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에서 어처구니없는 무단 침입사건

2015. 8. 11.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로마 원형경기장의 일부는 허물어졌지만, 아직 형태는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고

제법 완벽한 형태를 유지한 곳도 많습니다.

여기가 황제가 머무는 도시가 아니었기에 황제의 자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온전하게 남은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자리가 제일 상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佳人은 저 자리가 자꾸 눈길이 머물고 친근하고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슨 이유일까요?

바로 여기 앉은 자가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내림으로 검투사의 목숨이 왔다 갔다 했지요.

 

아침에 일어난 에피소드입니다.

나라말싸미 서로 사맛디 아니하기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무식하게 여행 중이기에 생긴 일이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아침 식사가 포함된 곳입니다.

일부러 아침이 포함된 곳을 골랐거든요.

 

숙소 안에 있는 식당의 위치는 어제 알아두었기에 쉽게 찾아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안에는 빈 식탁 몇 개만 있고 사람도 아무도 없이 준비해 놓은 음식도 없습니다.

안쪽에 작은 방이 하나 있어 그 안을 들여다보니 그곳에 빵이며 여러 가지 음료수 등 먹을 게 잔뜩 있더군요.

 

당당하게 들어가 팔뚝만 한 크기의 빵을 먹기 좋게 여러 번 잘라 빵 굽는 기계에 넣고

수모 나투라라는 생과일주스도 따르고...

그러니 자르고 굽고 따르고 담고 챙기며 우리 부부는 모처럼 아무도 없는 식당 안에서 마음껏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구워진 빵에 잼도 바르고 치즈에 햄도 끼워 넣어 한입에 꽉~ 생각만 해도 군침이 입에 돌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스페인을 여행하며 대부분 아침 식사는 그렇게 셀프로 했거든요.

 

이렇게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우리 부부만 둘이서 소꿉놀이하듯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잠시 후 나이가 지긋한 노인분이 들어오시더니 우리를 식탁으로 안내하고 의자에 앉으라 합니다.

그러더니 메모지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와 미소를 띤 얼굴로 주문을 받습니다.

컥!!! 여기는 셀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 부부는 남의 주방을 침범해 빵을 잘라 빵 굽는 기계에 넣고 돌리던 중이었거든요.

우리가 빵을 자른 모양과 방향은 이 분이 자른 모양과 방향과는 완전히 다르네요.

우리 부부는 마치 어설픈 칼잡이가 집도를 한 듯 빵의 배를 마음대로 갈라 난도질한 겁니다.

왜?

우리 입 크기에 맞게끔 가로세로 가리지 않고 한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잘게 잘라

빵 굽는 기계에 넣고 굽는 중이었거든요.

 

나중에 가져온 빵은 전문가가 집도한 듯 가지런한 모습으로 조금 전 우리가 들어가 마음대로 해부하고 잘라

히터에 넣어놓은 그 빵이 아니었습니다.

옴마야~ 우짜면 좋겠습니까?

이게 오늘 아침 주방 습격사건의 자초지종입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 사진의 초점마저 흔들려버렸습니다.

 

영감님~ 아까 우리가 분탕질 쳐놓은 빵을 그냥 비닐 봉지에 넣어 주시면 안 되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심심풀이로 오물거리며 먹고 다니게요~~

결자해지라고 우리말에 있걸랑요~~

 

혹시 아침에 주방을 침범해 실수한 일로 우리 부부를 검투장 한가운데로 끌어내 빵 자르는 빵칼 하나만

손에 쥐여주고 검투사와 싸우거나 맹수와 싸우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면 우리가 잘라놓은 빵은 누가 먹을까요?

 

주방을 책임지신 노인분이 우리 욕을 하며 빵을 드셨을까요?

아니면, 그냥 버렸을까요.

틀림없이 자른 방향이 다르고 모양도 엉망으로 잘랐기에 손님에게는 내놓지 못했을 겁니다.

주방을 책임진 마에스트로로서 용납되지 않는 빵을 단언컨대 손님 앞에 내놓지 않을 겁니다.

"개나 줘버려!"라고 하실까요?

그래도 개보다는 사람이...

 

어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막시무스가 스패냐드라 했나요?

노예 시절 막시무스가 사용했던 가명이 스패냐드(Spaniard)라고 했지 싶습니다.

스패냐드란 말 자체가 스페인 사람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혹시 막시무스의 고향이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인 여기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구경하려고 합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엉뚱한 생각으로 구경하는 일도 좋지 싶습니다.

그래야만 더 현장감이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며 여행한다면, 더 몰입할 수 있어 여행이 한층 더 재미있습니다.

 

여행을 이렇게 엉뚱한 상상만 하며 다녀도 되느냐고요?

원래 여행이란 이렇게 다니는 겁니다.

내 돈을 쓰며 다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곳만 골라가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게 佳人이 여행하는 방법입니다.

 

사용된 건축자재는 원형경기장 내부는 이미 로마 시대에 콘크리트가 사용되었다 합니다.

석회와 자갈 그리고 강모래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만들어 그때부터 사용했다네요.

안에는 그런 자재를 넣어 블록 형태로 만들어 스탠드를 만들었네요.

사실 로마 건축물이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는 세상에서 처음 발명한 시멘텀이라는 지금의 시멘트지요.

 

원형 경기장의 크기는 길이가 64.5m 폭이 41.2m로 중앙 쪽으로는 나무판자를 깔아놓아

글래디에이터가 둘씩 또는 그룹으로 싸우게 했고 주로 오후에 경기를 열었다네요.

축구장 국제 규격이 100m 와 70m 내외이니 크기를 비교하시면 여기의 크기를 이해하실 수 있지요.

 

위의 사진은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싸우기 전에 만났던 장면이지요.

이때 황제는 막시무스에게 우리가 식당에서 사용했던 빵칼만 쥐고 싸우게 했더라면 쉽게 이겼지 싶네요.

심판을 맡은 사람이나 경기 보조원은 사전에 경기 규칙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 규칙이 지켜지도록 관리 감독했다네요.

마구잡이식 격투가 아니라 룰에 따라 경기를 했다는 의미겠네요.

음악은 이곳 원형경기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고 합니다.

경기가 다음 무대로 바뀔 때 사용되어 결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지 싶네요.

 

메리다의 로마 원형 경기장은 1만 5천여 명이 들어가는 규모라 합니다.

지금 메리다의 인구가 겨우 5만 정도라는데 그때 이 정도의 규모라면 무척 큰 도시였을 겁니다.

수용인원은 모두 1만 5천 명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정도의 크기로 지은 경기장이 필요했을까요?

 

그러면 당시 이곳의 주민 숫자가 지금보다도 많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 경기장은 기원전 8년에 만든 것으로 이곳에서는 우리가 글래디에이터라고 불렀던 검투사들의

싸움이 열렸고 죄수와 사자와의 싸움도 있어 로마인이 즐겼을 겁니다.

모의 해전도 이곳에서 열렸다고 하네요.

 

경기장 중앙에는 나무판자로 덮어 그 아래 당시 검투사가 대기했던 대기실이 있고

맹수를 가두었던 우리도 발견되었다 합니다.

경기장 비문에는 경기장의 완공연도가 기원전 8년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니 벌써 2천 년이 넘은 곳입니다.

처음의 규모는 지금보다 작았지만, 플라비우스 황제 때 대대적으로 확장했다네요.

 

로마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검투사와 맹수의 싸움이 벌어진 원형경기장과 오데온이라고 부르는 야외극장은

로마시대의 화려했던 문화생활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원형 경기장을 구경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아침에 우리가 잘라놓은 빵은 어찌 처리했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메리다는 새롭게 건설된 로마의 도시이기에 반듯한 계획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남아있는 로마의 도시 중 가장 탁월한 전형적이 로마의 계획도시라는 의미입니다.

그랬기에 로마 제국의 전통적인 시설들이 계획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네요.

세상에 로마가 아닌 곳에서 로마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