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는 바람이 그립습니다.

2016. 2. 29.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콘수에그라

풍차는 바람이 그립습니다.

내리쬐는 태양보다는...

풍차는 늘 그곳에 외롭게 서서 바람을 기다립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맞으며...

바람 불지 않는 날에는 바람을 기다리며...

 

그러다 어느 날 바람이 불면 뼈대만 앙상했던 날개에 옷을 입습니다.

넓고 황량한 대지로부터 이 언덕 위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 옷을 입어야만 풍차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찌그덕거리며 그 육중한 날개가 돌아가야 풍차는 즐겁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키호테가 나타나 거인의 팔이라고 달려듭니다.

아니... 덜수 같은 佳人이 달려들지 모릅니다.

이런 상상을 하며 이곳에 오르면 그 느낌 하나는 무척 좋습니다.

 

이곳은 그냥 느낌으로 들러보는 곳입니다.

풍차란 우리 같은 여행객에는 낭만이고 느낌이고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바람에만 의존하는 살아가기 위한 삶이고 현실입니다.

 

저기 보이는 저런 풍차를 향해 돈키호테가 돌진했다고요?

한국의 덜수 佳人이나 스페인의 덜수라는 돈키호테는 뭐가 다를까요?

우리 함께 풍차를 향해 돌진해보자~~

세상을 살다 보니 가끔은 돈키호테가 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상상 속의 이야기인 돈키호테라는 이야기 속의 고향이라는 이런 황량한 곳까지 찾아오는 우리가 정말 덜수같아.

길도 제대로 난 곳이 아닌 메마른 땅에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직 세르반테스의 힘이지 싶습니다.

그런 말도 되지 않은 엉뚱한 소설 하나 때문에 이곳은 오늘도 관광객으로 붐비네요.

 

역시 이곳에서도 중국의 힘은 강합니다.

이제 유럽 어디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여기도 한 무리의 중국인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성조 때문에 멀리서도 중국인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오래전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를 그대로 베낀 도시를 만들어 분양했다는 중국이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를 그대로 베껴 분양했지만,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스핑크스에 피사의 사탑은 물론 세상에 좋다고 소문난 것은 모두 베끼는 판에

이제 얼마 후에는 콘수에그라의 풍차 마을도 중국에 가면 볼 수 있을 겁니다.

멀리 이곳까지 찾지 않더라도 중국에만 가면 구경할 수 있지 싶습니다.

 

책도 적당히 읽어야 하나 봅니다.

돈키호테처럼 소설 속에 너무 빠져들면 맛이 갔다고 하지요.

비록 그는 사회의 부정부패를 몰아내겠다는 숭고한 뜻을 지니고 떠났지만,

민폐만 끼치면 그 또한 잘못이 아닐까요?

사실, 세금도 내지 않은 돈키호테의 이달고 계급도 민폐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대 돈키호테의 지위가 하층 귀족 이달고로 그들의 하는 일은 책 읽기 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었지 싶습니다.

그런 현상을 작가는 돈키호테라는 인물로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톨레도 남동쪽으로 건조한 들판에 황량한 느낌이 드는 여기와 같은 지방이 바로 라 만차 지방입니다.

라만차라는 말의 어원은 아라비아 어로 "건조한 땅"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이 지역을 그래서 카스티야 라 만차라고 부르는 곳이지요.

라 만차 중에도 카스티야 라 만차 말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이나 먼지 풀풀 날리는 그런 지역인가 봅니다.

 

파란 하늘...

하얀색을 칠한 원뿔 모양의 탑에 위태롭고 언바란스하게 느껴지는 대형 풍차.

풍차는 뜨거운 태양보다 바람이 그립습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돈키호테가 창을 비껴 잡고 로시난테를 타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들 것 같은

그런 먼지 펄펄 날리는 지방입니다.

돈키호테는 절대로 자전거를 타고 오지는 않습니다.

 

사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돈키호테가 돌진했다는 풍차는 이웃 마을인 캄포 데 크립타나에 있는 풍차라 합니다.

그러나 그쪽으로 가는 길은 지금 우리가 접근한 곳과는 출발지점이 다른 곳이기에 톨레도에서 가장 접근이 쉬운

콘수에그라를 찾아왔습니다.

왜?

옆 동네이고 분위기와 맛도 비슷한 곳이니까요.

 

바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주 무대가 이것이 아니겠어요?

그의 흔적이 남았을 여러 마을인 캄포 데 크립타나, 엘 토보소, 프에르토 라피세,

콘수에그라 같은 많은 마을이 있습니다.

황량한 벌판에 비도 잘 내리지 않는 먼지만 풀풀 날리는 척박한 땅에 만약, 세르반테스가 아니었으면

누가 주목이나 하는 마을이겠습니까?

 

캄포 데 크립티나 마을 부근에 엘 토보소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돈 키호테가 상상 속 여인인 둘시네아가 살았다고 생각한 마을입니다.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그곳에 가면 정말 둘시네아의 저택이라는 집도 만들어 놓았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 독자들도 그곳에 가면 정말 소설 속에 빠져들어 돈키호테처럼

그녀의 흔적을 찾고 있을지 모릅니다.

 

모두 갈 수는 없고 그중 톨레도에서 교통이 편리한 콘수에그라만 들러

 살짝 맛이 간 돈키호테의 맛만 살짝 보고 가렵니다.

아마도 많은 관광객이 돈키호테의 오리지널 마을보다 콘수에그라에 더 많이 들릴 겁니다.

그 이유는 같은 풍경에 하나 더 많은 풍차가 있고 교통이 편리해 접근이 쉽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요.

어차피 상상 속의 여행인데 원본만 고집할 이유는 없지요?

오히려 이슬람 지배 시대에 만들어 놓았던 작은 고성도 있어 구경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원본 캄포 데 크립티나를 능가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는...

우리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사람은 물론 패키지여행으로 오는 사람도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거쳐

코르도바나 세비야로 가는 코스 중간에 잠시 차를 세워 증명사진 찍고 다시 갈 수 있는 곳이

콘수에그라이기 때문이겠죠.

 

여기 있는 풍자는 각각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마을 쪽으로 5개의 풍차가 있고 고성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7개의 풍차가 있어 모두 12개의 풍차가 콘수에그라에는 남아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풍차의 모습이 거인으로 보이나요?

그런 생각이 드셨다면 여러분도 돈키호테와 같은 급이십니다.

보통 사람의 생각에 거인으로 생각하는 돈키호테를 정신 이상자라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돈키호테가 있었기에 이곳이 유명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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