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블라스 거리와 그 주변

2014. 12. 5.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바르셀로나(Barcelona)

 

여행 중 비라도 억수로 퍼붓는다면...

그것도 밤은 점점 깊어가고요.

그럴 때는 그냥 처마 밑에 서서 우두커니 오래된 고성에 내리는 비도 즐겨야 하지 않을까요?

로마인도 그때는 그랬을 것 아니겠어요?

지금 여기는 그때부터 만들어진 고딕 지구인걸요.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가 지은 건축물을 구경하면 다음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요?

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고 가우디가 바로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아무래도 관광객 대부분은 람블라스 거리와 그 주변의 몇 곳을 구경하지 않을까요?

물론, 여기서 가까운 고딕 지구도 제법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그곳은 다음에 보고 오늘은 람블라스 거리와 그 주변을 구경합니다.

그러나 람블라스 거리 주변에도 가우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더군요.

 

밤에는 보케리아 마켓(La Boqueria)이라는 곳에 들렸습니다.

왜 잠도 자지 않고 오밤중에? 시장이 문을 닫을 시각이 되면 과일이나 생과일주스가 세일에 들어가니까요.

보케리아 시장은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제법 유명한 재래시장이라지요?

 

시장 구경만큼 설레는 일도 많지 않잖아요?

여행 중 시간이 조금 남고 갈 곳이 없을 때는 시장 구경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 누구나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선 시장 구경은 천국을 보는 듯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재래시장이라도 우리 같은 관광객을 위한 테이크아웃 포장도 팝니다.

 

과일 샐러드나 주스 등을 1유로의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네요.

물론 마감 시간 전에는 그 가격에 어림없는 일이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 더 저렴합니다.

같은 시각이라도 생과일주스가 입구는 1.5유로이고 안에는 1유로 하네요.

또 식사도 할 수 있고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시장인가 봅니다.

 

하몽처럼 부피가 큰 제품도 소량씩 나누어 팔기도 하고요.

시장 안에 바르(Bar)도 있어 한 끼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겠네요.

좌우지간, 저녁 파장 시간이면 주스나 과일을 세일하기에 저녁만 되면 여기에 들려 1유로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람블라스 거리 중간쯤에는 후안 미로 타일이라는 도안이 길바닥에 있습니다.

위치는 메트로 라세우역 앞이네요.

그러니 보케리아를 지나 조금 더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유명한 화가 후안 미로의

페인팅을 바닥에 모자이크한 곳이랍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보시기에 멋있습니까?

佳人이 보기에는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낙서 같은 것을 그린 사람이 유명한 예술가라고 합니다.

佳人은 예술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예술이 자꾸 밀어냅니다. 

 

광장 바닥 구경을 하고 왼쪽의 건물을 바라봅니다.

건물에는 용으로 보이는 장식이 달린 건물이 보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서양도 중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용을 무척 즐겨 만들었더군요.

가우디도 그의 건축물에 용을 많이 사용한 것을 보았습니다.

용이란 도대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그 건물벽을 바라보니 외벽에 우산도 걸려있습니다.

이런 장식은 바로 예전에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가게 간판이 아닌가요?

지금도 유명한 곳이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데 가세가 유명하잖아요.

재미있는 간판입니다.

 

람블라스 거리가 끝나는 바다와 가까운 곳에 위의 사진과 같은 콜럼버스 동상이 보입니다.

높은 곳에 한 사내가 서서 삿대질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오늘 처음 여기 도착해 람블라스 거리를 걸었는데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렇게 물었더니 손을 들어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줍니다.

오잉?

그쪽은 몬주익 언덕인데요?

정말 몬주익 언덕에 올라가란 말입니까?

 

아닌가요?

바다를 향해 삿대질하나요?

이 동상의 주인공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바로 그 유명한 콜럼버스랍니다.

콜럼버스를 이 나라에서는 콜롬(Colom)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왼손에는 미국 토산품인 파이프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삿대질이 아니고 지중해를 가리킵니다.

 

1888년 미국과 카탈루냐가 서로 교류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네요.

위의 사진 중 가운데 배 조형물이 보이는데 저게 바로 기함인 산타마리아호가 아니겠어요?

 

콜럼버스는 이사벨 1세의 후원으로 저 배에 올라 핀타호와 니냐호를 거느리고

1492년 8월 3일 신대륙을 향해 세비야에서 출발했다 하지요.

1492년이면 바로 이사벨 1세와 그의 서방인 페르난도 5세가 그라나다에서 방을 빼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티는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낸 바로 그해가 아니겠어요?

 

이사벨 1세는 스페인 중부지역의 카스티야의 여왕이고 페르난도 2세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작은 나라인

아라곤 왕으로 나중에 두 사람이 결혼함으로 스페인의 대부분이 통합되며 그라나다를 중심으로 버티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게 되었다 합니다.

그야말로 이베리아 반도의 숙원인 레콩키스타의 종결자라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 이유로 교황은 두 사람에게 가톨릭 양 왕(Los Reyes Catolicos)이라는 칭호를 내려주었다 하지요.

 

교황은 유럽의 단합된 힘으로 이슬람과의 전쟁을 십자군으로 뭉치게 했지만, 실패한 전쟁이 되고 말았지만,

이 두 남녀는 결혼함으로 밤낮으로 힘을 합쳐 드디어 이베리아 반도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던 무어족을 몰아내니

그동안 십자군전쟁의 실패로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체면을 살려주었으니 이런 칭호 정도야 아깝지 않겠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사내가 콜럼버스가 아닐까요?

물론, 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네요.

동상 주변의 조각물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한 과정을 새겨놓았습니다.

순서대로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세비야에 가서 따로 이야기해보렵니다.

 

콜롬 탑이 있는 광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입니다.

 

그 다리 안쪽에 요트 정박장이 보이네요.

 

이 다리는 위의 사진처럼 요트가 드나들 때 열리는데 옆으로 돌아서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건물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마레 마그눔(Mare Magnum)이라고 하네요.

대형 수족관이 있다고 하는데 구경은 하지 못했습니다.

 

식당도 있고 야경도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 합니다.

그냥 올라가 구경하며 다닙니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한다면 더 비싸겠죠?

뷰 값이 얼만데...

 

길을 걷다가 골목 안을 바라보니 건물 하나가 있고 비가 쏟아지는데도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여기가 바로 팔라우 구엘이라는 흔히 구엘 궁전이라고 부르는 곳이네요.

 

구엘 궁전은 구엘 가족의 주거지이며 외부 손님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 목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건물을 대단히 화려하게 지었다 합니다.

가진 게 돈 밖에 없던 구엘이니 오죽했겠어요?

그러나 밖에서 볼 때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건물입니다.

구엘은 지금의 구엘 공원에도 고급 주택을 한 채 지었으나 분양 실패로 꼴도 보기 싫어 여기에서만 살았을까요?

 

1층은 마구간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위의 사진처럼 마구간이 매우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치형의 입구가 두 개입니다.

하나는 말이 드나드는 곳일 테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이런 곳에서 지냈던 말이 행복했겠습니다.

말이 아름다움을 알긴 알까요?

전체는 6층 건물로 이루어졌고 1984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건물이라네요.

 

구엘은 가우디와는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죠.

마치 백아와 종자기처럼 가우디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끝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으로

오늘날 가우디가 있는 것은 구엘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사람이잖아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쇠장식은 카탈루냐의 문장이라 합니다.

 

1878년 구엘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가우디가 설계한 작품을 보고 뻑 소리 나게 가

스스로 종자기가 되기를 결심하고 평생 가우디의 뒤를 봐준 의리의 돌쇠라네요.

섬유회사를 운영했던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아 성공한 사업가이며 예술, 문학 생물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으며 나중에 바르셀로나 시의원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치가이기도 했던 사람이랍니다.

한국의 정치인은 뜯어가기만 하던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가 스페인에 와서 혼동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건물의 층수입니다.

호텔에 들어가 방을 찾을 때 잠시 생각해야 하네요.

우리가 말하는 1층은 이곳에서는 0층이고 우리의 2층이 비로소 1층이 되네요.

건물의 층간 높이는 우리나라 건물의 두 배는 되지 싶을 정도로 높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5층 정도를 오르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야 졸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층수를 정한 이유가 옛날에는 1층에는 마구간이나 로비 또는 다용도실로 이용했고 주거공간은 2층이었기에

우리와 같은 개념으로 판단할 때 우리의 2층이 그들에게는 1층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정했다 합니다.

구엘 궁전의 1층은 마구간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1층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0층이 되나 봅니다.

 

그러기에 2층이 응접실이 되고 3층이 주인이 사용하는 침실이며 하인은 4층 이상에 머물렀다 합니다.

지금도 이런 이유 때문에 고딕 지구의 옛 건물은 1층과 2층과 3층의 무척 높고 4층 이상은 천장이 낮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4층 이상을 걸어서 오르내리려면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