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룡즉령(有龍則靈)이라는 석조(石槽)가 있는 풍경

2024. 7. 17. 03: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진 한 장

 

삼국지연의라는 소설 속의 장소를 찾아 중국 여행을 하다가 들렀던 곳 중 한 곳으로

소화고성이라는 곳을 들렀을 때였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고가대원(辜家大院)이라는 현판이 대문 위에 걸린 집이 있는데

예전에는 고씨 성을 가진 집주인은 대단한 부자였을 듯한 큰 저택이었습니다.

 

 

파티오라고 할 수 있는 그 집 안에 있는 정원에는 돌로 만든 물을 담아두는 석조(石槽)가

있었는데 그 석조에 새겨진 글자인 유룡즉령(有龍則靈)이 눈에 띄더라고요.

마당에 석조를 둔 이유로는 나무로 지은 중국 전통 가옥인 사합원 형태의 건물이라

화재를 예방하고 습도 조절을 위해  석조 안에는 물을 채우고 수생식물을 키우는 곳이지요.

 

 

유룡즉령이라는 글은 당나라 때 시인인 유우석(劉禹錫)이라는 사람이 쓴 

누실명(陋室銘)이라는 글 중에 나오는 말이라지요.

전혀 용이 살만한 크기의 작은 석조인데 용을 입에 올렸더라고요.

생각할 만한 글이라서 누실명이라는 시를 잠시 모셔오겠습니다.

 

 

山不在高(산부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

水不在深(수부재심) 有龍則靈(유룡즉령)

斯是陋室(사시누실) 惟吾德馨(유오덕형)

苔痕上階綠(태흔상계록) 草色入簾靑(초색입렴청)

談笑有鴻儒(담소유홍유) 往來無白丁(왕래무백정)

可以調素琴(가이조소금) 閱金經(열금경)

無絲竹之亂耳(무사죽지란이) 無案牘之勞形(무안독지노형)

南陽諸葛廬(남양제갈려) 西蜀子雲亭(서촉자운정)

孔子云(공자운) 何陋之有(하루지유)

 

 

산은 높아서만 명산이 아니라네 신선이 살아야 명성을 얻고,
물은 깊어서 신령한 게 아니라네 용이 산다면 저절로 영험해지지.
이 방이 비록 작고 누추해도 그 안에 사는 이의 덕망이 향기롭다오.
이끼의 흔적으로 계단까지 푸르고 풀빛은 발 안으로 비쳐 들어 푸르구나.

담소를 나눌 선비가 있고 오가는 속물다운 사람은 없다오. 
소박한 거문고 줄을 고르고 선현의 귀한 서책 읽을 만하다.
요란한 가락에 귀 어지러울 일 없고 조정의 일에 신경 쓸 일도 없다
남양 땅 공명의 갈대로 지은 집과 서촉 구석 땅 양자운(한나라 양웅) 정자조차도.
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곳이 누추할 게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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