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한 번 폴짝 뛰면 세 논을 뛰어넘는다.

2011. 3. 18. 00:09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우리가 다짜이 마을이라고 부르는 이곳 진컹 다랑논이 있는 곳은 제일 아래 입구에

다짜이(대채:大寨)마을이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대문을 통해 잠시 올라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마을이 다짜이 마을입니다.

다짜이 마을로 가는 길에 오른쪽 산 꼭대기를 바라보면 진푸딩(금불정:金佛頂)이라는 3번 관경대가 보입니다.

그곳을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마을이 다마오지에(대모계:大毛界)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참고하시면 경관대 위치와 마을 간 거리까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거리는 천층천제(千层天梯High Ladder to the heaven)가 가장 가깝고

금불정, 서산소악(西山韶乐Music from Paradise)의 순입니다.

천층천제와 서산소악은 연결하여 볼 수 있고 금불정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점선으로 표시한 길에는 모두 돌을 깔아놓은 석판로(石板路)의 의미입니다.

 

왼쪽으로 보면 쫭지에(장계:壯界)라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1번 관경대라는

치엔청티엔티(천층천제:千层天梯:High Ladder to the heaven):로 올라가게 됩니다.

캬~ 이름 하나는 작명소에서 지어오는지 정말 잘도 짓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라....

 

그런데 이름뿐 아니라 다랑논을 오르는 길도 다랑논 못지않게 돌을 깔아 놓았고

길옆으로 가을꽃이 부끄러운 듯 피어 있습니다.

그 아래 계곡으로는 물소리도 정겹게 들려옵니다.

이런 길을 산책하다 보면, 저절로 내 마음도 아름다워질 것 같습니다.

 

숙소 창문을 열고 바라본 쫭지에 마을은 몇 가구 살지 않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티엔터우짜이(전두채:田頭寨)라는 마을이 나오고 그 위로 올라가면

2번 경관대인 시샨샤오위에(서산소악:西山韶乐:Music from Paradise)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름 한 번 보세요.

천국의 음악이라.... 환장하겠습니다.

비록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만든 다랑논이지만, 하늘이니 천국이니 하는 좋은 이야기만 있군요.

고생하며 만든 논이라고 '악마의 초대장'이니 '조상 등골 빼먹었던 길'이나 '지옥으로 가는 사다리'라고

이름 짓는 것보다 훨씬 좋군요.

진컹 티티엔에서 다랑논을 내려다보는 관경대는 이렇게 세 곳뿐입니다.

뭐 꼭 그곳에 올라가서 봐야만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논두렁을 걷다가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이곳에 도착해보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잔뜩 끼어 시야가 좋지 않습니다.

내륙지방의 여행은 시기적으로 안개가 많이 끼는 가을철에는 피해야 하나요?

게다가 추수마저 모두 끝냈기에 크게 볼만한 광경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다랑논의 모습이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 부부가 올라갈 금불정이라는 3번 관경대가 위의 사진에 희미하지만, 정상이 보입니다.

 

세상 일은 그렇습니다.

내가 최선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듯이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상의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비록, 안개로 희미하게 보이지만, 내 마음의 눈을 뜨고 바라보면 그 또한 대단한 모습일 것이라 믿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한 지역만 둘러볼 경우는 가장 좋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지만,

우리 부부처럼 주제도 없이 다니는 여행은 한번 떠나면 모두 저인망으로 훑어버리듯 다니기에...

이제 배낭을 숙소에 두고 2시 50분 금불정으로 먼저 오릅니다.

오늘은 금불정만 보고 내일 아침에 다른 곳에 오르려고 계획했지만, 그냥 계획으로 끝난 계획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상을 살며 내가 세상일을 선택한다 생각했지만, 세상이 나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금불정은 우리가 입구로부터 숙소로 걸어들어오며 오른쪽으로 정상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이곳 금불정은 진컹 다랑논의 뷰 포인트 세 곳 중 넘버 3입니다.

 

버스에서 마을을 향해 들어가며 오른쪽이 금불정이며 가운데가 2번이고  그리고 왼쪽이 1번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2. 3으로 번호를 붙여놓았습니다.

1. 2번은 연결되어 있어 한 번 오르면 두 군데를 모두 볼 수 있고 3번 금불정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시간이 적게 걸리는 금불정만 보고 내려오렵니다.

 

다랑논으로 오르는 길은 모두 돌을 깔아 석판로(石板路)를 만들어 놓아 비가 와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길이 아닙니까?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 웬 서양인 두 명이 내려옵니다.

그중 한 명이 우리 부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군요.

"니 하오"랍니다.

당연히 그들을 세웠지요.

 

우리 부부는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왔다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바로 선체로 교육 들어갑니다.

그리고 한국을 와봤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랍니다.

다음에 한국을 꼭 오라고 하니 그 녀석이 우리 부부에게 역공을 들어옵니다.

 

에스파냐를 와 봤느냐고요.

우리 부부는 아직 그곳에 가보지 못했습니다.(당시에는 가지 못했지만, 2014년에 46일간 돌아다녔습니다.)

그랬더니 만약 바르셀로나를 온다면 자기에게 연락하랍니다.

대뜸 수첩을 달라고 하더니 자기 이메일에 전화번호까지 적어 줍니다.

 

스페인 사람이 정열적이라고 하더니만, 성질 한 번 급합니다.

'카를로스 산체스'와 그의 친구 '요셉'이라는 사람을 만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졸지에 구경하러 가게 생겼습니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토란을 씻고 있습니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바구니에 담아두면 소쿠리에 부딪히며 저절로 껍질마저 벗겨집니다.

생활의 지혜란 이렇게 깊은 산중에 있는 다랑논 사이로 흐르는 도랑에서도 이용됩니다.

 

이제 경사가 시작되네요.

경관대로 올라가는 모든 길은 이렇게 돌을 깔아 다니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니 아무리 시골이라도 대부분 돌로 길을 포장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작은 풍우교도 건넙니다.

오르내리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군요.

우리 부부 둘만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언덕을 오릅니다.

 

논 사이로 만들어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갑니다.

길가에 들꽃도 피어 퍽퍽한 산행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잠시 오르다 보니 집이 몇 채 보입니다.

금불정을 오르기 위해 지나야 하는 대모계(大母界)라는 마을입니다.

산 아래에 땅도 있지만, 왜 이 높은 곳에 터전을 마련했는지...

 

이 마을을 가로 질로 왼편으로 올라가야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는데

우리 부부는 그만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마을에는 위성안테나인 접시 안테나도 보입니다.

비록 이런 오지에 살아가고 있지만, 야오밍이 활동하는 미국 NBA에 열광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 축구에 돈을 걸고 열광합니다.

가을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 부부를 곤경에 빠뜨린 그 이유는 바로 저 검둥이 때문이었습니다.

아까부터 우리 부부 앞에 알짱거리며 가다가 거리가 멀어지면, 우두커니 서서

우리 부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 가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래서 저 녀석이 이 동네를 제대로 꿰고 있어 누구 집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개가 아닙니까?

바로 이 동네를 나와바리로 하는 개라는 의미지요.

아무리 똥개일지라도 자기 동네에서는 50점은 그냥 먹고 들어간다는데...

 

그래서 우리 부부는 저 개를 믿고 마을 뒤로 난 길 중에 오른쪽으로 따라가기로 합니다.

바로 갈림길에 서서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오른쪽 길로 접어들기에 그만...

그게 우리 부부가 논두렁을 헤매며 다니게 된 사연입니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길이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논두렁만 나타납니다.

그래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경치 하나는 좋습니다.

아래 까마득히 다짜이 마을이 보이고 그 건너 비탈에 쫭지에 마을도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티엔터우짜이 마을도 보이는군요?

 

저 검둥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우리 부부를 관경대로 안내하는 척하기에 따라왔는데 우리 부부를 논두렁으로 헤매게 하고 친구들과

놀고 자빠졌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직 자빠지지는 않았군요.

 

결국, 오르는 목적지는 개나 사람이나 같아도 사람이 오르는 길과 개가 오르는 길이 달랐을 뿐입니다.

우리 부부는 개가 오르내리는 개 전용길로 올랐던 것일 뿐입니다.

다랑논에 사는 개를 믿었던 우리 부부의 잘못이지 개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만, 개의 생각을 개의 지능으로 읽었어야 했는데 사람의 지능으로 생각한 佳人의 실수였습니다.

 

개 하고 경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개를 이겨보아야 개보다 더한 놈이 되고, 지면 개보다 못한 놈이 되고 그리고 비기면 개 같은 놈이라고 했습니까?

그럼 佳人은 어디에 해당합니까?

다랑논에서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입니까?

 

할 수 없이 다마오지에(대모계:大毛界) 뒤로 난 논두렁을 걸어 올라가는 길을 찾아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논은 벼를 몇 포기나 심었을까요?

 

다랑논에는 가끔 이렇게 말을 묶어 놓았습니다.

그냥 풀도 뜯어먹고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게 했습니다.

 

비록 좁은 땅이지만, 채소도 심어 놓았군요.

여기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제법 경사가 있습니다.

 

딱 두 줄만 심은 논입니다.

이곳에는 "靑蛙一跳三塊田"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답니다.

'청개구리 한 번 폴짝 뛰면 세 논을 뛰어넘는다.'라는 말입니다.

또 '논은 크기가 비옷만 하다.'라고도 한답니다.

우리말에 '손바닥만 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유에는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렇게 논두렁을 걸어 저기 앞에 보이는 원두막처럼 생긴 곳으로 가야 합니다.

저기가 아마도 쉼터나 가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논두렁을 걸어 이곳으로 오니 올라가는 길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사진 위에 가물거리게 보이는 곳입니다. 

 

야오족 여인이 아이를 데리고 올라옵니다.

논에다 묶어놓은 말을 데리러 왔습니다.

이제 걸음마를 걷기 시작했을 어린아이지만, 아이는 위험한 이 높은 곳까지 엄마 따라 올라왔습니다.

 

야오족 여성은 18세 전후에 성인식을 치르며 머리카락을 한 번 자른다 하네요.

그 후 평생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살아간다는군요.

그 의미는 아이로서의 삶과 성인으로서의 삶이 달라 그 전환점에 머리카락을 한 번 잘라 줌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부근을 일컬어 천하제일장발촌(天下第一長髮村)이라고 한다는군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징그럽게 아름답습니다.

해 뜨는 언덕에 모여 살아가는 마을에 해가 뜨지 않습니다.

오늘은 구름과 안개도 징그럽습니다.

삶...

얼마나 징그러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