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핑야오 고성으로의 여행

2012. 3. 12. 08:12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8시 15분에 치커우를 출발한 리스행 버스는 임씨들이 모여 산다는 林家坪으로 가네요. (17원/1인)

그곳은 제법 마을이 커 보엿습니다.

8시 40분경 마을 공터 주차장에 도착해 또 마냥 승객을 기다립니다.

중국 버스는 왜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나요?

제시간에 한 번만 출발하면 다음 버스부터는 마찬가지 아닌가요?

기다린다고 없던 승객이 오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시외버스는 회사가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9시 12분이 되자 조금 전에 왔던 길을 다시 한참을 되돌아가더니 그제야 왼쪽 산길로 접어듭니다.

그 산길은 정말 엄청난 황토 고원이었습니다.

그 황토만 가져다 팔아도 부자 되겠어요.

 

중간에 황토 채취하는 곳을 보았는데 그렇게 색깔도 좋고 입자도 고와 보였습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황토가 만든 협곡 또한 장관입니다.

혹시 이 근방을 여행하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이 길을 달려보시며 황토 고원의 멋을 즐겨보세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렇게 잠시 지역을 이동만 해도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네요.

 

10시 28분에 리스라는 큰 도시에 도착합니다.

승객이 모두 내리기에 우리도 내리려 하자 기다리라고 하네요.

버스에는 우리 부부만 남았습니다.

버스는 다시 우리 부부만 태우고 15분을 더 달려 위의 보이는 리스 터미널에 내려줍니다.

우리 부부는 버스를 탈 때 미리 리스에 가면 핑야오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타고 가야 할 핑야오행 버스는 이곳에서 출발한다는 말이고 아까 내린 곳은 옛날 터미널 부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안내가 있기에 핑야오행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느냐고 물어보니 11시 이후에 표를 판다고 합니다.

이 큰 터미널에 무슨 시간을 정해놓고 표를 판단 말입니까?

그것도 15분밖에 남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15분 정도 남았기에 식사나 할까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새로 지은 터미널이어서 주변에 식사할 곳도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터미널 구석에 포장마차 임시 식당이 보입니다.

시간도 많지 않기에 간단하게 포장마차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입니다.

여기부터 핑야오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식당이 보이면 밥을 먹고 이동할 생각입니다.

 

그곳에는 무척 많은 사람이 식사하는데 메뉴는 오직 한 가지 국수뿐입니다.

다만 고명을 어떻게 차별화하여 먹느냐의 차이뿐입니다.

우리도 국수를 시켜 먹는데 가격이 하나는 6원이고 다른 하나는 7원을 받습니다.

맛은 예상외로 국수의 본고장답게 상당히 좋습니다.

 

국수 이름을 물어보고 글로 써달라고 했습니다.

미엔티아오(面条)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국수라는 말이라 하네요.

국수라는 면(面)과 가늘고 길다라는 의미의 조(條 번체)라는 글입니다.

이 지방의 국수 맛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11시가 되어 다시 터미널로 들어가 표를 달라고 하니 매표원이 우리 옆에 서 있는 사내를 따라가랍니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입니까?

승차권을 달라는데 왜 사내는 따라가라 합니까?

 

그 사내는 우리를 데리고 터미널 앞의 큰길을 건너 그 앞에 있는  골목으로 가는 겁니다.

이거 우리 부부 납치당하는 것은 아닌가요?

이렇게 유언비어로 떠돌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로 떨어져 걷습니다.

나는 사내 뒤를 따르고 울 마눌님은 멀리 뒤에서 걸어오라 했습니다.

잠시 따라가니 그곳에 버스 한 대가 서 있고 버스 안에는 몇 명의 승객이 있더군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왼쪽에 버스가 보이고 길 끝에 터미널이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왜 시외버스가 터미널에서 사람을 태우지 않고 이런 골목길에서 은밀하게 태울까요?

 

그런데 버스 안에서 누가 佳人을 보고 창문을 두드리며 아는 척을 하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시골에서 佳人을 아는 사람이 있다니...

佳人도 중국에서 이렇게 유명인사가 되었나요?

저요? 이런 사람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로 어제 치커우를 다닐 때 골목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프랑스 가족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안심도 됩니다.

지도 상에는 뤼리앙(呂梁 :여량)이라고 하는 도시에 리스區라는 말인가 봅니다.

새로 지은 터미널로 엄청나게 큰 곳입니다.

어제 타이위안에서 올 때 이곳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와 여기부터 치커우까지 좁은 지방도로를 타고 갔더랬지요.

 

버스가 출발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다녀 봅니다.

배를 팔기에 배도 사서 먹고 여지라고 하는 리치도 사서 먹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길거리에서 과일을 자주 사 먹으며 다닙니다.

12시 8분이나 되어 버스는 출발합니다. (44원/1인)

 

이 버스의 차고지는 핑야오입니다.

그러니 아직 이 버스와 리스 터미널 간의 승하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나 봅니다.

표도 팔지 않고 인신매매범처럼 사람만 주고받아 골목길에서 태우고 떠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서비스업은 서비스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업자들 간의 편익을 위한 일인가 봅니다.

 

버스가 달리는 고속도로 길옆으로는 사진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 이어집니다. 

중국은 이렇게 엄청난 황토 고원을 벗어나 잠시 다른 곳에 오면 이번에는 끝도 보이지 않는 평원입니다.

대부분 옥수수를 심었는지 옥수수 대가 벌판에 가득합니다.

황토 산악을 지나니 황토 대평원이 기다립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핑야오에 2시 10분에 도착했고 터미널에 들어가기 전에 핑야오 고성 북문 입구에 내려줍니다.

버스를 내리자 당연히 삐끼가 웃는 얼굴로 접근합니다.

그런데 그 삐끼는 걸어 다니지 않고 오토바이에 뒤에 좌석을 만든 리어카처럼 생긴 것을 끌고 다니는 택시였습니다.

 

숙소가 얼마냐 물어보니 200원이랍니다.

고개를 흔들었죠.

100원도 있답니다.

또 고개를 가로 졌습니다.

지금은 칼자루를 우리가 쥐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처음 도착하는 곳이고 중국이라도 낮에 도착하고 2일 이상을 비수기에 묵는다는 일은

우리에게 51%의 주도권이 있는 겁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버티면 내려갑니다.

사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오히려 더 싸게 머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중국 여행은 비수기인 10월 중순 이후에 떠나려 합니다.

이 시기는 사람도 많지 않아 덜 혼잡하고 날씨도 덥거나 춥지 않아 좋은 편이고 숙박비에 바가지가 없고

협상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협상에 임합니다.

 

이게 바로 백수가 여행 일자를 정할 수 있는 특권인 게죠.

물론 200원 정도 하는 곳은 들어가 보니 고성 안에 있는 숙소이고 시설 또한 전통 사합원이라 좋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합원이라는 것을 무척 많이 보고 다녔기에 우리 부부에게는 신기한 것도 아니고

답답하기만 하기에 별로 흥미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핑야오 고성의 성벽은 황토로 만들고 주요 부분은 벽돌로 보강한 토성입니다.

주변에 산은 없고 황토만 있기에 황토로 쌓고 황토로 구운 벽돌을 이용해 성을 쌓았나 봅니다.

 

100원 정도도 비수기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더 저렴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행복한 백수이기 때문이죠.

 

저렴한 곳에 잔다고 우리 여행이 싸구려나 그 느낌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얻어오고 보고 느끼는 것은 다른 고액의 여행자에 뒤지지 않게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북문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60원/1일에 하기로 하고 이틀간 묵기로 합니다.

문 안과 밖의 숙소는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내려갑니다.

이렇게 아낀 경비로 다음 여행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또 떠날 수 있기 때문이기에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주인집 아주머니가 佳人의 여권에 있는 나이를 보고는 오빠라고 저녁에 전기난로까지 가져다주며

춥지 않게 자라고 합니다.

문밖으로는 덧문식으로 된 가림막까지 쳐주며 말입니다.

그런데 저 난로도 밤에 정전이 되니 무용지물...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

오빠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렇게 알지 못하는 곳에서 친절을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은 저렴한 곳이지만,  행복이고 천국입니다.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서 더 고마운 일이 아닐까요?

내일부터는 또 핑야오 고성을 이 잡듯이 누비고 다니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