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애(仙人崖) 서애(西崖)와 옥황봉

2013. 5. 1.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천수라는 도시는 한국인에게는 일반적인 여행 루트에서 조금 비켜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천수라는 도시는 뜻밖에 볼 게 제법 많은 곳입니다.

천수에서 다녀올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는 역시 맥적산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기이한 형태에 저절로 탄성이 나오니까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두보도 이곳을 찾아 여기 맥적산에 머물며 주체할 수 없는 시상이 마구 떠올라

제법 많은 시를 지었다 합니다.

이 말은 두보가 맥적산의 풍광을 보증 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맥적산은 아마도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많은 분이 다녀오셨을 곳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선인애라는 곳은 맥적산에서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맥적산만 구경하고 대부분 사람이 바로 돌아갔기 때문일 겁니다.

 

두보도 맥적산에 머물 때 여기 선인애는 찾지 않았을까요?

죽은 두보에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럼 佳人이 보증 설까요?

 

선인애는 삼애, 육사, 오봉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절벽이 세 곳, 사찰이 여섯 곳 그리고 봉우리가 다섯 개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보는 이런 절벽이 모두 세 군데나 되지만,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지금 보시는 서애입니다.

 

여기 서애에는 유고, 도교 그리고 불교의 삼교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찰의 모양이 위의 사진처럼 기묘한 서커스를 보는 듯한 곳도 있네요.

중국의 종교는 우리와는 다르게 한 곳에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입주해 있어

오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일입니다.

 

종교란 배타적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종교적인 갈등은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데 있지 않겠어요?

종교란 종교인의 것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배척한다 함은 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잖아요.

 

서로 상대를 인정할 때 진정 민초를 위하는 참종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지금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나이 든 사람과 젊은이, 지역적 갈등...

 

눈만 뜨면 이런 반대를 위한 소리만 들립니다.

그런데 우리도 그 갈등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우왕좌왕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틀린 게 아닌데,

상대를 다르다고 인정하면 갈등이 적어지지 않겠어요?

 

위의 사진은 노자를 모신 삼청전입니다.

정 중앙에 옥청원시천존, 좌측으로 상청영보천존, 그리고 오른쪽에

태청도덕천존 모셨다 하며 왼쪽 벽면으로는 하얀 얼굴의 지부자가 있고 오른쪽 벽면에는

붉은 얼굴의 광성자가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10존의 신선을 모셔두었네요.

청대에 만든 것으로 이 석굴 안에 모두 25존의 조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철창에 갇혀있네요.

 

틀린다는 생각에 서로 갈등하고 미워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무슨 원칙이 있고 선이 있겠어요.

지금의 선이라고 생각한 일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그게 최선의 목표가 아니고

지나간 유물로 변하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요?

여기서 바라보면 산은 산일 뿐입니다.

 

내게는 선이지만 상대에게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게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지 틀린 게 아니잖아요.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릴 때 비로소 화합하고 사랑이 싹틀 겁니다.

 

철망을 통해 부처를 보면 우리는 부처가 철망 안에 갇혀있다고 보지만,

부처는 우리가 철망에 갇혀 우왕좌왕하는 군상으로 보이지 않겠어요?

같은 철망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지만, 이렇게 다른가 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해야지 상대가 틀리고 나만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사회는 지금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틀린다고 하며 살아간다면 나 또한 같은 사람입니다.

다르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느냐는 내 마음이 결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관음전의 모습입니다.

청대에 만든 것으로 연꽃 위에 가운데 정관음이 보이고 왼쪽으로 백의 관음,

그리고 오른쪽에 골혼대사가 보입니다.

왼쪽 벽면에는 교룡과 싸우는 신선과 오른쪽에는 사악한 요괴와 싸우는 신선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아수라와 싸우는 데바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여기에 보면 삼 교가 서로 사이좋게 건물을 지어 공존과 상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두 12개의 건물이 있고 각각 종교에 따라 재물신을 모신 곳도 있고 라마신으로 모신 곳도 있고

대웅보전을 비롯한 아주 오래된 건축물이 이곳을 지키고 있어

신선이 모여 사는 그런 곳처럼 보이나 봅니다.

 

아무리 폭우가 내려도 비 맞을 걱정 없고 태풍이 불어도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모두 100여 존의 부처도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만든 시기는 당나라 때부터 짓기 시작해 송, 명, 청대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있어

그 시대별로 변해가는 부처의 모습도 볼 수 있기에 예술적인 가치는 물론 시대적인 변화까지

모두 볼 수 있어 그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서애는 14개의 전각이 있습니다.

명나라 때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100존의 석불이 전각 안에

모셔졌기에 시대별로 구경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서애는 자홍색 암벽으로 그 길이가 116.4m나 되는 긴 거리입니다.

깊이는 5-20.7m나 되고요.

경사각이 5-6도 정도 되어 보입니다.

지형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곳이지요?

 

건물이 앉은 곳은 암석이 무척 무른 곳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가만히 바라보면 전체 모양은 항아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꺼비 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주민은 돌 지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전체 규모가 가로세로 비율이 10:1 정도라고 하네요.

 

단단한 지면 위에 무른 사암이 점차 파여지고 그 위에는 아주 단단한 암석층이 있기에

이런 모습을 연출하나 봅니다.

여기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그냥 신선이 손가락으로 바위 절벽을 쓰윽~ 긁어냈다고 하면 끝입니다.

 

서애를 구경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을 오릅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계속 산에 오릅니다.

새벽에 먼저 삼국지 고전장이 있었다는 가정 고진의 뒷산을 씩씩거리고 올랐습니다.

부리나케 선인애로 버스를 타고 또 산을 헉헉거리며 올라 서애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또 올라가야 한다니요...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곳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고 입장료도 내고 들어왔는걸요. 

 

올라가는 입구에 장사하는 사람이 있어 어디를 어떻게 보아야 물어보니 뭐라고 자세히

알려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올라갔다 다시 올라간 길을 따라 내려오는 곳입니다.

그러니 산을 넘어가는 길이 없다는 말이지요.

중국에서는 이런 이상한 길이 좀체 보기 어려운데...

건너편은 길을 만들 수 없는 수직 절벽입니다.

 

여기는 선인애에 있다는 다섯 봉우리 중 한 곳입니다.

하나일 뿐 아니라 으뜸인 곳이죠.

위의 사진은 서애에서 옥황봉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서애를 등지고 앞쪽을 바라보면 왼쪽에 봉우리가 하나 솟았습니다.

모양이 밥공기 엎어놓은 것 같지 않나요?

 

그냥 보기에는 바위로 된 봉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불쑥 솟은 듯이 보이지만,

이곳도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조금 아찔한 계단이며 제법 가파르기에 헐떡거려야만 정상에 도착할 수 있지요.

지난번 지진 때문에 기울어져 이렇게 부축해놓은 모양입니다.

이 건물은 이름이 연등진이라고 하는데 명나라 때 만든 건물이니 제법 오래된 건물이고

안에는 희미하나마 사대천왕의 벽화가 그려졌고 연등고불과

협시보살로 보이는 보살이 있습니다.

 

제일 앞에는 청나라 때 만든 옥황전이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7존의 소상이 있고 정중앙에 옥황대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금강대 좌우로 공양 동자가 양쪽으로 있고 금강대 아래로 4대 반신이 있습니다.

 

양쪽 벽에 벽화가 있는데 왼쪽 벽화는 구악심선(口惡心善)을 의미하는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구선심악(口善心惡)을 나타내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은 어리석기에 입으로는 악하게 말하지만, 심성은 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입으로는 착하게 말하지만, 심성은 악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종교인들은 죽으면 입만 소복이 모여있다고 하데요.

그 말은 말로는 모두 극락이나 천당에 가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는 말이 아닐까요?

성악설이나 성선설 모두 어느 게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이기에 자신이 믿는 생각이 옳다고 여기기에 갈등이 싹트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지금 우리 사회는 상대의 생각이 틀린다기 보다 다르다고 생각하여야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틀린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영원히 해결책이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