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30. 08:00ㆍ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신이 만든 창조물 중에 가장 완벽하고 뛰어난 게 인간이라 했습니까?
그럼 인간이 만든 창조물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이곳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건축물이 여기지 싶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마치 신의 영역에
도전장이라도 내민 듯 느껴집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모카라베 장식은 인간이 신의 손을 빌려 빚은 듯 하지요?
건물의 대칭과 파티오에 비치는 물의 반영은 마치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의 소중함을 아는 민족이기에 물의 활용은 상상을 불허합니다.
알람브라 궁전을 모두 구경하고 나면 앞으로는 인간이 만든 더 아름다운 건축물은 없지 싶네요.
아벤세라헤스의 방을 구경하면 그다음 방은 제왕의 방(Sala de los Reyes)입니다.
왕의 거실이니 아무래도 가장 좋은 곳에 만들지 않았을까요?
무하마드 5세는 이곳에 궁전을 증축하며 자기가 사용할 곳이라 더 큰 관심을 보였을 겁니다.
게다가 건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무하마드 5세가 아닌가요?
왜 한때 암살의 위험을 피해 가톨릭 국가였던 카스티야 왕국의 세비야에
몸을 잠시 의탁하며 피신했다는 그 왕 말입니다.
그곳에서 페드로 1세가 만든 세비야 알카사르를 보고 너무 놀라워 다시 복귀해
더 멋진 나만의 궁을 만들겠다고 해서 만든 곳이 바로 사자의 궁이라 했던가요?
세비야에 잠시 몸을 의탁하고 지낼 때 그곳 알카사르를 새로 지은 페드로 1세와
건축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지요.
그는 세비야 궁전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궁전을 만들려고 했을 겁니다.
다시 이곳으로 복귀하자마자 시작한 게 바로 사자의 궁이었습니다.
그러니 묻고 따지면 섭섭해할 겁니다.
앞쪽에는 사자의 정원이 있고 뒤로는 파르탈 정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전용 목욕탕까지 두어 호화롭게 지냈을 겁니다.
같은 풍경이라도 창틀이 아름다우면 위의 사진처럼 풍경은 더 아름다울 겁니다.
액자 모양의 창틀조차도 佳人의 눈길을 끕니다.
정원에는 수많은 기둥이 있는데 어느 것은 하나, 또 다른 것은 두 개씩
그리고 세 개로 짝을 이룬 것도 있습니다.
시간 많은 어떤 사람이 세어보았다는데 모두 124개나 된다고 합니다.
사자의 궁 파티오는 그야말로 기둥의 숲입니다.
그런데 기둥은 대체로 가늘지만, 적의 포격이나 지진에 대비해 중간에 납을 넣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올려다보면 마치 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는 착각에 빠집니다.
보석이 매달려 있는 그런 느낌도 납니다.
제왕의 방은 천장이 사각형입니다.
각 방향으로 창을 다섯 개를 두어 어두운 실내에 하늘의 빛을 불러들였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사진조차 쉽게 찍을 수 없는 곳입니다.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곳은 누구나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모두 예쁠 것 같습니다.
넓은 공간에 홀을 꾸몄고 안쪽으로는 응접실로 사용하는 큰 방 두 개
그리고 작은 방을 세 개나 두었습니다.
그 방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제왕의 방(Sala de los Reyes)에는 역대 나스르 왕조 왕의 초상화를 그린
천정화가 위의 사진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부르는 방 이름이 제왕의 방이랍니다.
나스르 왕국의 왕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천장을 올려다보며 조상의 은덕으로
지금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효자가 분명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 있었을까요?
왕이 이곳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옷도 입지 않는 여자로부터
마사지를 받은 방이라죠?
컥!!! 오늘 이곳에 온 김에 마사지나 받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옴마! 나스르 왕은 신보다 더 행복했지 싶네요.
아무리 신이라도 그런 호강을 누린 신도 없을 겁니다.
그 여자의 몸은 왕만 볼 수 있게 하려고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는
모두 맹인으로 골랐다고 합니다.
왕이기에 참 여러 가지 했네요.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더많이 행복했을까요?
그런 일도 자주 하면 식상하지 않았겠어요?
절제의 미학을 몰랐을 겁니다.
이 구역은 왕족의 개인 공간으로 후궁들이 기거했던 하렘이라는 곳이라네요.
이곳 하렘은 그리 크지 않나 봅니다.
하렘의 지존은 오스만 튀르크의 이스탄불이 아닐까요?
2층에는 모두 10개의 방이 있답니다.
후궁은 그곳에서 함께 살며 이제나저제나 왕의 기별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나날을 보냈지
싶은데 삼천 궁녀가 번호표 뽑아 하루씩 불려 간다고 하면 제일 끝 번호는 어찌 되는 겁니까?
이는 천일야화가 아니라 삼천일야화가 되겠지요?
하렘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수백 명의 여자가 기거하며
왕의 부름을 기다리며 늙어갔던 곳입니다.
부름이 없으면?
팔자라 생각하며 처녀로 늙어가겠지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게 아니겠어요?
후궁은 왕의 은총을 받기 위해 애를 썼으며 한번 은총을 받아 잉태라도 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딴 기분일 겁니다.
뭐 하늘 꼭대기로 올라갈 필요도 없습니다.
천장을 올려다 보면 거기에 바로 별이 있잖아요.
천장뿐 아니려 벽을 보아도 별천지입니다.
그런 후궁을 시기 질투하여 왕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는 게 싫어
상대 후궁의 아이를 죽이는 일도 비일비재했을 겁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다른 후궁의 아이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즐거운 마음에 돌아와 보니 자기 아이가
또 다른 후궁에 의해 먼저 이 세상을 떠난 후였다는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가 바로 이런 곳에서 생겼지 싶네요.
바로 여기에 서서 우리 처럼 창밖을 내다보며 "이 년의 팔자는
왜 이리 박복해 사내 복도 없을까?" 하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렘의 여자들은 왕의 눈에 띄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을 겁니다.
그게 어디 이곳만의 일이겠어요?
그때는 세상의 모든 나라의 후궁은 그리 살았을 겁니다.
서태후도 노력해 황제의 눈에 들어 세상을 호령했고 측천무후도 사내까지 바꾸며
아비와 아들을 옮겨가며 권력의 중심에 서 나중에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환관은 좋은 사람 소개해 권력을 나누기도 했고 줄을 잘 못서 하루아침에
개털이 되기도 했겠지요.
환관 팔자가 후궁 팔자인 셈이죠.
그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무척 아름다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주랑을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 있는 분수는 건조할 때 습도 조절을 했으며
더운 여름에는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했을 겁니다.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라 이곳에는 과학도 숨어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알람브라 궁전은 과학입니다.
아름답다고만 유명한 게 아닌가 봅니다.
물의 이용을 보면 정말 더는 다른 방법이 없지 싶습니다.
방안과 주랑에 분수를 만들어 자연 에어컨의 역할을 하게 했으며
파티오에는 연못을 두어 아름다움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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