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젠토 가는 길

2017. 6. 20.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아그리젠토

화사한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 델 센트로의 식당입니다.

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곳이었고 우리는 이 호텔에서 2박을 했습니다.

 

아침 식사 포함에 3인실이 도시세까지 모두 208.000원(2일)을 지불했습니다.

음식 가짓수도 제법 많고 맛도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위치 또한 팔레르모 첸트랄레역에서 멀지 않아 편리한 곳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에는 호텔이 여러 개 있습니다.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이탈리아 여행을 하다 보니 한 건물에 여러 개의 호텔이

함께 있는 곳이 제법 되더군요.

물론, 큰 호텔은 독자 건물을 운영하겠지만...

 

한 건물 안에 호텔이 여러 개 있다면 규모가 작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들어가 보니 방이 수십 개나 되는 면적이 대단히 넓은 건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그런 곳도 아닌 듯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오늘의 일정에 대해 잠시 생각합니다.

오늘은 당일치기로 아침에 아그리젠토로 출발해 저녁에 다시 팔레르모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이번 시칠리아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아그리젠토 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10월 21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팔레르모 첸드랄레 기차역으로 가 아그리젠토행 기차표를

자동 발매기에서 8.3유로/1인에 삽니다.

이제 기차표 사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창구보다는 자동발매기가 무척 편하네요.

 

그런데 시간이 가까워졌는데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기차 시각표를 올려다보니 우리가 타고 갈 기차 시각 8시 43분에 플랫폼 표시가 뜨지 않고

SOPPRESSO라는 글자만 보입니다.

커피 종류의 에스프레소는 알아도 소프레소는 모르겠습니다.

 

출발 시각은 가까워졌는데...

마침 기차역 청소하는 사람이 지나가길래 무조건 붙잡고 저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았지만...

우리를 데리고 발권창구로 데려가네요.

그 분이 이야기한다고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우리가 알아듣겠어요?

창구에 있는 직원이 뭐라고 하지만,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르니 답답해

 우리 수첩을 들이밀고 글로 써달라고 했습니다.

위의 글은 암호가 아니라 팔레르모에서 8시 43분 출발 아그리젠토에 11시 30분 도착 기차

취소되었으니 트렌 이탈리아라고 쓴 버스가 옆 광장에 있으니 타고 가라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눈칫밥으로 살아온 게 여기서 발휘되지요?

 

손가락을 알려주는 대합실 옆문으로 나오니 제법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며 기다립니다.

젊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그리젠토행 버스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차가 졸지에 취소되고 기차 회사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기차표 끊고 버스 타고 가보신 적 있습니까?

 

미리 자동발매기에서 샀던 표는 확인도 하지 않고 버스에 태웁니다.

기차표가 없는 사람도 그냥 타도 되겠네요.

버스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로 진입하더니만....

 

금세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립니다.

우리가 샀던 기차표는 사용도 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 카운터에 주며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이탈리아 기차표는 발권 후 2개월간인가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도시 간 거리는 약 140여km로 멀지 않지만, 9시경 출발해 12시에 도착했으니

3시간을 달렸으니 시속 40~50km 정도라는 말이네요.

추월조차 하지 않고 달리니 오죽하겠어요?가는 길 내내 비도 오락가락합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공사 중인데 공사하는 사람도 없이 그냥 방치한 듯하니...

혹시 팔레르모에서 아그리젠토로 가실 분은 기차를 타시고 버스는 피하셔야 하는데

우리처럼 기차 운행이 취소되면 그마저도 방법이 없지 싶네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보았던 풍경입니다.

돌산 위에 성을 지어놓고 마을이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곳에 마을을 건설했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오르비에토가 생각납니다.

그곳도 교황이 전쟁으로부터 피신하기 위해 돌산 위에 지은 마을입니다.

왜 이들은 이렇게 물도 구하기 쉽지 않은 험한 돌산 산꼭대기를 좋아할까요?

아마도 예전부터 지중해를 중심으로 설쳐대던 해적을 피해 산으로 올라갔을까요?

아니면 로마의 후손이기에 언덕에 세운 나라의 후손이라 그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