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겐스부르크(Regensburg)는 제국의 수도였나요?

2020. 4. 30. 06:00독일·오스트리아 2018/레겐스부르크

벽에 그려진 대형 그림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그림의 구도가 창문 사이로 벽의 공간을 절묘하게 메우며 그렸네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제법 많은 시간을 구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듯합니다.

작은 사람의 손에 돌팔매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다윗과 골리앗을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도시 레겐스부르크가 큰 도시와 겨루어 이기자는 의미의 그림일까요?

 

사실 레겐스부르크는 지금은 작은 소도시지만,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의 역할을 했으니 충분히 다윗이었네요.

랜더 카드를 이용해 뷔르츠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일단 뉘른베르크로 왔습니다.

바로 레겐스부르크로 가는 기차가 없어 뉘른베르크에서 다시 기차를 바꿔 타고 레겐스부르크로 갑니다.

 

하루에 두 개 도시를 모두 보려니까 시간이 무척 촉박합니다.

도착 시각이 오후 4시 38분이었는데 레겐스부르크 중앙역에서 정문으로 나와서 걷다가 보니 한참을 가도

뭔가 싸한 기분이 들어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네요.

 

아무 생각 없이 기차역 정문으로 나왔기에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레겐스부르크 구시가지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기차역 앞문이 아니라 뒤로 나가야 하네요.

 

레겐스부르크는 인구 15만 명 정도가 사는 소도시입니다.

소도시지만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바이에른주이기에 랜더 티켓 한 장으로 뷔르츠부르크에서 여기까지도 올 수 있고요.

 

구시가지 중심에 우뚝 솟은 고딕식 대성당 돔(Dom St Peter)은 마치 쾰른 대성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사진 한 프레임에 담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나게 높고 큰 성당이네요.

그러나 명성에 있어서는 감히 쾰른 대성당에 비교하지는 않겠지요?

 

1260년부터 250년간이나 지은 건축물로 첨탑의 높이만 102m라고 하니 대강 짐작하시지요?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입니다.

이 작은 소도시에 이런 규모의 성당이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성당의 꽃은 돔 슈파첸이라고 부르는 대성당의 참새들이라는 의미의 소년 합창단이라고 합니다.

이 합창단의 역사가 천 년을 넘는다고 하나 일요일이 아니기에 들을 수 없네요.

이곳에 왔던 날은 금요일입니다.

 

아침에 구경했던 뷔르츠부르크는 시내 한가운데로 마인강이 흘렀는데 이곳 레겐스부르크는 도나우강이 흐르네요.

우선 레겐스부르크의 존재 이유였던 강으로 갑니다.

역시 많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은 큰 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요.

 

이러니 기원전부터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 살았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도나우강은 동서로 흐르고 북부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레겐강이 바로 이곳에서 합류합니다.

 

레겐스부르크라는 도시 이름 자체가 레겐강의 요새라는 의미인 카스트나레지나에서 나온 지명이라고 합니다.

로마 시대에는 요새를 건설함으로 아주 중요한 거점도시로 발돋움했다지요?

따라서 도나우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연결하는 다리(Old Stone Bridge)가 건설되며

교역의 중심지로 발달하게 되었다네요.

 

오래된 돌다리라는 의미인 슈타인테르네 다리(Steinerne Brücke)는 1146년에 건설했으니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라고 합니다.

중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은 도시지만, 구시가지 규모가 넓지 않아 잠시만 둘러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네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리 건너편의 슈타트암호프(Stadtamhof)지역까지 다녀오려고 했지만,

기차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잘못 갔다가 오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입니다.

위의 사진 시계탑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옛날에 소금창고로 배를 이용해 이곳까지 실어왔다고 합니다.

중세까지는 소금이란 것은 유럽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조미료였지요.

 

구시가지에서는 가장 번화한 하이트플라츠(Haidplatz)라는 광장은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광장인 듯하네요.

신계량소(Neue Waag)라는 건물의 색깔은 강렬합니다.

 

광장 주변에 오래된 톤 디트머 궁전(Thon-Dittmer-Palais)이나 

황금 십자가(Goldenes Kreuz) 등 예쁜 건물이 많더라고요.

 

광장 한가운데 정의의 분수(Justitiabrunnen)도 보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비스마르크 광장(Bismarckplatz)은 돌아서 가려고 했으나 기차 시간이 촉박해 생략했습니다.

 

색깔이 요란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구시청사는 제국 의회 박물관(Old Town Hall:Altes Rathaus Regensburg)입니다.

카를대제 시절부터 제후 회의가 열린 장소라고 하니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신성로마제국 시절에는 약 150여 년 간 제국의회가 이곳에서 정례적으로 열렸다고도 합니다.

이 말은 제국의 수도 역할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포르타 프라에토리아(Porta Praetoria)는 중세에는 로마 시대에 시가지로 드나드는 중요한 요새 문이었을 듯하네요.

발견된 석재조각에 따르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코모두스가 언급된 곳으로 보아

179년에 축성한 게 아닌가 하네요.

 

나중에 트리어에서 보았던 포르타 니그라 문과 더불어 중요한 로마 제국의 문으로 생각한다네요.

위의 사진은 이 문의 원형을 예상해 놓은 그림이네요.

포르타 니그라에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겠지요?

 

구시가지에 있는 복음교회(Neupfarrkirche)입니다.

개신교이기에 건물 자체가 성당과는 다르네요.

 

정신없이 뛰다시피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숙소인 뉘른베르크로 돌아갈 기차 시각이 오후 7시 38분입니다.

첫날부터 너무 오래 다니면 시차 때문에 힘이 들 것이기에...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건너가는 육교 위에서 바라보니 노을이 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첫날 여행도 저녁노을과 함께 저물어 갑니다.

레겐스부르크 중앙역에 서서 뉘른베르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립니다.

 

레겐스부르크는 정신없이 돌아보느라고 제대로 본 게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랜더 티켓으로 두 곳을 본다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시작 시각이 오전 9시부터 이기에 한 시간 정도만 빨리 사용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다니며 볼 수 있을 텐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레겐스부르크에서 발할라라는 유적지가 있습니다.

시내에서 11km 정도 떨어진 곳이기에 배를 이용해 갈 수 있고 버스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네요.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1세가 만들었다는 곳으로 내부에는 게르만 위인 191명의 흉상을 모셔두어

게르만 민족의 명예의 전당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스풍의 건축물로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꼭 보고 싶었지만...

그러나 이곳까지 구경하려면 하루는 레겐스부르크에 머물며 봐야 합니다.

우리는 오후 4시 30분경에 도착해 바람처럼 돌아보고 떠나야 하기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냥 구시가지만 보고 발자국만 남기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