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벤세라헤스의 방(Sala de los Abencerrajes), 알람브라 궁전

2015. 11. 27. 08:00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레오네스 궁.

이슬람은 하늘의 모습을 이곳 레오네스 궁에다 만들었습니다.

파티오를 만든 이유도 하늘을 정원에 담고 싶어서였을까요?

사방에 건물로 둘러싸인 답답하고 좁은 공간에 마치 숨구멍이라도 뚫어놓은 듯

파티오를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사자의 궁이라는 레오네스 궁을 돌아보며 자꾸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의문 하나가 자꾸 생각납니다.

이슬람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금기로 여기지 않나요?

 

그래서 모든 조형물에는 기하학적 문양이나 글 또는 식물 같은 형태로

장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라후 아크바르(알라 신은 위대하다.)라든가 뭐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사자의 모습이라니?

사자는 동물의 형상이 아니고 당초무늬나 된답니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번 파리 테러에서도 이슬람 테러범은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쳤다지요?

 

이 사자 상은 유대 왕이 선물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12마리의 사자는 유대 12 부족의 의미라 하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물이라도 사자 형상은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

그때그때 다른가요?

우리가 따져서 뭐하나요? 그쵸?

 

또 다른 이야기는 유수프 1세의 뒤를 이어 권좌에 오른 무하마드 5세는

즉위 5년 만에 암살의 위기를 넘깁니다.

유수프(Yusuf) 1세는 수프를 만든 사람이 아니고 바로 방금 보고 온 코마레스 궁을 만든 왕이라 하지요.

재미있게도 그는 피신을 위해 이곳을 떠나 얼마 전까지 죽자살자 싸웠던 적국인 카스티야 왕국으로

잠시 몸을 의탁하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무하마드 5세의 재임기간은 1354년부터 1359년까지 5년간 이곳에서 왕으로 있다가

세비야로 잠시 피신했다가 3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컴백해 1362년부터

1391까지 29년간이나 더 했다고 합니다.

재위 기간이 두 번이나 된다는 말이겠죠?

 

다시 컴백한 후 왕권이 안정되고 이곳 알람브라 궁전 건설에 전력을 다했기에

지금의 모습은 대부분 그때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당시 카스티야 왕은 잔혹 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페드로 1세입니다.

 

페드로 1세는 세비야 알카사르를 지은 왕이죠.

그 두 사람은 정을 나누며 특히 건축에 무척 많은 관심이 있어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을

건축에 관한 토론으로 날을 보냈나 봅니다.

페드로는 세비야에 새로운 궁전을 세울 때 이슬람식으로 많은 부분을 도입했나 봅니다.

 

훗날 다시 복위한 무하마드 5세는 알람브라에 돌아온 후 페드로와 나눈 많은 이야기를

건축에 실제 도입함으로 이슬람 건축의 최고봉이라는 알람브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세비야 가톨릭 궁전을 모태로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세비야 궁전을 능가하겠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하니 경쟁은

또 다른 세계적인 유산을 만든 셈인가요?

차라리 전쟁이나 하는 군사적 경쟁보다는 이런 예술적 경쟁이 훨씬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때 만든 게 바로 세비야 궁전의 중전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사자의 정원이라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정원의 하나는 이렇게 가톨릭의 색채가 가미된 경쟁의 결과였습니다.

물론, 세비야의 정원은 이슬람 양식으로 무어인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으니 사실, 그게 그것입니다.

 

적과의 동침인가요?

우리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싸우며 정이 들어 그랬을까요?

그러나 이곳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이슬람과 가톨릭 사이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 납 나다.

 

우리가 톨레도에서는 반대로 그런 일을 보았습니다.

후에 몸을 의탁했던 가톨릭 왕이 나중에 복위한 후 오히려 톨레도에 근거를 둔

이슬람 세력을 공격하여 멸망시키기도 했지요.

물에 빠진 자 건져주면 보따리가 아니라 목숨까지 내놓으라 하나 봅니다.

 

이렇게 무하마드 5세에 의해 사자의 궁이 만들어지며 왕은 코마레스 궁에서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오며 이곳이 이들 세상의 중심이 되었을 겁니다.

이들 세상도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 중심축이 함께 이전하게 되었지요.

 

정원과 접한 곳에는 세 개의 방이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부터 아벤세라헤스의 방(Sala de los Abencerrajes), 제왕의 방

(Sala de los Reyes) 그리고 두 자매의 방(Sala de los dos Hermanas)이 있습니다.

 

아벤세라헤스의 방(Sala de los Abencerrajes)부터 들어가 봅니다.

방은 무척 아름답지만, 이 방에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전해 오는 방이지요.

그 방에서 아벤세라헤스 일족 36명의 사내가 모조리 참수당했기에 방 이름을 그리 부르나 봅니다.

그때 흐른 피가 방바닥에 넘쳐나 수로를 타고 사자의 정원으로 흘러넘쳤다 합니다.

그 피가 사흘이나 흘렀다고 하니....

 

명예롭지 못한 이름이 아직도 남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부관참시는 들어보았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마다 모두 아벤세라헤스를

두 번 죽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벤세라헤스는 당시 명문가였다고 알려졌지요.

그 가문은 이곳 알람브라 궁전 안에 거주했을 정도로 지체 높은 가문이었나 봅니다.

 

아침에 매표소를 통해 들어올 때 궁전 터만 남은 그 가문의 집터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곳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아브딜과 대립각을 세웠던

북아프리카 출신의 왕족이었다 합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왕의 후궁 한 사람과 이 가문의 사내가 사랑에 빠져 여름 별궁이 있

헤네랄리페 정원에서 연애 질 하다 왕에게 들켜 화가 난 보아브딜 왕은 이 가문의 사내란 사내

는 모두 불러 한꺼번에 이곳에서 참수했다고 합니다.

명문가면 뭐합니까?

원래 명문가였기에 한방에 훅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때 그 가문 전체를 이곳으로 불러들일 때 그냥 오라고 하면 오히려 왕이 당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궁중 파티를 연다고 속이고 불렀다 합니다.

파티에 참석하려고 들뜬 기분으로 이곳에 들어온 36명의 사내는

파티가 무르익자 한껏 기분에 취했지 싶네요.

이때 왕의 손짓이 떨어지고 밖에 몰래 대기시켰던 왕의 근위병이 무장한 체 들이닥쳐

불문곡직 목을 치기 시작했답니다.

 

사내 36명이 한꺼번에 참수 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일족이 멸문지화를 당했는데...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아름다운 장식이 돋보이는 저 구석으로 몰아넣고

굿판을 벌였지 싶습니다.

가문의 사내는 영문도 모르고 목이 달아났을 것 아니겠어요?

그때 이곳에서 참수당해 죽은 사내 대부분은 그 이유나 알고 죽었을까요?

모르고 죽으면 구천을 떠돌게 됩니다.

 

참수당한 시신이 산을 이루었고 피는 강을 이루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분수의

물길을 따라 밖으로 흘러갔을 겁니다.

그때 궁에 머물었던 모든 사람은 이 방 근처에도 오지 않으려 했을 겁니다.

목이 달아난 사내는 아무리 명문가에 잘생겨도 인기가 없을 것 아니겠어요?

이 방은 아주 젊고 잘생긴 36명의 귀신이 천장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겁니다.

귀신도 심심하면 아무도 없을 때 이곳 분수에 내려와 물장난하며 놀 겁니다.

 

방의 특징은 한가운데 12 각형의 분수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실내에도 분수가 나오게 만들어 더운 여름을 좀 더 시원하게 지날 수 있었고

습도 조절을 통해 건축물이 좀 더 오래도록 유지하려 했나 봅니다.

 

천장에는 끝이 뾰족한 8 각형 별 모양의 문양으로 장식했네요.

가장자리로 두 개씩 모두 열여섯 개의 채광창을 두어 실내가 어둡지 않게 했습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5천 개 정도의 벌집 모양의 장식을 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사진으로 보니 그냥 감동이 없지만, 실제 어두운 방에서 올려다 보면 마치 하늘의 메시지가

내려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이런 장식을 이슬람 전통 장식으로 모카라베 장식이라 한다네요.

그 형태가 마치 종유석을 보는 듯하지 않습니까?

저런 장식의 제작은 사실은 석고로 틀에 찍어내기에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원래 세월이 흐르면 없던 전설도 생겨납니다.

진위여부를 떠나 천일야화 같은 재미난 이야기가 이곳 궁에는 무궁무진할 겁니다.

없다면 오늘 새로 만들면 되니까요.

역사가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늘 있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