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정교회에서 바라본 카즈베기의 전경

2020. 2. 10. 07:00조지아 2019/스테판츠민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설산 그리고 종탑이 아주 잘 어우러진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스테판츠민다에서 가장 외진 곳 동방 정교회(Ioane Natlismcemeli)입니다.

위치는 룸스 호텔에서도 더 뒤로 올라가면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샤니산이라고 부르는 서쪽 기슭입니다.

 

이제 스테판츠민다에서 2박을 했습니다.

어제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수도원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우리 두 사람은 아침 산책을 나섭니다.

 

지난밤에는 제법 많은 비가 퍼부었습니다.

아마도 낮 동안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며 고통스럽게 보냈던 프로메테우스의 억울함과

가슴 통증으로 밤새 울며 지새워 눈물이 빗물이 되어 내리고

천둥은 그리도 쿵쾅거렸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카즈벡산을 올려다보니 프로메테우스의 얼굴이 분노로 휩싸여 있는 듯...

구름 속에 얼굴이 완전히 파묻혀 있습니다.

2019년 5월 10일 금요일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주 상쾌한 모습의 하늘이 보입니다.

잠시 오르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어제 룰루랄라하며 걸어 올랐던 길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다시 더 당겨 찍어보았습니다.

나무숲 사이로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이 보이네요.

저 길은 차량이 오르내리는 길로 우리가 걸어 올랐던 길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방향은 트빌리시에서 올 때 왔던 남쪽 방향입니다.

스위스의 마테호른 비슷한 봉우리가 보이기도 하네요.

저기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스노(Sno) 마을이 있고 이곳에서 많이 찾는

트레킹 코스 주타(Juta) 벨리가 있는 곳이죠.

 

오늘은 스테판츠민다에서 2박을 한 후 3일 차 이나 전혀 계획은 없습니다.

아주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날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격렬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네요.

 

이곳 카즈베기라는 스테판츠민다에 온 이유는 단 두 가지였습니다.

그냥 시시각각 변하는 카즈벡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에 올라 영혼 세탁을 한 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일이었습니다.

숨 쉬는 일 외에...

완벽하게 쉬려고 5박이나 잡고 온 것입니다.

 

룸스 호텔 뒤에 있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동방 정교회는 크게 구경거리는 없습니다.

이곳은 아무도 없습니다.

수도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제법 높은 곳이라 건너편에 보이는 카즈벡산과 중턱에 있는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을 모습이 각도를 달리해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한가롭고 조용하고 구경할 곳도 없고 하여 동방 정교회 뒤로 더 들어가 보았습니다.

뒤로는 목장이 있어 한가롭게 말이 뛰어놀고...

아무도 없는 곳이라 우리도 뛰어 놀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 뒤로 올라가니 우리 능력으로는 더는 갈 수 없는 막다른 곳이었습니다.

설산이 가로막고 올라갈 수 없는 곳이네요.

바로 이 산 뒤로는 러시아가 있어 두 나라 사이의 국경이 이 산으로 하나 봅니다.

 

이곳은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야생화만 핀 초원이었습니다.

 

좀 더 늦은 시기에 왔더라면 더 많은 야생화가 피었을 텐데...

그러나 그러면 설산을 볼 수 없으니 그 또한 어렵습니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다리알리 협곡(Dariali Gorge)으로

멀리 운무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구름에 가려지려는 곳에 츠도(Tsdo) 마을이 보이네요.

 

시간이 허락하면 저기 보이는 츠도 마을까지 걸었으면 했지만,

러시아 국경으로 가는 길이라 차량 통행이 많고

좁은 도로에 대형 화물차가 많이 다니기에 포기해야겠습니다.

도로에 매연과 먼지 또한 심한 편이더군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큰 구경거리는 없는 곳이지만, 제법 즐거운 트레킹이었습니다.

9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해 12시 30분에 들어왔으니 3시간을 걷고 들어왔네요.

3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을 주민조차도 없었습니다.

역시 개 두 마리 외에는...

카즈베기는 역시 개 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