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베이징에서의 첫 걸음

2012. 1. 6. 08:0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여행을 시작하며 여러 방법 중 자유 배낭여행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사실 편한 것으로 따진다면 여행사의 단체여행을 따라가는 게 무척 편리하고 좋습니다.

이동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숙소 시설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잠자리도 무조건 해결됩니다.

 

먹는 것은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편하지요.

가이드가 함께 하기에 안전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어의 두려움도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사용할까에 대한 고민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행사를 따라 여행을 다녀오면 꼭 아쉽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게 꼭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더 머물고 싶은 곳이 있고 그저 그런 곳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여행에서 만족하지 못하다는 것은 공연히 헛돈을 썼다는 마음이 듭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가이드의 횡포에 머리가 아픕니다.

너무 일방통행식의 일 처리에 섭섭하기도 하고요.

가이드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을 끌고 다니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요.

 

제일 문제 되는 것은 바로 옵션이라는 것이죠.

사실 저렴한 여행비는 옵션이 필수라는 것을 요즈음 누구나 알고 있기에 본인이 필요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

경우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따르자니 그렇고 여행업계의 구조를 알고 난 후 거절하자니 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마치 가시덤불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가른 사람의 눈치에서 벗어나고 불편하고 힘이 들지라도 자유 배낭여행을 선호하나 봅니다.

공연히 좋은 여행을 와 남의 눈치나 살피며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속앓이 하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혼자 돌아다니자는 마음에 자유 배낭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아~ 베이징... 정말 대단히 큰 도시네요.

중국을 몇 번 왔지만, 수도인 베이징은 이번이 처음으로 어리둥절합니다.

14억 인구의 수도라고 하니 오죽하겠습니까?

누구는 13억이라고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저들도 정확히 모르는 게 인구라 하더군요.

자유 배낭여행이 좋지만, 도착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우리 부부는 중국 여행을 시작하며 거의 숙소를 예약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숙소를 구하고 이동하고 식사를 하고 어디로 가서 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게 모두 여행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힘든 일이지만, 이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조차 즐겁고 재미있게 생각한다면 참 여행이 아니겠어요? 

우리 부부는 이런 일조차 즐기며 찾아다니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부부가 쳰먼에 숙소를 정한 이유는 바로 쳰먼이 옛날 중국의 심장이라는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국의 중심이라는 자금성에 숙소를 구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리고 이곳에서는 여행지 대부분이 쉽게 걸어갈 수 있고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한번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전문대가라는 거리는 바로 쳰먼(前門 : 전문)이라 부르는 정양먼(正陽門 : 정양문)의 골키퍼인 

졘러우(箭樓 : 전루)의 야경입니다. 

 

백 년의 중국 역사를 느껴보려면 상하이로 가라 했습니다.

천 년의 중국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오천 년의 중국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말이 없다면 있다고 하고 베이징에서 천 년의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베이징이 처음 역사에 등장한 시기는 전국시대 (BC403~221)였을 겁니다.

당시만 해도 별 볼 일 없던 변방의 작은 나라 연(燕)의 수도로 중국에서 그 존재가 미미했었을 겁니다.

그러니 천 년의 역사가 아니라 2.500년이 되어간다는 말이겠네요.

중국에서 역사를 입에 올리는 일은 번데기 앞에 주름잡기라 하더군요. 

 

그런 변방의 작은 도시였던 베이징이 어느 날 뻑 소리 나게 세상에 얼굴을 디밀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아마도

7세기경 경항대운하의 개통을 계기로 경제의 한 축으로 발돋움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베이징의 地氣는 중국의 중심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나 사실 경항대운하가 날개를 단 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지금이야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 있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지만, 당시만 해도 대량 수송을 위해서는 물길을

이용하여 많은 양의 물자를 옮기는 방법이 가장 쉬우면서 좋은 방법이 아니겠어요? 

대운하는 강남과 베이징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고 물자가 서로 쉽게 교통 하여 큰 발전을 가져왔잖아요.

  

이후 원나라 도읍으로 지정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영광이 시작되었을 겁니다.

당시에 베이징을 大都라고도 하고 서양 이름이 칸발릭이라고도 했던 모양입니다.

칸발릭이라는 이름은 원나라에서 황제를 칸이라 불렀으니 칸이 다스리는 곳이라는 말이 아닐까요?

 

그러니 이 시기가 강남과 베이징과 만리장성 너머의 북방 몽골족의 초원 문화가 함께 하나의 용광로에

녹아드는 시기였을 겁니다.

특히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던 18세기까지 베이징은 명실공히 아시아의 수도,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다 해도 허언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18세기, 중국은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급속히 몰락하게 되어 아시아의 맹주에서 늙고 병든 미련한

곰탱이가 되어 주변의 눈치나 살피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패배는 베이징이 지금까지 누리던 모든 것을 헝클어 놓아 버렸습니다.

대국이라는 체면에 손상이 갈 정도로 여기저기서 쥐어터지고 멍들고 상처가 났습니다.

 

물론 그 앞장은 자희라는 서태후가 앞장서서 만든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질서는 과거를 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눈부신 발전은 베이징이 다시 세계 속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거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지요.

 

이제 우리 부부도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베이징을 구경 다니고 있습니다. 

 옛날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동네방네 소문날 일이 아니겠어요?

가문의 영광이고 족보에 기록으로 남길 이야기겠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이웃이지요.

우리말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라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요?

미움과 질투와 불편함으로 지금까지 살아오지나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베이징은 지도에서 보듯 꾸궁(故宮 : 고궁)이라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반듯하게 방사형으로 퍼진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계획에 따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구가 지금과는 달라 규모도 달랐겠지만 말입니다.

지금의 모양이 바로 내성과 외성의 모양을 따라 기본 골격을 만들고

외곽으로 점차 확장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佳人의 여행 스타일은 이런 도시 체질이 아닌가 봅니다.

바라보아 숨이 막히고 답답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5일은 이곳에 머물러야 하기에 정이라도 붙여보렵니다.

5일을 머물러야 겨우 겉핥기라도 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중국 여행은 여행사를 따라도 왔었고 배낭만 둘러메고도 여행을 여러 번 왔지만,

역시 처음으로 세계적으로도 대도시인 베이징에 오니 얼떨떨합니다.

사실 어느 나라나 수도를 먼저 둘러봐야지 그 나라를 대강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중국의 심장에 들어와 바라보니 왠지 베이징은 너무 크고 혼잡해 그렇게 정이 가지 않습니다.

 

고대와 현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부자와 가난한 자,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곳...

자랑스러움과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함께 있는 곳...

바로 베이징이 아니겠습니까?

베이징이야말로 무척 복잡한 것들이 얽혀 있는 도시 중 하나일 겁니다.

 

한때는 세상의 중심이라 으스대기도 했더랬지요.

그러다 늙고 노회 한 곰탱이라고 망신도 당했습니다.

죽의 장막이니 뭐니 하며 뒤에서 음흉하게 호박씨만 깐다고도 했습니다.

아직도 지들끼리만 까고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의 리더라고 자부했던 미국이라는 나라도 시간이 지나니 신용등급도

강등되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미국을 대신해 새로운 세상의 리더로 나아간다 합니다.

두고 볼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팍스 시나카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을 다니다 보면 이 말이 얼마나 과장된 말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중국도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인공위성 쏜다고...

스텔스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세게의 리더국이 된다면 소련과 인도는 어찌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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