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내리라고요?

2011. 1. 18. 00:02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황과수 폭포로 가려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았던 풍경입니다.

윈구이 고원의 모습 중 하나로 대단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돈도 내지 않고 버스 안에서 보았던 풍경입니다.

 

마링허 협곡을 구경하고 4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11시 40분에 경구 입구로 올라와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는 곳에서 중국인과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저기서 들어오다가 그냥 돌아 나갑니다.

 

중국인과 함께 손을 들고 소리쳐도 못 들은 척 돌아나갑니다.

할 수 없이 아침에 버스 내린 곳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합니다.

그러니 중국의 시내 교통은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한다는 진실입니다.

 

그곳에 서 있던 버스가 우리를 보자 또 그냥 출발하려 하기에 간신히 버스를 세워

올랐으며 11시 53분 버스를 타고 12시 30분에 버스 터미널인 시짠에 도착해 1시에 출발하는

황궈수행 버스표를 70원/1인에 예매하고 숙소에 돌아와 배낭을 챙겨 다시 터미널로 갑니다. 

버스는 방금 다녀온 마링허 경구 입구를 지나 아까 우리가 올려다보았던 다리를 건너갑니다.

만약 짐을 챙겨왔더라면, 그냥 이곳에서 기다리다 안순행 버스가 지나가면

손을 들어 타고 가도 됩니다.

 

다리 위에서 자동차가 정차하는 것을 금지하더군요,

그러나 대부분의 차가 천천히 서행하기에 유난히 많이 지나가는 듯 보입니다.

만약 차가 서는 것을 금지시키지 않으면 이곳 다리위에는

뻥튀기 장사 때문에 난리 날 것입니다.

 

그러니 마링허 협곡은 높은 산 사이에 있는 협곡이 아니라 고원의 한 부분이 약해

그곳이 오랜 세월 쓸려서 생긴 모습이기에 상처라고 하나 봅니다.

마링허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협곡을 내려다보니

언제 안개가 끼었느냐는 듯이 말끔하게 개었습니다.

정말 이곳을 여행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은 가을에는 오전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리를 지나 버스는 갈지자로 언덕을 올라 갑니다.

멀리 싱이 시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바로 아래에 연기가 보이는 곳이 우에서 좌로 흐르는 마링허 협곡입니다.

싱이의 기차역은 시내에 있지 않고 지금 우리가 버스를 타고 지나는 이곳에 있더군요.

잠시 후 우리를 태운 버스는 한참을 달려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 부부를 태워갑니다.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도로변의 풍광 또한 우리를 숨이 막히게 합니다.

아마도 이런 고원지대를 윈난에서 구이저우로 연결되기에 윈구이(雲貴) 고원이라고 하나 봅니다.

이 모습 또한 장관입니다.

 

평균 해발 1.000m 이상의 윈구이 고원...

그 아래에 펼쳐진 협곡 위로 다리를 만들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늘 위로 만든 길로 달리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으로 멋진 풍경에 잠시 혼절할 듯합니다.

 

이런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I'm still hungry!"라고 주변을 껄떡거린다면...

땅뿐 아니라 바다까지도요.

 

얼마나 먹어야 배가 부를까요?

욕 말고요.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佳人은 가보지도 못한 그랜드 캐니언이 왜 생각납니까?

정말 대단한 풍경이지 않나요?

 

이 모습은 돈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보여줍니다.

아니군요?

버스요금에 포함된 것입니다.

 

이런 모습에 취하여 시간 가는지 모르고 달리고 있는데

버스가 갑자기 정차합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4시 40분경 버스를 세우더니

우리 부부를 고속도로로 내리랍니다.

아니...

우리 부부만 고속도로에 내리라고요?

 

고속도로가 황궈수 폭포입니까? 나 원 참!!!

언제 이리로 이사를 왔답니까?

안내남이 우리 부부에게 손가락으로 톨게이트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리로 걸어가라는 말이지요.

 

그래도 다행히 황궈수 폭포로 가는 출구 앞입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걸어보셨소?

안 걸어 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우리는 중국에서 두 번이나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밝은 대낮이라서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버스는 황궈수 표를 팔았지만, 황궈수를 가는 게 아니라

황궈수 폭포가 있는 마을 진입로를 지나 안순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우리를 내려놓고는 그냥 가버리는데 어쩝니까? 걸어야지요.

고속도로를 걸어야지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고속도로 본선에서 출구로 들어가는 곳에 내려주어서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중국에서는 늘 있는 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일처리를 합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톨게이트를 향해 걷습니다.

 

톨게이트에서 걸어 들어가는 우리에게는 다행히 요금은 받지 않는군요?

번호판이 없는 한국차는 돈을 받지만... 번호판 없이 걸어온 우리 부부에게는...

이번 여행에서는 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나 모르겠습니다.

징시에서는 자려다가 한밤에 쫓겨나기도 했잖아요.

지금까지 중국 여행을 하며 고속도로에 내려서 걸어간 게 여기 말고 또 한 번 있습니다.

황성상부로 가려던 그때는 밤중에 내려 동서남북 구분도 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오늘은 대낮이라 괜찮습니다.

중국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을 자주 겪게 됩니다.

이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지 싶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걸어서 톨게이트를 빠져나갑니다.

혹시 이런 경험 해보신 분 계시나요?

해보지 않으셨다면 말을 하지 마세요.

 

우리 부부는 여기서 큰 실수를 하게 됩니다.

여행 중 처음으로 택시를 타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참고로 사진으로 보면 버스 타는 곳은 사거리를 지나 저 앞 파란 간판 아래에

 미니버스가 가고 있는 곳입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 곳에 택시와 미니버스가 있습니다.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택시를 타라고 합니다.

택시 기사는 5원짜리 지폐를 흔들며 황과수 폭포까지 5원에 가겠답니다.

사거리를 건너가기도 싫고 해서 무심코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는 잠시 달려 대문 경구라는 곳에 정차하고 다 왔다고 내리라 합니다.

이곳에는 큰 상가가 늘어서 있는데 모두 문을 닫고 폐쇄된 곳이고 숙소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택시 기사는 우리 부부를 경구 매표소로 데리고 가 우리에게 문표를 사라고 합니다.

이미 저녁이라 내일 아침부터 돌아볼 예정이어서 내일 사겠다고 해도

문표는 2일간 유효하다고 자꾸만 사라고 부추깁니다.

기분이 찝찝해 문표를 사지 않고 그냥 나왔습니다.

 

우리가 내일 하루만 돌아볼지 모래까지 구경할지 택시기사가 어찌 안다고....

우리가 잘못한 것은 숙소로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택시 기사도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황과수 폭포라고 하며 5원짜리 지폐만 흔들었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5원이면 저녁이라서 당연히 폭포 앞에 있는

숙소가 있는 마을로 간다는 착각에 그만...

그리고 왜 오후 5시가 넘어 해가 넘어가는 시각에 입장 문표를 사겠어요?

 

물론 우리 부부 잘못입니다.

그래도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밉니다.

원래 자기 잘못도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잖아요.

그래서 그냥 배낭을 하나는 짊어지고 나머지 하나는 가슴에 안고 무작정 앞으로 걷습니다.

그 이유는 기사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숙소를 찾겠다는 무언의 시위였지요.

기사는 당황한 듯 우리 부부를 따라 나오며 계속 뭐라고 하지만, 못 들은 척 걷습니다.

 

잠시 후 우리를 태웠던 그 택시가 걷고 있는 우리 부부 옆으로 와서 서더니

자기가 숙소를 안내하겠답니다.

필요 없다고 佳人이 아는 열 마디 중의 하나인 "니 뿌야오!"라고 외쳤습니다.

헉! 이럴 수가?

화가 나니 중국말이 저절로 나오는군요?

이제부터 화만 내고 다녀야 할까 봐요.

 

사라진 택시는 10분 간격으로 다시 나타나 걷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나중에는 숙소까지 무료로 태워주겠답니다.

저요? 택시기사에게 웃으며 우리말로 욕도 했습니다.

사실 처음 제대로 말도 하지 않고 덥석 택시를 올라탄 사람은 우리였는데 화를 냈습니다. 

佳人은 나쁜 사람입니다.

택시 기사는 오늘 무료로 태워주고 아마도 내일 우리 부부에게 관광지를 도는 차편으로

자기를 이용해 달라는 의미겠지요.

그래도 제 귀에는 꼭 염장 지르는 것 같아 무척 괘씸했습니다.

 

숙소로 데려다주지 않고 저녁에 왜 문표를 사라고 그리로 데려 갑니까?

사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왜 자꾸 2일간 유효하니 사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따라붙는 택시기사에게 우리말로 내가 무슨 일이 있던지 자네 황궈수 택시는 절대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부터 걸어서 숙소를 내 힘으로 찾아갈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거침없이 유창한 우리말로 했지요.

이게 또 한 번의 실수입니다.

아래 안내석에도 우리말과 중국어가 함께 쓰여있잖아요~

 

아무리 화가 나도 오기는 부려서 안 됩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오기를 부려서...

한 번 내뱉은 말로 인해 택시 기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우리말인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후 5시에 경구 입구부터 걸어서 6시 43분까지 황궈수 대문 앞에 있는

숙소까지 어두워 깜깜해질 때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안고 1시간 43분을 걸었습니다.

 

기사는 미안한 마음에 자주 나타나 무료로 태워주겠다고 했는지 몰라도

심심하면 나타나 염장 지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사람은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오기로라도

걸어서만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바보처럼... 아니! 바보 맞습니다.

 

위의 다리가 갈림길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티엔싱치아오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황궈수 폭포입니다.

다리 앞에 한 무리 여인들이 있어 숙소를 물어보니 다리를 건너 앞으로

우 꽁리(5km) 더 가야 있다고 합니다.

헉! 5km라고요?

이미 날은 어두워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리도 알지 못하는 외국에서 길을 걷습니다.

 

그 덕분에 대강의 지리를 알게 되었지만요.

아마도 8km 정도는 충분히 되는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무슨 경황에 다리 위에서 도우풔탕 폭포 쪽으로 사진도 찍으며 갑니다.

우리 부부요?

사실 이 맛에 즐기며 걸었습니다.

 

나중에 황궈수 폭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안순으로 갈 때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7km라고 합니다.

오늘도 오전에 마링허를 돌아보았으니 오늘 목표한 10km 이상은 걸은 셈입니다.

황궈수 폭포가 내려다보인다는 식당가에 가까워지자 이곳에도

천주당이라는 천주교 성당이 보입니다.

오! 천주님~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어수룩하게 보여 홈그라운드에서 장난하려던

택시기사에게도 큰 축복을 내려주세요.

가장 처절하게 하는 복수는 용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운전기사를 용서라는 처절한 복수를 해버렸습니다.

 

드디어 황궈수 대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입구 아래로 이어진 길에 많은 숙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숙소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 80원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60원으로 깎아 2일 120원에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그 숙소는 1층 식당 주방을 통하여 올라가는 이상한 숙소였습니다.

 

오늘 화가 많이 났어요.

그러나 그 잘못의 발단은 佳人이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택시를 탔다는 점입니다.

화가 난 것은 자신의 행동이 바보 같았기 때문에 더 화가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평소 택시 한 번 타지 않고 시내버스나 걸어만 다니다가 안 하던 짓 한 번 하니

당장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부부는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아직 시간이 있어 해가 저무는 황혼길을

걸어가고 싶었고 천천히 황궈수와 그 주변의 풍경을 음미하고 싶어 걸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햇빛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고 언덕 때문에 골짜기가 생깁니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났기에 바가지를 쓰고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화가 나고 재미가 없습니다.

 

사랑 때문에 미움이 생기고 욕심 때문에 괴로움이 쌓입니다.

여행하기 짜증이 난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좋아하고 좀 더 편리한 조건이 되었으면 하는

순수한 바람입니다.

 

그것은 내가 여행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하고 그곳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때문에'가 아니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입니다.

내가 투덜거리고 짜증 부리는 이유는 그곳을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