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양 용문석굴 봉선사 그 다음 이야기

2012. 6. 14.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지금까지 정신없이 가운데 주불만 바라보았습니다.

옆의 보조출연자인 조연이 보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세상에 주연을 더욱 주연답게 돋보이게 하는 게 바로 조연이라 했거늘...

이곳 봉선사의 노사나불이라는 대불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주변에 함께 있는

보조 출연 석불까지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조연도 하나씩 뜯어볼까 합니다.

대불 좌우로 각각 4위의 석불이 있습니다.

두 제자, 두 보살, 두 천왕 그리고 두 역사라 합니다.

그러니 합이 8위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가운데 노사나불을 바라보고 오른쪽을 찍은 모습입니다.

네 개의 석불이 보입니다.

노사나불이 가까운 왼쪽부터 제자, 보살, 천왕 그리고 역사의 순으로 되어있네요.

이게 아마도 당나라의 조직도표고 계급인가 봅니다.

주불에서 가까운 곳부터 목에 힘이 들어갈 겁니다.

 

다시 하나씩 뜯어봅니다.

뜯어보려고만 하면 이렇게 얼굴과 몸이 뜯겨버렸네요.

제일 왼쪽으로는 얼굴이 부서진 모습은 우리에게 염화시중이라는 멋진 말을 알려준 가섭 존자입니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모두 이겨낸 노승의 모습으로 무척 왜소해 보이지만, 입만 살아있습니다.

 

아마도 그 많은 사람의 번뇌를 모두 두 어깨에 짊어지다 보니 그렇게 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월은 부처에게 가르침의 즐거움을 안겨준 가섭마저도 티끌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제 그 짐을 佳人에게도 나누어 주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연꽃이라도 들고 찾았더라면 佳人을 향해 미소 한 번 지어주었을 텐데 연꽃을 준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다음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보살이 바로 문수보살로 보입니다.

입은 옷을 보니 오늘 어디 외출이라도 하려나 봅니다.

정장을 빼입고 나오셨네요.

머리에 두관마저 올리고 계십니다.

아마도 오늘 佳人이 사진 찍으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옷이 화려하지 않나요?

목에 건 장식이라든가 허리춤에 찬 장식이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치마와 장식이 마치 사실인 양 아름답게 조각되었네요.

이 조각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국보로 지정해도 될 정도로 화려하고 섬세하지 않나요?

바람이라도 불면 하늘거릴 치맛자락이 자꾸 눈에 삼삼합니다.

 

그런데 8등신은 고사하고 거의 4등신에 가까워 균형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거 큰 바위 얼굴을 만들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조각예술은 얼굴이 차지하는 비율마저 다릅니다.

 

이번에는 악귀를 밟고 있는 다문천왕상으로 보입니다.

사천왕 중에 보탑을 손에 들고 있기에 북방을 관장하는 다문천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혹시 손에 든 보탑을 보고 중국집 만두 배달이나 햄버거 배달이라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천왕의 자세는 아주 위풍당당하고 용맹스러워 보입니다.

눈에서 레이저라도 쏘듯 아주 힘이 들어갔네요.

 

반면, 천왕의 다리 아래 밟힌 야차인듯한 악귀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힘든 표정이 역력하지 않나요?

저 모습이 바로 우리 같은 중생일지도 몰라 웃으면 안 되는데...

 

언제까지 저렇게 밟혀 지내야 하나요?

라고 다문천왕에게 물어보면 "佳人아! 네가 대신 아래로 들어올텨?"라고 되물어 볼 겁니다.

이때는 대꾸도 하지 말고 그냥 빙그레 미소 짓고 지나가야 합니다.

지금 발아래 지나가시는 분을 밟고 계시면 어떠하니까?

 

마지막으로 역사입니다.

힘깨나 쓴다고 소문이 났기에 자세부터 삐딱하게 남다릅니다.

다른 조각은 다소곳하게 얌전한 표정과 몸짓인데 반하여 약간 오버액션을 하고 있네요.

과도한 오버액션처럼 보이는 손이며 허리를 보세요.

얼굴을 보니 호감을 주는 그런 얼굴이 아니고 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왼손을 올린 자세에 쿵후 무공이 높은 고수의 향기가 풍기네요.

지금 저 자세에다 허리를 앞뒤로 건들거리면, 그게 바로 택견의 기본자세가 아닌가요?

 

이제 노사나불인 주불의 왼쪽을 보겠습니다.

왼쪽도 좌우로 숫자를 맞추기 위해 네 개의 석불을 새겨놓았습니다.

족구를 하더라도 심판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네 명의 선수는 있어야 숫자가 맞잖아요.

주불 가까운 곳인 오른쪽부터 제자, 보살, 천왕 그리고 역사의 순으로 아주 공평하게 배치했습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석불은 삭발에 승복을 입은 모습으로 당나라 시대의 승려 모습으로 보이지만,

부처의 제자 중 하나인 아난타(阿難陀)라고 하는 아난존자상이라 합니다.

오른쪽의 가섭 존자와 대칭되게끔 만들었나 봅니다.

부처님의 백그라운드가 있으니 세상일이 모두 자신감에 넘치는 듯하군요.

그런데 이 석상도 머리가 전체 몸과 비교하면 전혀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머리가 크다고 믿음이 더 강해진다면,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옆에는 보현보살로 보입니다.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더불어 대행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시는 게 일반적이라 합니다.

역시 머리를 장식한 두관과 옷매무새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네요.

아직 그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에서 풍기는 자비로움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신 모습입니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수많은 중생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푸십니다.

이상한 점은 좌우로 보살의 모습은 파괴하지 않고 온전히 남겨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바깥으로는 비록 얼굴 부분은 사라져 버렸지만, 이곳이 남쪽이니 남쪽을 관장하는 증장천왕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굴 부분이 모두 깨져버려 형태를 알 수 없습니다.

원래 손에는 칼을 들고 있어야 하지만, 그것도 깨져버렸을 겁니다.

비록, 많은 곳이 깨어지고 풍상에 닳아졌지만, 발아래 밟고 있는 악귀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누르고 있네요.

 

정말 자기가 맡은 본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닙니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휴가라도 보내주면 어떨까요?

뒤돌아 나오려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비록, 내 육신이 모래로 변해 모두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내 본분을 다하리라~"

발아래 밟혀 고생하는 저 친구 말입니다.

혹시 룸살롱이나 다니고 도박이나 했던 그자들이 아닐까요?

죽은 부처 팔아 장사하며 산다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역시 힘쓰는 역사라 폼생폼사의 전형을 보여주네요.

과도한 몸짓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렇게까지 허리를 쓴다고 요즈음 누가 겁을 먹겠어요?

학교에서조차 체벌할 수 없도록 조례를 바꾸었다는데요.

오히려 야단치려다 맞습니다.

 

이제 이렇게 체벌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 때는 이렇게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지금은 오히려 체벌하려는 사람을 혼낸다 합니다.

코를 벌름거리고 눈알마저 튀어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악귀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왜 웃음이 나올까요?

아주 리얼하게 표현해서일까요?

 

아니면 佳人의 사후 모습이라서일까요.

지금 이 자리에 들어갈 인간들 참 많을 겁니다.

그래서 佳人은 혼자가 아니라서 외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각이 공통으로 보살과 제자는 맨발인데 천왕과 역사는 신발을 신겼습니다.

대체로 서양의 조각상과는 다르게 전혀 8등신이 아니고 큰 머리를 가졌습니다.

동양만의 독특한 인체 균형이 석불에서조차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아니면 얼굴을 더 강조하기 위해 크게 만들었던지...

그러나 보는 사람은 어딘지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네요.

그러나 그 아래에 서서 올려다보면 원근법 규칙에 충실하려고 큰 얼굴상으로 만들었을까요?

 

용문석굴에는 수많은 역사가 있습니다.

석굴 앞에는 대부분 양쪽으로 역사를 세워놓았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세상 남자들이 염원하는 초콜릿 복근이라는 식스팩을 넘어선 나인 팩을 지닌 역사를

볼 수 있는데 정말 고생하며 만든 몸일 겁니다.

 

당시 중국도 저런 몸매에 환호했나 봅니다.

보는 여자분 뻑 소리 나게 보내려고 석공이 공들여 만들었나 봅니다.

아마도 저 역사를 만든 석공이 염원했던 몸을 저렇게 돌에다 새겼을 겁니다.

 

오메 잘나고 부러운 놈!

왜 벗고 난리들이야~

그래 이놈아!

너는 식스 팩에 울퉁불퉁하지만, 佳人은 원 팩에 소낙비에 젖어 부풀대로 부푼 찐빵이다! 왜!!!

저 역사를 바라보다 왜 자꾸 佳人은 제 배를 내려다보게 되나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꼭 바뀌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 이건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 전체가 바뀌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佳人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 스스로를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세상이 바뀌기를 기원했습니다.

이제 佳人도 나이가 드니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적어지네요.

지금까지 했던 어리석은 생각을 인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