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2017. 1. 18. 09:00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호도협 트레킹을 하다 보면 염소떼도 자주 만납니다.

닭은 방목하기에 늘 볼 수 있고요.

이런 비탈진 곳에서는 농사지을 땅조차 변변히 없는 게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탈에 강한 염소를 자연히 키우지 싶네요.

 

이 길에는 예전에도 마방이 다닐 때는 숙소와 마구간이 필수였겠지만...

지금은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음식이 전부잖아요.

 

 

그러나 숙소를 운영하는 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집 되지 않기에

다른 집은 이렇게 염소를 키우거나 비탈에 옥수수를 심고 살아가나 봅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살아가기 쉬운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곳에 태어난다면 큰 도시로 나가기 전까지는 평생동안 정말 쌀 한 말도

먹어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염소라도 많이 키운다면 이곳에서는 재벌이라는 소리를 듣지 싶습니다.

물론, 저 염소 무리는 여러 집에서 키우는 것을 한 사람이 관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7년 전 이 길을 걷다가 만난 염소떼입니다.

저 염소는 아직 생존해 있을까요?

아마도 벌써 완전 나체로 양념과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꼬치구이가 되어 불 위에서 뒹굴었을 겁니다.

 

 

이제 호도협에서 좋은 구경은 모두 끝났습니다.

퍽퍽한 산길을 걸어 오늘 목적지인 티나 객잔까지 약 세 시간을 더 걸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분 좋게 걸으면 세 시간을 걸어도 힘든 줄 모르니

사람의 생각은 마음먹기 달린 듯하네요.

 

 

이렇게 걸으니 차마 객잔을 출발해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모두 다섯 시간을 걸은 셈입니다.

우리는 걷는 속도도 느리고 사진도 찍으며 걷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옥룡설산 위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치니 정상 부근의 만년설이 바람에 흩어집니다.

 

 

이제 중도 객잔을 지나며 잠시 뒤돌아봅니다.

호도협 로우패스에서 중도 객잔을 오르는 굽잇길이 보입니다.

장시간 걷는 게 힘든 분은 자동차를 이용해 저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올라

잠시 윗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지 싶네요.

 

 

제법 멋진 길이 나타나네요.

여기부터는 길이 험합니다.

험하기에 오히려 아찔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여기는 난간도 없는 그런 원초적인 길이지요.

이 길이 유명한 이유는 이렇게 다듬지 않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위험하다고 난간을 만들면 본연의 맛이 사라지지 싶습니다.

 

 

오른쪽 절벽 아래로는 제법 깊이가 느껴집니다.

내려다보니 아득하게 보이네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은 분명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佳人으로서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그런 길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느꼈던 공포는 조금 희석되고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유도 생긴 것을 보면 학습효과일까요?

아니면 인생의 유효기간이 가까워져 자포자기한 심정일까요.

 

 

만약, 이 길을 중국의 다른 곳처럼 바닥을 돌로 깐 석판길이나 절벽에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면 오히려 인공을 가미한 곳이기에 사람의 흥미를 덜 유발하지 싶습니다.

길이란 그 목적에 따라 잘 포장된 길이 나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네요.

 

 

길이란 이런 길이 자연 그대로의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관음폭포까지는 많은 한국 단체관광객과 동행했습니다.

중도 객잔부터 함께 출발해 여기까지 동행했던 단체 관광객은 잠시

폭포 아래에 섰다가 사진 몇 장 찍고는 다시 돌아갑니다.

 

 

바쁜 일정이라 그야말로 발도장만 찍고 가네요.

옛날에 패키지 여행을 따라 갔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내가 더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 수 없고 그저 그런 곳에서는 오래 머무르며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죠.

여행사를 따라 가면 편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자유여행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는 길도 아름답습니다.

냥 앞만 바라보고 걸었다면 이런 풍경은 구경하지 못하고 갔을 겁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겠어요?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은 지난 일도 회상하며 그때를 다시 즐기는 것도

좋지 싶은데 이런 여행기를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자신이 걸었던 길을

다시 기억함이 아니겠어요?

이 길을 이미 걸으셨던 분이 제 여행기를 읽고 계시는 이유 또한

그때를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함은 아닌지요.

 

 

그러나 우리가 걸어갈 길도 아름답....

절대로 아니군요?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佳人은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제 이 아찔한 구간의 길을 지나면 작은 절이 하나 나타나고...

주지도 없는 버려진 듯한 절을 지나면 고개 하나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우리는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합니다.

 

 

이 고개가 호도협 구간의 마지막 고갯길입니다.

이제 이 고개만 넘어서면 우리의 목적지 티나 객잔까지는 내리막입니다.

한달음에 내달릴 수 있는 내리막이라고 해서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길을 걷다 보면 힘이 들어 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완주하고 나면 오히려 그때의 힘듦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살아가는 일도 그렇잖아요.

때로는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지만, 그 삶은 바로 나의 삶이기에 끝까지 완주해야

하며 용기를 가지고 헤쳐나가야 하고 그리고 나면 나중에 그때의 힘듦이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