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키아 정원(Patio de la Acequia)과 술탄의 정원(Patio de la Sultan)

2015. 12. 28. 08:00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술탄의 여름 별궁이라는 건물 앞으로 정원이 두 개 있습니다.

정원은 건물로 서로 구분되어 있고요.

하나는 아세키아 정원(Patio de la Acequia)이고 다른 하나는 술탄의 정원(Patio de la Sultan)이라고 하네요.

 

그중 아세키아의 정원이 으뜸입니다.

술탄의 여름 별궁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여기지 싶습니다.

아세키아라는 말은 수로를 의미하는 말이라네요.

그러나 규모나 아름다움에서는 압권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네요.

 

그래서 이곳을 "물의 궁전"이라 부르나 봅니다.

이 정원 양식이 아랍식과 스페인 식이 혼재된 양식이라고 했나요?

누구는 이런 양식의 정원을 페르시아 양식이라고도 한다네요.

중정의 전체 길이는 약 50m 정도의 길쭉한 연못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분수시설을 갖추었습니다.

관광객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곳 중의 한 곳이라고 생각되네요.

 

이런 곳은 은밀한 곳이지요.

지금은 누구나 들어와 구경하지만...

은밀하다는 말의 의미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많은 곳이잖아요.

 

예전에는 왕과 왕비 그리고 후궁들만 거니는 그런 곳이 아니겠어요?

주로 왕이 마음에 드는 후궁을 불러 그런 부류의 사람이 사는 삶의 주요한 목적 하나인 쾌락을 즐긴 곳이지 싶네요.

원래 옛날의 제왕은 대부분 사냥과 주색잡기가 그들의 일과라고 하지요.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술탄의 정원이라고 부르는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이름이 술탄의 정원이지 사실 술탄의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공간이지 싶네요.

그런데 아세키아 장원보다는 격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에 벽을 따라 고사목 하나가 보입니다.

나무가 쓰러질 것에 대비해 고정장치를 이용해 묶어 두었습니다.

소중한 나무라는 의미인가요?

 

그 옆에 나무에 대한 설명으로 보이는 글이 있는데 멀어서 알 수 없습니다.

멀어서 알 수 없다는 말은 핑계고 사실 가까이 다가가도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원 안에는 말라 비틀어진 고사목을 보호한다는 말은 사연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 하나...

무슨 이야기?

뻔한 이야기겠죠?

 

남자와 여자 간의 사랑 이야기로 후궁과 근위대 간에 이야기랍니다.

그들의 밀회장면이 왕에게 발각되고 왕은 두 남녀를 처형하고 그들의 밀회장소였던 이 나무마저

그 뿌리를 잘라 말라죽게하였다 합니다.

나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내용인즉슨 나스리 왕조의 늙은 술탄은 왕비와 후궁을 겸손하게 다섯 명만 두었답니다.

그중 혈기왕성한 젊은 후궁 하나가 그만 근위대 장교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그만 넘었나 봅니다.

그 후궁은 바로 나스르 왕조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 가문인 아벤세라헤스 가문의 출신이라 합니다.

화가 난 술탄은 두 사람이 나눈 정을 용서한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열불이 났던 모양입니다.

늙음은 얼굴보다 마음속에 더 큰 주름을 남긴다 했나요?

 

얼마 후 술탄은 연회를 열어 아벤세라헤스 가문의 모든 남자 36명을 궁전으로 불러 연회의 흥이 무르익자

근위대원을 시켜 불문곡직 모두 연회장에서 참수했다고 하네요.

그곳이 바로 리오네스 궁의 아벤세레헤스의 방에서였다고 합니다.

참수 후 젊은이들의 목을 바로 리오네스 정원의 사자 분수에 걸어놓았고

그때 그들이 흘린 피는 3일간이나 흘렀다네요.

 

또 다른 이야기는 여자 후궁과 남자가 만나 사고 친 것은 맞지만, 남자가 아벤세라헤스 가문의 장교였다 합니다.

이렇게 같은 일을 두고 이야기는 남녀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다르면 어떻습니까?

천일야화가 일어난 구중궁궐의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그쵸?

좌우지간, 왕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경쟁 가문을 모두 살해하기 위한 음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곳 죽은 나무에 많은 연인이 한 번씩 쓰다듬으려고 하지만 출입을 금지했네요.

그 이유는 이 나무를 만지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 다네요.

세상에... 불륜의 나무에서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랍니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칩니다.

 

이제 술탄의 정원을 나서는데 문이 하나 보이고 그 문 위로 사자 두 마리가 있습니다.

축구를 워낙 잘하고 좋아하는 나라가 스페인 아니겠어요?

그래서 사자도 공을 발로?

 

이는 분명 무어족이 만든 것이 아니지 싶습니다.

무슬림은 동물 형상을 만들지 않을 것이니까요.

 

둥근 공의 의미는 축구공이 아니라 지구이지 싶네요.

세상을 모두 발아래 두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런 조형물을 문위에 올려두었겠네요.

아마도 이들이 대서양 시대를 맞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다 했던 그때를 생각해 만든 조형물이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자는 권위의 상징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이용되죠

아래 사진은 중국 자금성에서 보았던 사자입니다.

 

두 마리의 사자를 세워두는 것은 이곳과 같지만, 암수 두 마리로 구분한 것이 다르네요.

수사자는 역시 천하를 의미하는 공을 발로 누르고 있습니다.

같은 두 마리의 사자를 권위의 상징으로 배치했지만, 의미나 모양은 다릅니다.

사자의 귀를 다소곳하게 내린 이유는 황제의 말을 들어도 못 들은 것처럼 비밀을 유지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다른 한 마리는 암사자로 만들었지요.

암사자는 공 대신 새끼 사자를 발로 누르고 있습니다.

밟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젖을 먹이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암사자 발가락 사이에 젖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는 자손 대대로 왕조가 영원무궁하기를 바라는 소망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