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이 닫히며 양메이 마을은 아팠습니다.

2010. 12. 1. 00:02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가슴에 담아놓기만 해도 좋습니다.

굳이 마주 보며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이 변치 않는 한 언제나 함께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기만 해도 좋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넉넉한 황금빛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황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저녁 황혼이 아니라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를 함께 걸어왔기에 좋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 말입니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그 바람을 함께 느끼며 걸어도 좋습니다.

함께 물병의 물을 나누어 마셔도 좋습니다.

 

양메이는 이렇게 함께 걸어볼 수 있는 넉넉한 곳입니다.

대나무 숲이 있는 고즈넉한 길이 있습니다.

강물을 바라보며 서로 정담도 나눌 수 있습니다.

 

진마마터우와 이어진 길이 바로 마을의 중심도로인 진마지에(금마가(金馬街)가 됩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 고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우선 우리 부부는 강변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길로 먼저 걸어봅니다.

 

그러니 마을 중앙을 사랑의 신 까마가 시바에게 쏜 화살처럼 관통하여 강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하트 오른쪽

모양을 그리며 돌아보고 다시 입구로 내려와 왼편을 그리며 사랑의 하트를 완성하며 걸어보겠습니다.

지도에 사랑의 하트를 그리려고 했으나 주먹 쥔 손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때는 이 작은 마을에 배가 교역품을 내리고 실을 수 있는 부두가 8개나 될 정도로 흥청거렸다고 합니다.

이 작은 마을에 부두가 8개였다면 얼마나 번성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거의 물류센터와 같은 역할을 했을 듯합니다.


강변에는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여기도 예전부터 뱃사람들이 드나들며 식사도 했을 것이고 뱃길의 고단함도 풀어가던 곳일 것 같습니다.

한 잔의 슬로 고향 떠난 설움을 달래고 한 곡조 구성진 노래를 부르며 아이 얼굴을 떠올렸을 겁니다.


이번 장삿길에 제법 큰 돈이라도 만진다면 마누라 금목걸이라도 하나 턱~허니 걸어주고 싶습니다.

금반지 하나라도 손가락에 끼어주고 싶습니다.

처녀시절 그 곱던 손이 아이들 키운다고, 신랑 치다꺼리한다고 손등이 벌써 거북이 등처럼 변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런 손을 볼 때마다 뱃사람은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떠꺼머리총각 덜수는 하룻밤 풋사랑에 아침 닭 우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아침에 백숙을 주문해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그 닭을 먹어버렸을 겁니다.

 

이 강에는 용선부(龍船埠), 두옥부(杜屋埠) 나만부(那晩埠), 즉대부(卽大埠), 전만부(畑灣埠), 대만부(大灣埠),

신가부(新街埠) 등 무려 8개의 선착장이 활기를 띠었다고 합니다.

그 대부분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정말 옛 모습 그대로 강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돌계단이 남아 있습니다.

8개의 선착장이었다면 이곳을 통한 교역이 얼마나 번창했을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당시에 아마도 이 마을에서는 돌아다니는 개도 비단옷을 입었고

 입에는 금화 몇 잎씩 물고 다녔다고 뻥을 쳐도 되었을 겁니다. 

지금이 아니고 양메이 전성시대 말입니다.

지금은 양메이 개는 그냥 다른 동네 개처럼 개같이 살고 있더군요.

 

이제 공자님을 모신 공묘가 있다고 하여 찾아갑니다.

석패방이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묘와 한 지붕 두 살림하는 관음전이라는 불당입니다.

같은 지붕 아래 반을 나누어 사용하기에 누가 주인집이고 누가 셋방살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오른쪽에 공묘가 있습니다.

우선 공자님부터 먼저 만나 인사 올리고 이번 여행이 무사히 진행되고

 비도 맞지 말고 다니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지 않겠어요?

 

정말 공자님의 효험이 있었는지 신기하게 34일간 구경 다닐 때는 비를 한 번도 맞지 않았으며

이동 중이나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을 때만 비가 퍼부었습니다.

"공자님! 정말 신통방통하지 않아요?"

"佳人아! 원래 가을에는 비가 자주 오지 않는단다."

 

"아~ 만세사표이신 공자님....

저 佳人왔어요...

이번 여행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공자님 찾아왔어요.

공자님~ 우리 함께 배낭여행 떠날까요?"
"여기는 누가 지키고~~"

 

이제 마을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양메이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모두 아래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독이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궁금하면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의 김치와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배추를 절이는 모습입니다.

우리 눈에는 비위생적으로 보이나 이렇게 해야만 전통적인 방법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게는 물론 길거리 좌판에서도 양메이 특산품이라고

병에 쑤안차이(산채:酸菜)라고 쓴 것을 파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들이 김치의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우기는 것은 바로 이런 음식이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사진 속의 쑤안차이는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그런 종류의 음식입니다.

 

행복을 기원하고 귀신을 멀리하는 모습은 방법만 다르지 세상 어디나 같은 모양입니다.

거울은 우리의 처용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게 아닐까요?

귀신이 들어오다가 거울에 비친 지 꼬락서니 쳐다보고 지가 "옴마나~"하며 놀래 자빠지라고....

 

마을이 참 아늑해 보입니다.

강이 잔잔하게 어머니 품처럼 마을을 휘감아 흐릅니다.

그래서 무척 온화한 마을로 보입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도 지세를 따라 온화해질 것입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개마저도 온화하여 지나가는 여행자에 짓지도 않고 눈만 멀뚱 거리며 바라봅니다.

그렇게 온화한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발전이 없고 온화한 모양입니다.

 

아니? 이게 뭡니까?

바로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 일행이 숙종에게 먹였다는 돼지껍질이 아닙니까?

돼지껍질을 널빤지에 못을 박아 말리는 중입니다.

끄하하하~ 이거 숙종에게 진상하려고 말리는 거죠? 

 

지금 佳人은 마눌님과 둘이서 손을 잡고 천 년의 마을을 온화하게 걷고 있습니다.

천 년 전의 사람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천 년 전의 사람을 우리 부부가 불러내어 대화하듯 우리 부부가 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이곳을 거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러분과 천 년 후에 다시 만나 여행 이야기나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늘 만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세상 전부입니다.

난 늘 당신이 佳人을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를 바랐는데,

당신은 언제나 佳人을 다른 사람에게 내 편이 아닌 남 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보! 난 언제나 남 편이 아니고 당신 편이야...

 

강은 포근하게 천 년 꾸전인 양메이라는 마을을 한 번 휘돌아 감싸 안고 흘러갑니다.

물길을 따라 오래전부터 뱃길이 열렸고 배가 닿는 곳에 당연히 나루터가 생겼으며

나루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장터가 생겼을 것입니다.

그 장터가 열린 곳에 있던 마을은 자연히 번창했을 겁니다.

 

지금 이곳의 과거는 이야기 속에만 남아 있고 가난하고 초라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물류의 거점이며 상업의 중계 마을인 이 마을은 이렇게 천여 년 간 번성해 왔습니다.

이 마을은 중국에만 국한된 곳이 아니라 베트남과 중국 국제무역의 중계점입니다.


국제무역이 활발하면 마을은 활기를 띠며 음식점과 주점, 그리고 숙박업소가 함께 흥청거렸으며

경기가 쇠락하면 이 마을도 시름 거리며 아팠습니다.

이제 뱃길이 닫히고 더 이상 이곳을 드나드는 무역선은 없습니다.

장사꾼이 발길을 끊자 양메이는 지금 많이 아픕니다.

 

이곳에 사는 양 씨의 사당 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한 때는 큰소리치며 살던 뼈대 있는 가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옛 영화는 사라지고 현판 위에는 거미줄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마치 양메이 마을의 현주소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양 씨 가문은 호대가 두 개나 되고 忠이라는 글까지 넣어 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는 제법 어깨 정도는 펴고 살았을 집안이네요.

 

당시에 흥청거렸을 모습을 상상합니다.

광대도 들어와 한바탕 쓸고 가고....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그곳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주변의 마을은 모두 양메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양메이가 기침하면 주위 마을은 모두 감기 걸렸습니다.

 

지금 양메이는 중병에 걸려 가쁜 숨을 몰아쉬어도 누구 하나 눈도 깜짝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양메이는 화타가 와도 고칠 수 없습니다.

속도 모두 비워 남은 것은 풍진(風塵)뿐인 듯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