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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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에서 쯔위엔으로 갑니다.
11월 17일 여행 28일째 아! 가을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립니다. 여행 중에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기에 즐겨보렵니다. 오늘도 역시 아침부터 안개가 가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숙소에 머무르기도 그렇잖아요? 출발시각까지 그냥 숙소 안에만 있다는 것은 여행자의 참모습이 아닙니다. 떠나려는 佳人이 아쉬워 더 있어 달라는 이슬비입니까? 아니면 가라고 내리는 가랑비입니까. 창 밖을 내다봅니다. 풀잎에 이슬방울이 조롱조롱 맺혔습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쪼르르 미끄럼을 탑니다.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길섶의 들꽃이 아침 이슬을 흠뻑 머금고 마치 울음이라도 금방 터뜨릴 것 같습니다. 이곳에도 가을의 막바지인가요? 나뭇..
2011.03.26 -
이제 용의 허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우리 부부...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칠성반월에서 구룡오호로 이어진 멋진 산책길을 걸어갑니다. 이곳을 가시는 분은 꼭 이길을 걸어보세요. 아주 멋진 산책길입니다. 핑안춴에는 산 위에는 쫭족이 살고 산 아래는 야오족이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던 제일 높은 쉼터인 구룡오호 관경대에 야오족 여인 몇 명이 있었고 그 관경대로 올라온 사람에게 헤어 쇼를 해주겠답니다. 국군의 날 에어 쇼는 보아서 알지만, 헤어 쇼는 금시초문입니다. 그곳에는 야오족 아주머니가 진을 치고 자리 잡고 '헤어 쇼를 하겠다.' 합니다. 그러니 쉬운 말로 귀신 놀이하겠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사례를 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네... 바로 그런 일이었습니다. 야오족의 긴 머리를 풀어 빗질하고 다시 감아올리는 모습을 관광객에게 ..
2011.03.25 -
핑안(평안:平安)의 하늘길
별은 바라보았습니다. 너무 먼 하늘에 있었습니다.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름에 가려 언듯 언듯 보였습니다. 해를 바라보았지만, 너무 밝아 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바람을 느껴보려고 하였지만, 그냥 佳人을 외면하듯 언제 지나갔는지 지나쳐버렸습니다. 구름마저 산허리를 돌아 나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금방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랑논을 돌아보는 모든 길에는 궂은날에도 다니기 편하게 돌을 깔아 석판로(石板路)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석판로를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길옆으로 난 작은 계곡으로 물이 흐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제 용척 위를 타고 올라갑니다. 나 아직 괜찮습니다. 이제 용척을 딛고 올라섰습니다. 나 아직 힘들지 않습니다. 이제 용척을 뛰어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걸어가나 봅니다. 인간의 삶이란 ..
2011.03.24 -
세상 어디나 만만한 삶은 없나 봅니다.
11월 16일 여행 27일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봅니다. 역시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쫭지에(장계:壯界)라는 마을이 안개가 내려앉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계절에 중국의 내륙은 늘 안개로 덮이는가 봅니다. 아~ 하늘이시여~ 하늘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안개마저 우리를 버리려나 봅니다. 아침 일찍 천층천제와 서산소악을 올라가 다랑논을 보려고 계획했던 우리의 꿈은 안개가 그만 삼켜버리려나 봅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려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면서요. 지난밤에 정전까지 되어 우리가 가지고 다니던 전기장판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조각루라는 소수민족의 집은 정말 춥습니다. 문틈이 제대로 맞지 않기에 환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됩니다. 봉황고성에서 산 전기장판을 지금까지 잘 사용하며 ..
2011.03.22 -
다랑논을 찾아 용척으로 떠납니다.
11월 15일 여행 26일째 오늘은 청양 마안짜이를 떠나 롱성을 거쳐 다랑논이 있다는 다짜이(대채:大寨)와 핑안(평안:平安)으로 갑니다. 그곳에 가면 인간의 삶을 다시 조명할 수 있다고 하니 한 번 들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른 아침이라 청양 풍우교 주랑에는 고요한 적막감만이 흐릅니다. 낮에는 장사하는 주민과 드나드는 관광객으로 무척 떠들썩한 곳입니다. 동족은 풍우교를 용에 비유합니다. 비를 다스려 농사에 도움을 주고, 마을로 들어오는 잡귀를 막아준다는 생각에 동족은 모두 마을로 들어가는 개울에 풍우교를 지었습니다. 지금 위의 사진처럼 풍우교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풍우교 내부는 용의 내장이 되는 겁니까? 이제 용의 내장을 지나 척추라는 롱지티티엔(용척제전:龙脊 梯田)으로 가니 며칠 동안 용하고만..
201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