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오장원의 슬픔을 아느냐!!!

2013. 4. 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무더운 여름이 지났습니다.

지난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그래서 오장원의 가을은 더 아름답습니다.

가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렇게 오장원에서 대치만 하다 보니 공명은 조바심이 납니다.

이제 삶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세월만 흐른다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여자옷을 중달에 보내며까지 영채를 나와 싸우게 하려고 했지만, 중달은 숨도 쉬지 않고 영채 안에서만 버팁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제갈량 의관총이라는 무덤이 보입니다.

여기는 공명이 죽은 곳이지만, 그의 시신은 여기에 묻지 않고 정군산기슭에 묻었습니다.

그러니 여기는 재갈 묘라고 하지만, 사당이라는 묘(廟)고 우리가 생각하는 무덤(墓)은 정군산기슭에 있습니다.

 

그래도 섭섭했나요?

의관총이라고 만들어 옷과 모자를 넣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의관총이지 그게 냄새나는 팬티인지 꼬랑내 나는 양말인지 누가 알겠어요. 그쵸?

학우선이라도 묻었다면 오늘 포크레인 불러다 파보라 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아주 조용한 분위기 속에 즐길 수 있네요,

걷다 보니 시몬도 생각나고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도 들립니다.

가을은 여행하기 무척 좋은 계절입니다.

그래서 가을에 오장원은 더 아름답습니다.

단풍으로 물든 산길을 따라 버스는 구불구불 언덕길을 돌아 오르내립니다.

그냥 돌아가기 섭섭해 잠시 제갈량 사당 주변을 산책합니다.

 

천하의 공명이시여~

멀리 한국에서 知音인 佳人이 왔소이다. (퍽!!! 맞아 싸다고요?)

역행이 무엇이고 순행이 무엇인지 알아 모든 일을 하늘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처리하고 모든 일에 사심을 앞세우지 않고

나라와 유비만을 위해 평생을 산 와룡이시여~

 

소설책을 읽다가 오장원에서 공명의 귀천(歸天)이 나오는 대목에서 佳人은 무척 안타까웠다오.

이 자리에 서보니 만감이 교차하고 다시 그 대목으로 돌아가는 듯하여 마음 한구석이 횅하니 뚫린 듯...

 

오장원은 제갈공명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를 생각하며 눈을 감은 곳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공명이 보았을 이곳의 모습을 들러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공명은 구릉 위에 진을 쳤고 저 건너 사수라는 강 건너 사마 중달이 진을 쳤을 겁니다.

공명은 동쪽을 바라보며 "저 아래 중달의 진만 돌파하면 바로 장안까지 내달릴 텐데...

아! 네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구나.

선제 유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불살라버리려는 마음뿐입니다.

하늘이시여 왜 내게 이런 미련을 남기게 하셨나요?" 라고 안타까워했던 곳이 지금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장소였을 겁니다.

우쒸~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늘 같은 날 공명을 불러내 같이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하지 못한 말도 듣고 싶습니다.

팔베개를 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울적할 때는 첼로로 연주하는 곡을 듣고 싶습니다.

공명과 함께 말입니다.

공명은 가야금을 무척 잘 탔던 사람이었잖아요.

 

그래요. 세상의 이치를 모두 알고 하늘을 읽었다는 공명도 죽을 때는 이렇게 못다 한 일이 남았고

아쉬움이 남았네요.

하물며 미물 같은 佳人이야 오죽하겠어요?

佳人은 평생을 살며 목숨을 걸 만큼 그런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살며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이 있으셨나요?

 

오장원이란 말 그대로 다섯 장의 길이로 이루어진 구릉이라네요.

그 생긴 모습이 불쑥 솟은 언덕의 길이가 다섯 장이라나요?

모습은 마치 비파라는 악기처럼 목이 오목하며 둥근 형태로 2km와 5km 정도의 넓이로

높이는 해발 약 650m 정도라 하네요.

 

촉의 북벌은 공명의 죽음으로 더는 빛을 잃고 맙니다.

여기는 공명의 옷을 묻은 무덤이 있고 그의 육신은 한중에서 가까운 미엔현이라는 곳의

정군산 부근에 묻었다 합니다.

머리는 북으로 해달라고 했다는데 이는 마치지 못한 꿈인 북벌을 생각해 그리했을 겁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공명의 한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무심하게 살아가기 바쁜 듯 보입니다.

 

이곳에 사당은 죽었을 때 만든 것이 아니고 당나라 시기에 만든 것으로 그 후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합니다.

역사보다 더 흥미진진한 소설로 말미암아 삼국지의 이야기는 많이 변질하였지만, 오히려 더 역사 같고

사실 같은 게 바로 삼국지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렇게 다니다 보면 현실과 이상의 담장 위를 걸어가며 어느 게 진실이고 어느 게 거짓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따지려 하지 마세요.

여행이란 이렇게 자기가 믿고 생각하는 데로 움직이면 되지 않겠어요?

정사 또한 개인이 쓴 이야기일 뿐입니다.

나만의 생각으로 다시 삼국지를 써내려가면 되지 않겠어요?

그게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입니다.

佳人도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습니다.

 

결국, 세월이 흐르니 시대의 사명도 그 사람의 희망 사항이고 무심히 지나가는 구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

왜 그리 마음에 짐을 지고 살았는지...

왜 그리 한을 품고 살았는지...

 

이제 모든 것을 놓아버리세요.

흘려버리세요.

한 줌의 욕심이라도 갖지 마세요.

자연에서 온 것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남은 것은 이제 이야기뿐...

 

외우기도 좋은 234년 바로 이 자리에서 동쪽의 사수라는 강 건너 중달의 진영과 장안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물 흘리며 공명은 북벌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행했음을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선제인 유비와의 약속을 자기가 지키지 못하면 영원히 할 수 없고 성공할 수 없더라도 해야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며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도원결의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결의를 한 사람 모두 고인이 된 지금 공명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한 겁니다.

북벌이라는 전투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군사를 일으켰을 겁니다.

누가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런 모습을 佳人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공연히 제 마음도 울적하네요.

슬그머니 손수건을 공명의 손에 들려줍니다.

 

바로 여기가 삼국지라는 이야기에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곳이 아닐까요?  

여기에 서서 공명이 바라보았던 장안을 바라보며 佳人이 잠시 공명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다고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그쵸?

지금 내려다보이는 강은 그때도 흘렀을 것이고 지금도 흐릅니다.

세월이 흘러 강물은 같은데 사람만 달라졌네요.

지금 보는 것은 꿈은 아닐 테지요?

 

외롭지 말라고 입구부터 애지중지했던 강유도 있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웬수처럼 생각하기도 했던

위연도 보이고 마대도 보입니다.

죽어서도 이곳에 모여 북벌을 논하고 그 꿈을 키워가나 봅니다.

佳人이 오늘 모두 집합시켜 제대로 정보를 주고 중달을 일거에 때려잡을 전략을 알려줄까 봐요.

 

오장원에 진을 치고 공명은 지난 세월을 회상합니다.

유비가 융중에 있는 초막을 찾아와 삼고초려를 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비는 물론 문 앞에 서서

오만방자하게 씩씩거렸던 장비도 관우도 모두 떠났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나무가 유관장 세 사람의 결의를 다진 모습이라고 결의백이라는 이름의 나무입니다.

 

이곳도 지금은 찾는 사람 별로 없고 삼국지라는 책을 예전 소싯적에 읽어보았던

나이 든 사람만 찾는 곳인가 봅니다. 

관우는 공명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늘 업신여기고 말대꾸도 꼬박꼬박 하며 오만하게

눈도 내리깔고 팅팅거렸지요.

물론 허구였지만 소설 속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준 일로 공명이 목을 치려고 했지만, 유비가 쌍심지 돋구고

나서는 바람에 용서한 이후로 공명 앞에서는 늘 풀죽은 강아지처럼 깨갱 하며 꼬리를 내렸지요.

관우도 주군 유비 말고 무서워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네요.

 

사실 그 사건으로 후세 사람이 관우를 더욱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공명은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화용도에 관우를 보낼 때 공명은 조조가 아직은 더 산다는 것을 알았기에 관우를 보내 조조 밑에서

받았던 호의를 갚을 기회도 주어 더는 서로 간에 계산할 일을 없게 하려는 깊은 뜻이 있었지요.

 

이제 우리 부부는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고 북벌을 시작하며 공명이 마지막으로 세상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과 사를 생각했다는 바로 그 장소인 오장원에 섰습니다.

북벌의 끄트머리가 바로 오장원이었기 때문이지요.

 

공명이야 북벌이라 우기지만, 우리가 출발한 장안에서 볼 때 국경만 어지럽히다 끝난 일이기에 위나라에서는

그냥 웃고 말지요.

그러니 우리 부부가 북벌 루트를 반대로 내려가니 남벌 루트가 되는 셈이군요?

왜?

바로 장안에서 출전한 위나라군이 이 길을 따라 촉으로 들어가 결국, 유선의 항복을 받아낸 루트이기 때문이죠.

세상은 어디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반대로 보입니다.

이제 공명이 마지막 꿈을 불살랐지만, 모두 실패했던 북벌은 여기까지였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공명은 스스로 북벌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닌가요?

중달은 이제 단추만 누르면 불화살이 발사되게 돼 있고 발사되면 공명이 있는 오장원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인가요?

촉한의 군사는 모두 벌초하듯 사라질지 모릅니다.

아니라고요?

공명이 그냥 당하지만 않는다고요?

공명은 어디엔가 로보트 태권 V를 숨겨놓았을 것이고 단추만 누르면 출동할 것이라고요?

 

좌우지간, 공명은 불가능에 도전했습니다.

아마도 못다 이룰 꿈이기에 스스로를 불살라 버리기 위해였는지 모릅니다.

세상을 살며 목숨을 걸만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하늘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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