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달걀 성에서 누오보 성까지

2017. 9. 11. 09:00이탈리아 여행기 2015/나폴리

달걀성을 나와 해안을 따라 오른쪽으로 걷습니다.

저 멀리 해무 위로 위풍당당하게 솟은 산이 바로 폼페이를 잿더미 아래 가두어버린 베수비오

산으로 그때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있습니다.

 

잠시 걷다 보니 멋진 조형물이 보입니다.

이게 바로 거인 분수라는 폰타나 델 기간테(Fontana del Gigante)인가 봅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보아주는 사람 별로 없는 곳에 외롭게 서 있습니다.

처음 만들 때와는 달리 관리가 부실해지니 초라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계속 걷다 보니 이번에는 제법 큰 광장이 나타나고 한가운데 조각상이 우뚝 서 있네요.

이게 움베르토 1세 조형물(Monumento a Re Umberto I)입니다.

그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2대 국왕으로 즉위한 인물이라지요?

 

이어 보이는 광장과 거대한 건물이 보입니다.

이곳은 로마 판테온을 흉내 낸 산 프란체스코 다 파올라 성당(Basilica Reale Pontificia

San Francesco da Paola)이라고 하는데 양 옆으로 길게 주랑을 만든 것은

산 피에트로 성당의 모습이 아닌가요?

워낙 많은 성당을 보았기에 그냥 외관만 바라보고 지나갑니다.

 

이 사람은 개를 전문적으로 산책시키는 사람인가 봅니다.

나폴리 개 모두 끌고 나왔나요?

이 사람이 개를 끌고 가는 곳이 바로 나폴리 왕궁(Royal Palace of Naples) 앞입니다.

왕궁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초라해 보입니다.

 

왕궁 옆으로 보이는 건물은 유명한 산 카를로 극장입니다.

지금은 보수 중으로 가림막으로 가려놓았네요.

이 극장은 로마의 오페라 극장,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과 더불어 

이탈리아 3대 극장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제 산 카를로 극장을 끼고 돌아서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누오보 성(Castel Nuovo)

나타나는데 첫인상이 위압적입니다.

여기도 바닷가에 지었네요.

 

정말 위풍당당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나요?

지금까지 보았던 여러 성과는 달리 거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위풍당당하기도 하지만, 위압적으로도 보이네요.

 

1279년 프랑스 앙주가의 카를로 1세가 짓기 시작했다 합니다.

따라서 건물 모습이 프랑스풍이라 하는데 그는 시칠리아를 근거로 통치했으나 나중에

나폴리로 거점을 옮기며 이곳에 성을 지었다 합니다.

 

그 후 1467년 스페인 아라곤의 알폰소 1세가 개축해 사용했다 하며 오른쪽 두 개의 탑 사이에

원래 건물과는 달리 이질적인 재질의 르네상스식 개선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마도 알폰소 1세 때 덧붙여 만든 게 아닐까요?

세월이 지나니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기형적으로 보이는데 왜 돈을 들여

저런 문을 또 만들었을까요?

 

누오보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오늘 영화 촬영이 한창입니다.

유명한 배우가 아닌가요?

구경하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정문은 15세기경 만든 것이라 하는데 지금은 청동을 흉내 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았다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청동문으로 오해할 뻔 했습니다.

 

건물 안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려면 6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들어가 구경하고 싶지만, 오늘 구경해야 할 곳이 많아 포기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성안으로 들어가 정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료입니다.

 

나오면 다시 바라보아도 위압적입니다.

어깨에 힘을 빡 준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잠시 누오보 성 모습을 구경하고 오늘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 똑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합니다.

 

카스텔 누오보라는 말은 새로운 성이라는 말입니다.

이는 조금 전 구경하고 온 달걀성보다 늦게 지어졌기에 부근에 있는

두 성을 구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랍니다.

이름 짓기 참 쉽죠잉~~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지배할 때 이곳 카스텔 누오보에 자신이 집무실을 만들었다 하네요.

나폴레옹도 보는 눈이 있나 봅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좋은 곳은 그의 집무실로 사용했던 사람이죠.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았는지...

나폴레옹이 꾸었던 모든 꿈은 헛된 꿈이 아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