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의 숲 코르도바 메스키타

2016. 2. 9.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코르도바

메스키타 북동쪽 담장에는 위의 사진처럼 제단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제단은 분명 무어인이 만든 게 아니라 카스티야 왕국에서 만들었을 겁니다.

성모 마리아의 조상 주위로 9개의 등을 걸어둔 모습으로

등불의 성모 마리아(Virgen de los Falores)라고 해야 하겠네요.

 

이는 메스키타 전통 축제의 이름이기도 하답니다.

등불의 성모 마리아상을 왜 이런 벽에 덧붙여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佳人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네요.

 

매년 8월 중순이 되면 메스키타 옆 라파엘 천사상이 있는 승리의 광장에서 매일 밤

플라맹코와 코플라 공연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승리의 광장에 있는 라파엘 기념탑 중간 부분에는 코르도바의 순교자인 성 빅토리아와

성 바바라 그리고 성 아시스클로 조각상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도 코르도바 메스키타의 아름다움 속을 빠져봅니다.

메스키타는 로마 시대는 야누스 신전이 있었고 서고트 시절에는 산 비센테 교회가 있었던 자리에

세운 것으로 위의 사진에 보시듯이 지금도 메스키타 안의 지하에는 당시 서고트 시절의

교회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모자이크 장식 바닥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유리로 덮어놓아 이곳을 찾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네요.

758년 술탄인 아브드 알 라흐만 1세는 이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서고트인의 교회를 거금을 주고

건물터를 샀다고 하는데 그래도 적절한 가격을 주고 사서 메스키타를 지었나 봅니다.

우리는 1.30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그들의 숨결을 지금 마주 대하고 있습니다.

 

그랬기에 처음 이곳에 메스키타를 세울 때 이슬람 건축가는 이슬람 양식의 전통을

고집하지 않고 이곳에 원래 있었던 교회의 주춧돌과 기둥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기둥은 다른 곳에서 뽑아왔다고 하지요.

 

그 때문에 내부가 상당히 어두워졌다는데 만약, 예전 모습이었다면

정말 아름다웠을 것으로 생각하네요.

지금 보시는 856개의 기둥은 그리스나 다른 곳에서 가져온 신전의 기둥으로 만들었다고 하지요.

 

처음에는 천 개가 넘는 기둥이 있었다는데 가운데를 헐어내고 성당 건물을 지으며

수백 개는 뽑아내 버렸다고 하네요.

그럼 그 기둥은 어디에 두었으며 원래 처음 이곳에 메스키타를 지을 때 가져온

기둥이 있었던 곳의 유적은 어찌 되었을까요?

 

기둥을 연결하는 아치와 채광은 그야말로 신비로운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메스키타를 생각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바로 기둥입니다.

기둥의 숲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둥 일부가 사라지고 메스키타 한가운데에 성당을 지었지요.

메스키타 건물 일부만 헐어내고 말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지붕 두 가족이라는 말입니다.

 

원래 이곳에는 1.200여 개의 기둥이 있었다고 하니 기둥이 바로 메스키타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메스키타를 처음 지을 때 한 번에 지은 게 아니라 처음 짓기 시작해 시대별로 계속 그 옆에 이어서

증축을 하다 보니 기둥의 길이도 다르고 색깔 또한 달라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기둥을 보면 무척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둥근기둥 위에 덧대어 기둥을 더 올린 모습이 보이네요.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기둥은 이 사원을 위해 특별히 만든 기둥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곳의 신전을 헐어 이리로 싣고 와 기둥으로 세우다 보니 기둥이 짧아

높이 지으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치형 말발굽 형태를 기둥 위로 덧붙여 쌓아 올리는 겁니다.

숏다리 기둥을 이용해 만들다 보니 오히려 더 아름다운 신전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성립하는 겁니까?

편법으로 만든 것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게 아이러니 하기는 하네요.

 

원래 이런 말발굽 형태의 건축술은 서고트에서 시작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두 가지 돌을 서로 교대로 아치를 만들어

지금의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그냥 보면 기둥만 보이지만, 하나씩 따지고 보니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는 것은 일부 기둥 위로 아치 모양을 다른 곳과 달리 이중으로 겹쳐 올렸다는 겁니다.

이는 중량을 분산시키는 방법 중 한 가지라고 하네요.

그러니 예술적인 모양보다는 과학을 앞세운 것이 지금은 예술적으로 아름다움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곳에서 기둥을 뽑아 왔기에 기둥의 양식이 이오니아는 물론, 코린트 양식도 있고

도리아 양식도 함께 있습니다.

어디 기둥 양식만 다른가요?

석재의 재료도 대리석에 화강암에 마노석까지 아주 다양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 메스키타는 로마의 신전이 있던 곳에 서고트가 들어와 그 위에 주춧돌을 올리고

교회를 세웠던 터 위에 그리스 등지에서 뽑아온 기둥을 올려 이슬람 양식이 가미된

모스크를 지었으니 다국적 사원인 셈입니다.

건축 양식도, 건축 자재도 메스키타 터도 모두 짬뽕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세상이 이렇게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살아가면 좋은 텐데...

세상은 나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면 서로 이질적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서로 하나의 목적으로 헤쳐 모이니 이 또한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탄생했네요.

바로 메스키타는 서로 이질적인 문화가 하나로 뭉쳐 융합의 예술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코르도바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메스키타와 알카사르일 겁니다.

두 곳 입장료가 각각 8유로와 4유로 정도입니다.

그러나 두 곳에 아침 9시 20분까지 입장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메스키타는 9시 30분에 무조건 나와야 하기에 8시 30분 문을 열 때 시간을 맞추어

들어가야 제대로 볼 수 있기에 바쁘신 분은 먼저 메스키타를 보시고 알카사르는

9시 20분까지만 들어가면 들어간 사람은 내보내지는 않으니

하루에 두 곳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