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역에서 기차표를 사보자.

중국어도 하지 못하고 나이도 적지 않지만, 도전해보고 싶어 떠난 여행기라 순전히 초보의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혹시 나이가 많아서...

중국어를 못하기에...

두려움으로 떠나기를 망설이는 분에게 우리 같은 초보도 무사히 다녀왔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처음 떠난 중국이라 첫 숙박을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서 했습니다.

 

오늘의 미션 2가지...

쿤밍 일정이 끝나면 다음 여행지인 따리로 가는 기차표를 쿤밍역에서 직접 사기.

그리고 서산용문을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오기입니다.

 

어젯 밤에 공항에서 무사히 시내버스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을 했습니다.

외국에서 길을 물어볼 때는 적어도 세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틀림없이 엉뚱하게 반대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젯밤에 숙소를 찾아오는데 제일 먼저 물어본 사람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의 반대로 길을 가르쳐 준 미운 사람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부근에서 중국 쌀국수 미시엔을 4위안 주고 먹고 숙소 주변을 거닐며 지리를 익힙니다.

우리 부부는 아침은 무조건 주변을 걸어다니며 그곳의 모습과 지리를 눈에 담아두려 합니다.

쌀국수는 중국보다는 베트남이 담백하고 더 맛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것도 佳人의 편견.... 한 번 먹어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10시에 시내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쿤밍역으로 나갑니다.

중국에서 가장 저렴한게 대중교통요금입니다.

버스를 타는 이유는 저렴한 것 외에도 지리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의 눈을 보며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미션은 모레 따리로 가는 기차표를 사고 바로 서산 용문으로 갔다 오는 일정입니다. 

이런 황소가 쿤밍역 광장에 떡~허니 버티고 서서 쿤밍에서 가장 큰길에 속하는 베이징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소머리 국밥의 중요한 기본 재료인 머리의 정수리로 말입니다.

그리고 부릅뜬 눈이 가르키는 바닥은 쿤밍역 광장이라고...

따식~ 건방지게스리....

암소인지 황소인지는 소를 자세히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고요?

그럼 뒤에서 한 장 더....

그래도 모르시면 직접 가셔서 확인하실 수밖에....

그동안 몸을 만든 근육질의 황소가 "우리 동네 모하러 왔쪄?"하며 인상을 팍 쓰고 있습니다.

"그래~ 구경하러 왔다. 임마~ 넌 말이야! 청도에 가면 단 뿔에, 스페인에 가면  단 칼에..... 까불고 있어~"

그래도 이 녀석이 이정표 역할을 단단히 합니다.

 

스린(石林)을 일반 버스를 타고 가실 분들은 쿤밍역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가시면 石林이라고 쓴 판때기를

앞 유리창에 붙여 놓았으니 그걸 타고 가면 됩니다.

버스비는 왕복 50위안 내외 정도랍니다.(이 정보는 옛날 정보입니다.)

그러니 그곳이 황소의 오른쪽 엉덩이의 볼기살이 가리키는 곳입니다.

거리는 쿤밍에서 85km 정도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시외버스를 탈 때 어떤 버스는 보험료를 2-3원 정도 버스요금에 붙여서 팝니다.

국내에서 보험에 가입한 여행자나 필요 없다면 사지 않겠다고 하면 사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처럼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게 되더군요.

중국은 지방에 따라 없어진 곳도 있고 아직 윈난성처럼 계속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사람에게 주는 보험료가 고물 버스에 지불하는 돈보다 적은 나라가 중국이라는군요.

 

오늘 초보의 첫 번 째 미션....

이제부터 셀프로 기차표 사기에 도전합니다.

바로 황소의 왼쪽 뒷다리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

쿤밍역을 바라보고 1층 오른쪽 대합실 안에 예매 매표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모든 열차의 3일 후까지 시각과 좌석이나 침대 종류별로 잔여 기차표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습니다.

 

한자만 읽을 수 있다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佳人은 카메라 감독이고 선수인 울 마눌님이 기차표 사기에 도전합니다.

이렇게 감독은 늘 고뇌에 쌓여 작전지시만 내리는 고독한 사람이고 선수는 단순한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쿤밍역에 가면 꼭 황소를 보고 '니 하오~" 하며 인사 정도는 합시다.

제대로 방향을 가리켜 주니까....

 

메모지에 한자로 행선지와 출발시각, 그리고 좌석등급을 써서 창구로 들이밉니다.

이렇게 글로 써 들이미는 사람은 100% 외국인임을 매표원은 알고 있습니다.

매표원이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앞에 있던 모니터를 우리 방향으로 돌리며 보라는 시늉을 합니다.

우리가 요구한 날짜와 시간대에는 표가 없다는 말이겠지요.

 

전광판에도 우리가 요구한 시각의 따리행 기차표는 0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 시간대로 써서 일단 들이밀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사에서 싹쓸이한 모양입니다.

그 이유는 늦은 밤에 출발하고 그전에 출발하는 기차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메이 요~"라고 할 텐데 그녀는 우리에게 표가 매진되었음을 알려주기 위해 

영어가 가능한 다른 직원까지 불러 이해를 시킴은 중국의 대단한 변화입니다.

할 수 없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저녁 9시 43분에 출발하는 소프트 베드인

루안 워 4인실 1층과 2층 표를 구매했습니다.

2층이 1층보다는 조금 싸군요.

오늘 중국 철도 매표원의 변화와 배려는 중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드디어 이제 우리에게 오늘 주어진 1차 미션인 기차표 사기에 성공했습니다. 

기차표를 샀으니 주변을 둘러보며 지리도 익힐 겸 서산에 가서 먹을 점심 대용식을 준비합니다.

우리 부부가 하면 대한민국 초보 여행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과일은 우리나라보다 무척 저렴한 듯합니다.

빵도 사고 만두도 사서 배낭에 넣어 시내버스를 기다립니다.

물건 사기는 더 쉽습니다.

손가락으로 "쩌거~"하고 가리키면 "쏼라쏼라" 하다가 계산기를 들어 찍어 주거나 대부분 가격표가 붙어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계산기가 없으면, 직접 돈을 꺼내 보여주기에...

 

왜? 태초부터 돈 벌기는 어려워도 돈 쓰기는 무척 쉽게 세상은 되어 있습니다.

대화가 두려우신 분은 한국에서 작은 계산기 정도 들고 가시면 스텔스 전투기나 미사일도 살 수 있겠습니다.

항공모함은 이제 한 대만 만들었다 하니 팔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초보 배낭여행자도 돌아다니니 걱정하지 마시라.

 

중국에서 한국인이 헷갈리는 말이 돈 계산을 할 때 "이 콰이"라는 말입니다.

한국인은 순간적으로 2위안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는 중국에서 1을 의미하니....

그들은 "위안"이라는 말 대신에 "콰이"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서산 용문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어디에서 타느냐고 고민하지 마시고 황소에게 눈으로 물어봅시다. 

쿤밍역 광장에 있는 황소는 늘 오른쪽 뿔로 버스정류장을 언제나 말없이 정확히 가리켜줍니다.

살짝 치켜뜬 꼬랑지가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히 쿤밍역 2층 출발 대합실입니다.

 

바로 역 광장 앞 오른쪽에 보면 쿤밍역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버스가 출발하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나 역 광장에 가면 도시 내의 각지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제 버스 타는 일은 우리나라에서처럼 자연스럽습니다.

 

그곳에서 11시 45분에 우리는 44번 버스를 타고(1위안) 윈난 민족촌이라는 곳으로 갑니다.

12시 20분 민족촌 도착...

바로 종점 한 정거장 전으로 그곳에 가면 사진으로 보 듯 누구나 민족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민족촌 그 너머로 앞에는 서산이 떡 허니 버티고 다소곳이 누워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인을 닮았으니까....

오늘 두 번째 미션으로 저 산에 올라가는 임무입니다.

그곳에 가면 절벽에 만든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촌은 이 지방에 사는 소수민족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우리나라 용인 민속촌과 같은 곳이라네요.

소수민족 연구를 위해 온 것이 아니고 돌아보아도 어느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도 없어 대문만 찍고 맙니다.

중국의 모든 성 중에 윈난성에서 사는 소수민족이 제일 많다고 하는데 무식한 난 관심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 보여 드려야 하는데 워낙 학술적인 문제는 문외한이라서.....

아마도 민족촌 내부의 모습은 다른 분의 여행기가 많기에 대부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매표소 앞에는 소수민족 복장을 한 처자들이 입장객을 기다립니다.

아마도 가이드를 하기 위함일 겁니다.  

 

"옴마나! 곱기도 해라~~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젠장~ 나는 왜 이런 아름다운 꾸냥의 모습만 보면 정신이 혼미해질까요?

아직도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그런 격정의 감정이 꿈틀대고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제일 오른쪽에 있는 처자~ 임자 말이야~~ 와 째려보는데?

 

그 앞에 있던 나무들의 모습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거목들이 아니고 작은 등나무 줄기의 나무들을 시멘트로 만든 짝퉁 거목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눈속임이 대단하다는 말입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야~~

그렇게 눈속임하시고 사셔서 행복하십니까?

 

오늘의 2차 미션....

우리는 서산 용문을 올라가기 위해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어제 숙소에서 들은 정보로는 "이곳에서 케이블카 티켓을 사면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무료로 태워준다"였습니다.

그다음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용문 정상 매표소로 가든지 그냥 아래 매표소로 걸어가

계단을 헥헥거리며 걸어 올라가라!"였습니다. 

 

왕복 70, 편도 40위안인데 그곳에 근무하는 아가씨가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이동하는 차비로

10위안을 더 내라고 합니다.

울랄라?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나?

여행 시작 후 처음으로 태클에 걸렸습니다.

 

우리가 잘못 들어왔나 보다.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물어보자.

그런데 이곳은 분명히 쿤밍 관광 서비스 센터인데?

그래서 조용히 밖으로 나와 명찰을 단 젊은이에게 케이블카 타는 방법을 물어보니 케이블카 표만 사면 무료로

그곳까지 간다고 자기가 표를 사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데리고 가는 곳이 어이쿠~~ 바로 또 그 사무실....

아가씨는 우리를 보자 그 젊은 남자에게 화를 버럭 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 시작합니다.

 

젠장~ 첫 번 째 관광지에서 싸움 구경부터 합니다.

우리는 싸움 구경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란 말이야~~

공연히 싸움만 붙여 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됐네~ 이 사람들아...

내가 걸어가든지 100위안을 더 내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는 표를 사지 않겠다.

이래 사진은 거대한 공갈 콘크리트 나무.... 좌우지간 뻥은 나 원 참!!!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왔던지 그곳의 근무자가 우리에게 장난을 치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만약 후자일지라도 그래도 난 너희들의 꼼수를 알기에 미워하지 않으리라... 그것마저 귀엽게 사랑하리라.

허구연 아저씨가 들었다면 "됐으요~" 영어로 하면 "That's Yo"가 되나?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노래하면 아름다운 화음으로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자기의 주장을 높이면 그것은 싸움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구경 중의 최고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했습니다.

 

젠장... 그럼 서산 용문 구경은 물 건너가는 건가요?

혹시 佳人이 용문에 걸린 용의 역린을 거스르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그럼 보따리 챙겨 시내로 돌아가야 하나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마음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지만 그들의 사는 모습은 담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이상하지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여행이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다니면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