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욘... 그 진솔한 삶...

2008. 12. 31. 19:45동남아시아 여행기/시엠립 배낭여행

이곳에 가면 그들의 삶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가만히 부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삶도 우리와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비록 나라가 다르고 세월이 흘렀지만.

 

아래 사진은 여인들의 모습이다.

여인들의 오른쪽으로는 강을 의미하는 물고기들이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서 있는 여인들은 강변으로 물놀이 온 귀족들로 보이며 그 아래에 앉아 있는 여인들은 시중을 들고 있다.

제일 오른편에 서 있는 여인이 佳人의 모습을 보자마자 흥에 겨워 춤을 추며 노래한다.

 

물 위로 언듯 그림자가 비치더니 佳人님이 지나가시는구나.

佳人님아, 거기 서 있으시오. 님이 가시는 곳을 물어봅시다.

그러자 佳人님이 손가락으로 흰 구름을 가리킬 뿐, 돌아서 보지도 않고 가시는구나.

 

정말로 그렇게 佳人은 노래하는 여인을 돌아보지도 않고 지나갔걸랑.

왜?

바로 옆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마눌님이 있기 때문에.

돌아서 가는 佳人을 향해 다시 여인이 목소리를 높여 노래 부른다.

 

"해는 아직 서산마루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는데

佳人님은 어이 그리도 눈길조차 주시지 않고 길을 재촉하시니이까?

저희들과 함께 이곳에서 좀 더 머물며 즐기시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그대! 뒤돌아서 가는 佳人을 보니 마음이 아프신가?

돌아서는 佳人의 마음도 많이 아프다네~

낸들 그냥 지나치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있겠는가? 

옆에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마눌님이 계시다네"

 

머리에 물건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나 할머니들도 예전에는 머리에 이고 다녔다.

옷차림으로 보아 아마 중국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려고 온 사람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보따리 장사도 역사가 깊은 것 같다.

물건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들 왼쪽 옆으로는 강을 의미하는 물고기가 보인다.

아마도 씨엠립 강가에 시장이라도 열리는 모양이다.

으윽~~ 옆에는 삐끼들이다.  

 

참족과의 전투.

그리고 내란을 진압하는 동족 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이곳에 남아있다.

이 지역 사원에 있는 장서각이라는 곳은 힌두 신화의 교과서라면 이곳은 그들의 생활과 역사 교과서이다.

그래서 이곳 바이욘의 석벽 부조는 머리 아픈 신화의 냄새가 배제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냥 천천히 돌아보며 그들과 대화를 하면 내용을 알 수 있어 좋다. 

아래 사진은 지방 세력의 내란을 진압하는 동족 간의 전투 모습이다.

 

참파 병사와 싸우기 위해 배에서 막 상륙하는 크메르 병사들의 역동적인 모습이다. 

가운데 밝은 부분에 병사는 급한 나머지 넘어지고 있다.

그 앞의 병사는 밀치지 말라고 뒤돌아 보고 짜증을 부린다.

훈련이 부족한 병사는 이렇게 전투에서 전투력의 피해를 줄 수 있다.

왜 비실거렸는지 한번 물어보고 갈까요?

아마도 걸려서 넘어졌다고 할 겁니다.

괜찮아~~ 아주 잘 깔아 놓은 레드 카펫 위를 걷다가도 넘어지는데 뭘~~

 

재미있는 사진이다.

사자로 보이는 짐승에 쫓긴 사람이 나무 위로 도망을 간 모습이다.

사람 1 : "훠어이~ 물렀거라~"

사자 : "존 말할 때 내려와라 잉~ "

사람 1 : "내려가면 잡아먹을 거지?"

사자 : "날씨도 더운데 우리 서로 시간 끌지 말자 잉~"

 

사람 2 : 옆 나무로 먼저 튀어 올라가서 "쟤가 더 맛나게 생겼다~"하고 외치는 나쁜 놈.

앙코르 1동 사무소에는 그 후로는 그들 둘 다 마을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실종신고가 되어있다.

이렇게 전쟁으로만 도배되는 석벽 부조 사이마다 일상의 일들을 그려 넣었다.

 

군사들의 행진 장면 중 제일 뒤에 따라가는 덜수라는 병사가 눈치를 보며 무엇을 마신다.

佳人은 궁금하면 무조건 물어본다.

佳人 : "지금 마시는 게 뭐여?"

덜수 : "피로 회복제예요~~"

佳人 : "그거 효과 있어여~~"

덜수 : "이거 한 병만 마시면 끝내 줍니다. <피로야~~ 게 섯거라~~ 내가 간다~~하고 선전하는 거예요!"

佳人 : "그게 뭔데 그렇게 효과가 있어여~"

덜수 : "바로 이게 앙카스예요"

 

"앙카스"는 앙코르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국민 피로 회복제로 크메르 제약(주)의 대표적인 자양강장제다.

100ml 한 병만 쭉 들이마시면 피로 안녕~

가격?

1.000리엘인데 외국인에게는 무조건 5불.

 

보급품은 수레에도 싣고 가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어깨에 메고도 운반한다.

아래에 고아로 보이는 아이는 어깨에 걸치고 따라간다.

전쟁은 이렇게 고아도 양산하는 슬픈 일이다. 

 

모두 앞만 보고 열심히 진군한다.

그런데 가운데 걸어가던 크메르 병사 덜수가 佳人을 쳐다보고 있다.

佳人 : "뭘 보슈? 댁도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

덜수 : "급해서 그러우~ 카메라좀 치워주슈~~"

佳人 : "뭐가 그리 급하우?"

덜수 : "쉬가 마려워서~"

佳人 : "그럼 빨리 일 보슈~~"

 

덜수는 재 빨리 일을 봤다.

두 손으로 허리춤을 잡고 쉬를 하려는 덜수의 모습이 佳人의 고발 카메라에 딱 걸렸다.

노상방뇨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죄로 경범죄에 해당된다.

따식~ 소변보는 자세가 무척 건방지네.... 

 

과일을 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아래는 이미 따온 신선한 과일을 그릇에 담고 으깨서 주스를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집에서 만든 홈 메이드 마미표 생과일 주스다. 

남의 집 과일을 몰래 따는 일도 처벌 대상이다. 

 

참파군의 늠름한 행군 모습이다.

그러나 석공은 한 사람을 살짝 비틀어 표현했다.

왜?

크메르 병사보다 못하게 당나라 군사로 표현하기 위해서.

모두 "왼 발, 오른발"하며 진군하는데 뒤에서 두 번째 녀석은 모두 왼발을 높이 들고 있는데

혼자서 두 발을 땅에다.

 

佳人 : 불러 세워 놓고 물어보았다. "너 고문관이지? 맞지?"

참파 병사 : "아니요~~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서 노라고 하는 사람."

佳人 : "임마~~ 그게 바로 고문관이야~~"

참파 병사 : "저는 튀어 보려고 그랬는데요~"

佳人 : "너 하나 때문에 너희 소대원 고생깨나 했겠다"

참파 병사 2 :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쟤 때문에 우리 소대원들은 매일 선착순에서 꼴찌를 했걸랑요."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꼭 있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서 "노"라고 그것도 크게 외치는 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혼자 이곳을 방문한 서양인이 단독으로 가이드를 대동하고 다닌다.

그 가이드 녀석이 우산으로 가리키다 놀라서 "Sorry~"라고 佳人에게 사과한다.

그 녀석이 우산 끝으로 가리키는 곳에 전투 중에 먼저 세상을 하직한 병사의 시신이 배 밑바닥에 있다.

죽은 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데 부조로 남으면 우리들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

오른쪽에는 악어가 먹을 게 없나 하고 먹이를 찾고 있다.

 

佳人은 비록 죽은 자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죽은 자를 살려서라도 그의 마지막 말을 들어 보자.

그 서양인은 가이드가 죽은자를 깨우지 않아 이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지나갔다.

 

佳人 : "마지막 할 말이라도 없니?"

참파 병사 : "제가 조국 참파를 사랑한 만큼 조국이 저를 사랑하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佳人 : "네 마음이 정말 아름답구나. 하지만 너의 조국 참파왕국은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단다."

참파 병사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왜 사랑하는 나의 조국 참파 왕국이 사라졌나요?"

 

佳人 : "세상의 일이란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끔 생긴단다. 너의 조국은 이미

역사 속의 나라로 사라지고 그렇게 융성했던 문화는 모두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단다" 

참파 병사 : " 오~~ 쉬바 신이시여~ 참파나 앙코르나 같은 신을 모셨는데 왜 우리에게만."

나라가 없는 민족은 이렇게 구천을 떠돌며 부조로만 남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닭싸움이라는 투계(鬪鷄) 장면이다.

그들의 진지한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틀림없이 큰돈이 걸렸다.

도박은 3대를 망하게 한다.

지금도 동남아시아에서는 투계가 인기 있는 스포츠(?) 중에 하나이다. 

 

어디서 바가지 긁는 소리가 요란하다.

집안에 쌀이 떨어졌다.

그러면 여자는 당연히 바가지를 긁는다,

남편은 이웃집에 쌀을 얻으러 나가고 아이는 배고프다고 칭얼거린다.

저 넘도 佳人처럼..... 쯔쯔쯔쯔...

 

이웃 간에 송사가 생겼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삿대질까지 하며 싸운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빙고~~~

바로 쁘라삿 수오르 쁘랏. 

 

어느 집을 지나는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리고 내뱉고... 그리고 힘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들여다보니 마당에 달봉이가 담배를 피우며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다.

佳人 : "뭐하고 계슈?"

달봉 : "울 마눌이 지금 출산 중이우~"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산모의 모습이다.

 

집안에는 산파가 산모의 상체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출산 시 라마즈 호흡법으로 고통을 줄여준다.

바로 그 뒤에는 보조원이 출산 후 뒤처리를 위해 대기 중이고 문 밖에는 남편 달봉이가 초조하게 기다린다.

달봉이 마눌님이 소리 지른다.

"아이고 배야~~ 달봉이 이놈아~....... 왜 나만 배가 아파야 하니?????"

 

우리는 아주 힘든 고통을 출산 때의 産苦에 비유한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다시 아이들을 또 낳는다.

출산의 고통보다 자신의 분신을 보는 순간 출산의 고통은 춘삼월 봄 눈 녹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들 딸 구별 말고 열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플래카드가 앙코르 가족부 정문에 펄럭거린다.

 

그 밑에는 출산 장려금 내용과 출산 장려 구호가 적혀있다.

"3번째 자녀부터 500만 리엘과 유치원 무상교육. 5자녀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국력은 머릿수다.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가능하다"

"애국이 별거더냐? 부부간의 사랑이 애국이다!"

 

세상에 지지리도 복도 없는 녀석을 만났다.

전투 중에 재수가 없어 배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다시 기어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이번에는

또 재수 없게 악어의 공격을 받는다.

왼쪽 다리를 물린 이 녀석은 그 후 다시 본 사람이 없었고 집에는 전사 통지서가 전해졌단다.

그리고 앙코르 국립묘지에는 위패만 모셔있다.

 

우리네 삶도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녀석처럼 설상가상인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앙코르 사람들은 더운 지방에 살기에 설상가상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그들에게는 "사자 피해 물속으로 뛰어드니 악어가 기다린다"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집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왼편의 남편은 이미 다 먹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어미와 딸이 맛있게 식사를 한다.

그릇에 길게 걸린 게 바로 캄보디아 쌀국수다. 

이곳에서도 남자가 먼저 식사를 마친 후 아내와 아이들이 먹었나?

 

덜수와 삼순이의 결혼식 피로연이다.

동네 사람들이 음식도 나누어 먹고 덩실덩실 춤도 추고 놀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이 길어지면 정말 피로가 몰려온다.

2시간 무료 코끼리 주차권 도장은 잊지 말고 꼭 찍고 나가자.

항아리에 대롱을 꽂아 빨고 있는 것이 지금도 볼 수 있는 술항아리다.

 

조금 전에 결혼식 장면을 보았다.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 덜수를 동구밖까지 쫓아와 자라를 슬며시 건네는 삼순이의 모습이다.

삼순이는 애처로운 눈초리로 서방인 덜수를 바라본다.

덜수는 창피한 듯 뒤를 힐끗 쳐다보고 손을 뒤로 슬며시 내밀어 자라목을 움켜쥔다.

佳人은 그들이 은밀히 나누는 夫婦之愛의 속삭임을 우연히 엿들었다.

 

삼순 : "서방님 점심때 이것 끓여 드시고 힘내세요~~"

덜수 : "옹야~ 걱정 마라 내 이놈 끓여먹고 살아서 돌아 오꾸마~~"

삼순 : "서방님 지난밤에도 식은땀을 많이 흘렸어용~"

덜수 : "그건. 그건 말이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며 말 끝을 흐린다.

 

그들에게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더란 말인가?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젊은 새신랑이 밤에 왜 식은땀을 흘린단 말인가?

전쟁터로 떠나는 덜수에게 왜 용봉탕의 원재료인 자라를 건넨단 말인가?

그래서 佳人이 삼순이에게 충고 한 마디 하고 왔다.

"삼순아~~ 니 생각이 짧은겨~~ 덜수가 전쟁터에서 용봉탕 먹고 엄한데 힘쓰면 우짤껴?"

 

삼순이가 떠나가는 덜수를 바라보며 애절한 타령을 한다.

 

그립고 안타깝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하룻밤 시름으로 식은땀 흘렸으랴.

밤마다 겪는 이 년의 괴로움을 알고 싶거든

얼마나 이지러졌나 자라 모가지 한번 보소.

 

니들이 부실한 새신랑인 덜수를 전쟁터로 보내는 삼순이의 맴을 알기는 아는 게야?

그리고 새신랑이라는 젊디 젊은 덜수가 밤마다 삼순이 눈치나 살피고  왜 삼순이를 외롭게 하는겨.

 

먹어야 산다.

수레 밑에 엎드려 삼순이가 건네준 용봉탕 끓이느라 더운 날 덜수는 욕보고 있다.

덜수야~~ 그거 먹고 어디다 힘을 쓸.... 꼬.... 

엎드려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불씨를 살리고 있는 덜수 앞에는 덜수의 친구인  달봉이 부인이 속으로

"사내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못난 놈~ 허우대는 멀쩡해 가지고.." 하며 자랑스럽게 아이를 안고 걸어간다.

덜수는 복장 터진다.

환장하겠다~~

덜수야 용봉탕 먹고  홧팅~~

 

목에다 밧줄을 걸고 가는 군상들.

포로들인가?

아니면 코끼리를 인도하는 길잡이 들인가.

 

이곳에 가면 수많은 부조가 있다.

며칠을 보아도 재미있는 부조들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면 천 년 전의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신화를 몰라도 역사를 몰라도 상관없고 단지 눈으로만 보고 가끔 물만 마시며 보면 된다.  

 

5시가 되어 간다.

이곳 바이욘에 머문 시간은 고작 2시간이나 비를 피하느라 1시간을 까먹고 1시간 만에 다 끝냈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2층 부조도 돌아볼 수도 있었는데.

바이욘 석벽 부조에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상상의 나래를 펴면 1.000년 전의 그들을 만나 볼 수도 있다.

그냥 돌아보면 석벽에 새겨진 의미 없는 돌만 보인다.

그러나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그냥 지나치면 석공이 얼마나 섭섭해할까.

석벽 부조에 새긴 조각은 석공이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