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대불을 떠나 어촌마을로..

2013. 10. 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이제 러산대불을 떠나야겠어요.

왜?

득도는 하지 못하고 올려다보느라 고개만 아프니까요.

정말 중국인의 속내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느낌입니다.

뭐든지 커야만 된다는 생각.

아름다움보다 우악스럽게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

그러나 그게 그나라의 생각이 아니겠어요?

우리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다른 나라를 이해하며

구경하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불은 중생과 눈높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아니... 용납할 수 없나 봅니다.

우리 눈높이는 대불의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거리감으로 무슨 깨달음을 주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깨달음이란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생각됩니다.

 

아~~

득도의 길은 이리도 멀고 높단 말입니까?

그렇지요.

득도가 그리 쉽게 되면 佳人 같은 우매한 사람도 깨달음을 쉽게 얻게 되겠지요.

그러나 이곳에 와 터득한 깨달음 하나...

험한 구곡잔도를 내려왔기에 다시 그만큼 헐떡거리며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는 깨달음은 얻었습니다.

71m의 높은 곳으로 말입니다.

그래도 이곳에는 개미의 행렬처럼 꼬리를 물고 구곡잔도를 따라 중생이 부처를 올려다 보기위해 내려옵니다.

 

이제 우리는 반대편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대불 왼발 구석에 천동(天洞)이라는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 입구에 서서 잠시 바라보니 대불 발등 너머로 깨달을 구하기 위해 중생이 꼬리를 물고 내려오고 있네요.

부디 이곳에 서서 큰 부처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가기를 바랍니다.

탐욕 한 덩어리는 바로 부처가 바라보고 던지라고 한 민강으로 던져버리고 말입니다.

그래야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힘이 덜 들 것입니다.

낙산대불은 돌만으로만 만든 석각 대불이 아니고 일부는 석각에 흙으로 덧댄 조소불이 보입니다.

 

오늘도 강은 소리 없이 흐릅니다.

해통선사가 능운산을 정을 들고 한 땀 한 땀 깨며 대불을 만들 때도...

러산대불은 장강의 지류인 민강은 다두허와 칭이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네요.

러산대불이 바라보는 곳은 서쪽으로 그 앞으로 민강이 흐르는데 아마도 홍수가 자주 일어났던 모양입니다.

 

강의 합류지점이란 원래 그런 게 아닐까요?

러산 대불은 처음 당나라 때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위고(韋皋)라는 사람이 쓴 비문

가주능운사대상기(嘉州凌雲寺大像記)에 따르면 713년 (개원 원년) 당시 이곳에 빈번하게 일어나던 수해를

막기 위해 승려 해통(海通)이 능운사(淩雲寺)에 인접한 절벽에 불상을 조각한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부처의 힘이라면 능히 홍수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겠어요?

 

743년 (천보 2년) 해통은 대불이 완성되기 전에 안타깝게도 입적을 했고, 당시 이 지역 절도사로 있던

위고가 건설을 이어받아 803년 (정원 19년)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강의 합류 지점에는 공사로 인해 떨어져 나간 대량의 토사 때문에 강바닥이 얕아지고

해통의 의도대로 수해는 대폭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 아둔한 佳人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강바닥이 얕아져 홍수가 예방되었다는 말을...

 

이 대목에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강바닥이 얕아지면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지 않나요?

홍수를 막기 위해 강바닥 준설은 기본이 아닌가요?

따지지 말고 묻지도 말고 그냥 가던 길 계속 가라고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홍수라도 발생하는 원인이 우리나라와는 반대인가요?

그리고 세 강이 합류하는 지점은 사실 러산대불 앞이 아니고 훨씬 위에 있습니다.

이곳을 설명한 글이라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 올라가며 오른쪽을 흘낏 바라보니 풍경 하나는 죽입니다.

 

강산은 기이한 모습이고 잔도는 험하다는 말입니까?

여기도 먹물 먹은 사람의 글이 무척 많습니다.

아마도 대불로 내려가는 길과 그 풍경을 일컫는 말인가 봅니다.

그냥 평범한 곳에 이런 것을 모두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더 기이하지 않나요?

중국인의 핏속을 흐르는 우공이산의 정신은 이곳에서도 발휘되었습니다.

 

잠시 올라가던 길 멈추고 풍경 하나 바라보고 쉬었다 갑니다.

올라가는 길에 잠시 서서 물끄러미 민강을 바라봅니다.

아~ 이곳은 바로 도연명의 무릉도원 모습입니다.

안개가 끼어 희미한 모습의 절벽이 보이고 그 아래 강태공이 낚시하고 있습니다.

고기만 낚지 말고 세월도 낚습니까?

 

멋지다는 말 외에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몽환적이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요?

산수화의 모습을 그리라 하면 바로 위의 사진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 佳人 가슴 속에 산수화 한 폭을 각인시켜 놓았습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대불을 보기위함인데...

왜???

대불의 모습보다 왜 이런 모습에 마음이 빼앗기나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살며 선업 하나 쌓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부처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부끄러운 마음만 들어서일까요?

이리 살아 언제 사람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원죄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가요?

 

이건 뭔가요?

왜 대포가 여기에 있습니까?

한번 붙어보자 이 말입니까?

대불을 지키려는 마음입니까?

부처의 불법만으로는 인간을 다스리기 어려웠나요?

 

여기가 황련대라는 곳으로 삼구 구정성 포대라고 하네요.

13세기 중엽 원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포대라네요.

대불의 힘으로도 물리치기 어려운 나라가 몽골이었나요?

우리는 몽골의 침입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는데...

 

보동탑(普同塔)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3세기경 동한 시대에 만든 이런 석벽을 파내고 만든 묘가 많습니다.

이 동굴도 원래는 묘지로 사용하던 동굴이라 합니다.

이런 동굴이 세월이 흐르며 승려들이 수도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나 봅니다.

 

살아서 수도하고 죽어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는 곳.

그때는 동굴 안에는 서방 삼성을 의미하는 아미타불 등의 석상이 있었다네요.

보동(普同)이라는 말의 의미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의미라 합니다.

 

잠시 잔도를 따라 계속 남으로 오다 보니 아주 앤틱한 모습의 마을인 어촌이라는 마을이 나타납니다.

마을 이름이 어촌이랍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민강에서 고기잡이로 살아가던 토속마을이라 하네요.

 

이 집의 모양이 마치 배처럼 생긴 선형촌락(船形村落)이라고 하네요.

목조 패방도 있고 2층 누각형태로 양쪽으로 집이 있네요.

이 집의 모양이 옆으로 보면 바로 배의 모습이라 합니다.

 

워낙 독특한 형태의 촌락이기에 지금은 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집을 지은 나무가 까만 오목(烏木)이라는 희귀한 나무로 지어 사진이 까매졌습니다.

물론 기념품 가게에서는 오목으로 만든 목인형 등을 팔고 있습니다.

대불보다 이런 마을 구경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식당가가 있습니다.

역시 울 마눌님은 그곳 삐끼에 붙잡혀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알까요?

여기에 도착한 시각이 2시경입니다.

물론 걸어 다니며 빵과 과일을 먹었기에 배는 고프지 않지만, 잠시 앉았다 가기로 합니다.

 

누가 어촌 아니랄까봐...

어촌이기에 식당의 요리재료가 대부분 이 민강에서 잡은 물고기나 가제, 그리고 자라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이 마을의 특산요리는 두부랍니다.

어촌이라면서요?

 

위의 사진은 우리나라 순두부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비슷한 게 아니라 순두부 맞습니다.

밥과 함께 나오는데 간장에 섞어 먹으면 됩니다.

음식 이름이 두화판(豆花板)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7원/1인분으로 두부는 무한 리필해준다고 해 여러 그릇 먹었습니다.

밥은 세숫대야에 담아온 게 아니라 중국의 밥그릇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셋이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지만, 중국은 저게 1인분이라고 합니다.

 

식사하며 가야 할 곳을 바라보니 무척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가 보입니다.

밥을 먹고 저 다리도 건너보고 싶습니다.

풍우교와 홍교를 섞어놓은 특이한 모습입니다.

저 다리를 건너가면 아까 보았던 도연명의 무릉도원의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그곳에 들려 잠시 도연명이 되어보면 어떠하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자가

강물의 세기를 안다고 했습니다.

여행의 참맛은 여행을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