여유만 있다면 사실 걸어서 돌아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백수란 시간과의 싸움이라 굳이 빨리 가지 않아도 되기에 오늘 하루는 이곳에 오롯이 전부를 투자하렵니다.

 

우리는 이미 7년 전에 부부 둘이서 완펑린을 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 일반 버스를 1원 주고 타고 종점까지 들어가 만불사를 구경하고

일반 버스가 다니는 아랫길을 걸어서 이곳 입구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종점 정류장 이름이 대석판이었지요.

돌이 워낙 많은 지역이라 정류장 이름도 돌판입니다.

이 지역에 사는 부이족은 워낙 돌을 좋아해 돌로 집을 짓고 사는 민족이죠.

좋아하기보다는 제일 흔한 재료가 돌이기에 돌로 집을 짓는다고 봐야겠지요.

나무가 많은 지역에 사는 먀오족이나 동족은 주로 나무로만 집을 짓고 사니까요.

 

잠시 뒤돌아 우리가 걸었던 길을 봅니다.

제법 많이 걸어 들어왔네요.

이렇게 관봉도는 관광을 위해 산허리에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주 잘 만든 길이라 평탄하기에 걷는데 전혀 불편함이나 힘듦이 없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가 걷는 관봉도를 따라 포장도로가 보이고 작은 강이 흐릅니다.

바로 우리가 예전에 걸었던 그 길입니다.

그때는 시내버스가 저 길로 다녔는데 지금은 경구에서 운영하는 그린 버스만 다니는데 동네 사람은 무료인 듯하고

우리에게는 50원을 받습니다.

 

그때 걸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입장료를 내고 관람차가 다니는 윗길로 걸어 들어가며 구경한 후

다시 걸어 나오려고 합니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즐기고...

이제 우리의 걷기를 격려하는 의미로 비까지 그쳤습니다.

 

오늘은 오후 내내 이곳에 있으려고 했기에 얼마나 걸릴지 시간은 전혀 문제 되지는 않지만,

오늘 일기가 불순해 내리는 비가 우리 트레킹에 방해하려나요?

도착했을 때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지만,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다 오다 말기를 반복합니다.

 

관람차를 타고 편하게 빨리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천천히 두 발로만 걷는 여행을 즐기기에

무조건 입장권만 사서 걷기로 했거든요.

이렇게 걷는 것도 즐겁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마을 양쪽으로 둥근 형태의 밭이 보입니다.

이런 형태를 돌리네(Doline)라고 부른다지요?

돌리네라는 곳은 용식 함지라고 한다는데 여기처럼 석회암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 팔괘전이라고 부르는 만봉림 돌리네의 대표선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팔괘전(八卦田)이라고 멋진 이름을 붙여 스토리 마케팅을 하더군요.

팔괘란 주역에서 나온 모양으로 이를 가장 멋지게 사용한 사람이 제갈공명 아닌가요?

물론, 공명의 팔괘진도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요.

그러나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그 팔괘진에 흠뻑 빠져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그 자연현상을 알고 나면 조금은 허탈해지기도 하더군요.

바닥이 여기처럼 석회암 지역에서는 지하수에 의해 석회암이 녹아버려 생긴 구덩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여기 같은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기본적인 구조이며 흔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완펑린에서는 이 모습을 팔괘전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더 특별하게 포장하여

이곳의 대표 상품으로 내놓고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게 하지요.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고 봐야 하겠지요?

여기는 규모도 상당히 크기도 하고 예쁘게도 생겼습니다.

 

그 크기는 아주 다양하다고 하네요.

이런 지형에서는 물을 가둘 수 없기에 논농사를 지을 수 없고 주로 물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밭농사 위주로 이루어지겠지요.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이라 하니 신기한 현상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에 대한 자료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여기 아주 잘 설명해주는 자료가 있어 올려봅니다.

돌리네라고 부르는 구덩이는 부근에 있는 다른 돌리네와 합쳐져 크게 만들어지면 우발레(uvale)라고 하고,

여러 개의 돌리네가 융합하여 큰 골짜기나 분지가 형성되면 폴리에(polie)라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시내 가운데에 갑자기 꺼지는 싱크 (sink hole)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종류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주변의 부실공사로 생기는 경우도 많겠지만요.

 

위의 사진은 예전에 완펑린을 찾았을 때 관봉도는 걷지 않고 아래 차도를 걸었었는데

그때 팔괘전이 궁금해 그곳을 찾아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궁금하면 들어가 봐야 합니다.

 

제일 오른쪽 아래의 사진이 팔괘전의 제일 중앙 부분입니다.

멀리서 볼 때는 신기해 보여도 이렇게 들어가 살펴보면 허탈해집니다.

세상은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곳이 있고 가까이 보아야 더 아름다운 곳이 있습니다.

 

먼저 본 팔괘전이 가장 완벽하지만, 사실 이곳 완펑린을 걷다 보면 위의 사진 속에서도 

움푹 꺼진 많은 돌리네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완펑린은 석회암 지역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렇기에 이곳은 쌀농사는 어렵겠지요?

 

이런 곳은 걸어야 제맛입니다.

혹시 완펑린을 찾으시려는 분이 계시면 관람차를 타고 구경하지 마시고 무조건 걸으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나무로 걷는 길을 만들어 완만하기에 그리 힘든 코스도 아니고 아주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멋진 곳을 구경하려고 여기까지 오려고 시간도 경비도 많이 투자했는데 원가가 얼마나 들었습니까?

그냥 휘리릭 하고 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의 여행은 주로 걷는 여행입니다.

타는 편함보다는 걷는 즐거움을 더 선호합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풍경과 걸어가며 보는 풍경이 다릅니다.

여행 경비는 아끼고 즐거움은 두 배나 됩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하면 솔직히 몸은 더 편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