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전원(明仕田园:밍쉬티엔위엔)에 빠져보세요.

2010. 12. 12. 20:04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오늘은 사진을 클릭하셔서 푸른 자연을 크게 보시면 눈이 시원해지실 겁니다.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합니다.

 

佳人은 가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합니다.

왜 그렇게 어리석게 살았나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해 놓은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위안받고 싶으나 사실 욕심만 내며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욕심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루지 못할 욕심이었기에 더욱 그렇고 부끄럽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성취하고 싶었고 경쟁하며 욕심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욕심이 어디서 올까요?

아마도 바쁘고 번잡한 세상을 살다 보니 오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요.

 

지금 모든 일에서 물러나 바쁜 일도 없고 경쟁할 일도 또 비교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욕심은 작아지고 그냥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진작 그 욕심을 줄이고 살았더라면 佳人의 삶이 정신적으로 더 윤택하고 행복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이 있습니다.

그것은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푼 욕심입니다.

과거는 물질에 대한 욕심이라면 지금은 정신에 대한 욕심입니다.

 

물질은 잠시 빌려 쓰고 나중에 돌려주어야 할 것이지만 마음은 누구에게도 없는 나만의 것으로

빌려 올 수도 없거니와 누구에게도 돌려줄 곳도 없습니다.

그냥 혼자만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기만의 소중한 그 무엇을 품고 살아가나 봅니다.

어떤 사람은 아픈 기억을, 또 다른 사람은 슬픈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을 가슴에 담고 살아갑니다.

佳人은 너무 정신없이 살아왔기에 아무런 기억도 가슴에 담아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행을 시작하며 욕심을 버린 빈자리에 여행에 대한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들로 채우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가면

佳人의 삶은 저절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제 밍쉬티엔위엔(명사전원:明仕田园)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사실 이곳은 이번 1박 2일 투어에 없는 내용입니다만, 가이드의 옵션에 많은 사람이 호응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는 나중에서야 눈치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인 셈입니다.

 

만약, 자동차 속에서 낮잠이라도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면 이게 구이린이나 양수오지

어디 중국 변경지방의 이름도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양수오가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어요?

10시 30분에 더티엔 폭포를 출발하여 오는 길에 점심을 먹고 532번 현도를 넘어 12시 15분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여유로운 여행이라면 양수오의 리지앙 뱃놀이가 떠오릅니다.

이곳 밍쉬티엔위엔은 규모 면에서는 그곳이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없어 그곳처럼 혼잡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습니다.

다만, 산의 높이가 작고 강이 작을 뿐입니다.

마치 양수오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더 앙증맞고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엄마 젖꼭지처럼 생긴 바위도 보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무조건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살아가고 천천히 사랑하고...

그리하면

천천히 늙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게 무엇입니까?

인간의 삶이란 참말로 허망합니다.

 

이 길을 차를 타고 바삐 지나가는 일은 불행한 일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흔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고 바삐 지나온 시간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이곳의 산은 그 봉우리조차 부드럽고 원만하게 생겼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닮고 배워간다고 하지 않던가요?

이런 곳에 살면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벌써 울 마눌님께서는 여유롭게 풍경에 빠져버리셨나 봅니다.

 

이곳에 살다 보면 욕심을 버리는 연습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 비우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설명할 수 없으면 침묵을 배워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침묵하는 법도 연습해야겠습니다.

침묵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욕심부리고 미워했던 일을 모두 잔잔히 흐르는 밍쉬허(明仕河)에 흘려버려야겠습니다.

비움을 배우고 버림을 실천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내 마음을 만들어 가는 연습도 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내게 주어진 시간이 살아온 날보다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마지막 남은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는 지금부터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그 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강물도 흐르듯 마는 듯 유유자적 흘러갑니다.

구름을 동무 삼아 바람을 앞세우듯 도란도란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젠장... 구름마저 흐르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느림을 보여줍니다.

하늘이 높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요?

여기는 바로 발아래 하늘이 있고 구름을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곳입니다.

 

강가에 자라는 푸른 대나무도 미풍에 소곤거립니다.

그 강을 따라 잔물결에 아른거리며 비치는 산봉우리가 강물 속에 빠져버렸습니다.

이곳에는 모든 세상이 흐르는 물에 빠져버렸습니다.

시간마저 멈춘 듯 고요합니다.

 

그 사이로 죽(竹) 배가 조용히 미끄러져 갑니다.

죽 배는 그냥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립니다.

시끄러운 모터를 달고 경쟁하듯 마치 적벽대전에 참전하는 수군처럼 리지앙을 달리는 구이린이나 양수오의

배보다 이곳이 훨씬 여유가 있고 운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이든 자연이든 모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이곳에 살지 않은 못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켰고 이 마을과 주변에 지뢰밭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곳이 밍쉬티엔위엔(명사전원:明仕田园)입니다. 

거울 같은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도 있습니다.

맑디맑은 밍쉬허(명사하:明仕河)는 하늘을 가득 담고 흐릅니다.

중국에서 발행한 우표에 이곳 풍경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가 들고 있는 팸플릿에 아래 우표 사진이 있어 찍었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밍쉬허는 간간이 구름도 보여주고 봉우리도 보여줌으로 수묵화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긴 수묵화 화폭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맑은 물속으로는 수초가 여인의 머릿결같이 물길 따라 하늘거리고 강가에는 푸른 대나무가 숲을 이룹니다.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수묵화요, 들리는 것은 자연의 소리뿐입니다.

이곳에서는 기침 소리마저 조심스럽게 생각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고 이처럼 큰 화폭에 아름다운 봉우리를 그리고

흰 구름이 흐르는 파란 하늘과 푸른 대나무가 맑은 물 위를 비추는 신선세계와 같은 풍경을

여기처럼 아름답게 그릴 수 있겠습니까?

그 그림 속에 물 흐르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를 담아

자연의 소리까지 들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만 오면 누구나 佳人처럼 아무 곳이나 카메라로 찍으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담으면 신선의 세계가 됩니다.

그냥 바로 서서 바라보나, 거꾸로 물구나무서서 바라보아도 같은 풍경입니다.

잔잔히 흐르는 물에 비친 모습이 대칭으로 같기 때문입니다. 

 

마을은 추수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곳에도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바람과 함께 구름 따라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래 일 년 농사는 잘 지으셨습니까?

얼굴에 주름이 활짝 펴질 수 있게 만족하셨습니까?

아직 벼가 남아 있는 논에는 황금물결이 일렁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완벽히 하나가 되어 있는 곳에 우리 부부는 걷습니다.

이곳은 마음이 통하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며 며칠 간이라도 걸어보고 싶습니다.

휴대전화도 꺼버리고 자동차도 타지 말고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걷다 지치면 나무 아래 그늘에 누워

파란 하늘과 구름을 벗 삼아 시도 한 편 읊조리고 그것도 싫어지면 음악을 들으며 말입니다.

만약 휴대전화 벨 소리라도 들린다면 구름이 얼굴을 찡그리고 바람이 눈을 흘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세상이 모두 이렇게 여유롭고 봉우리는 부드럽고 강물은 잔잔히 흐른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정말 우리는 바쁘고 억척같이 살아왔습니다.

단 한 번 주어지는 삶을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아왔을까요?

여기서 며칠 쉬다가 갔으면 좋겠습니다.

머무르다 가면 미치도록 좋겠습니다.

그러나 여행자에게는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오죽하면 지나가던 나비도 잠시 경치에 넋을 잃고 가만히 바라만 보겠습니까?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기에 더 좋습니다.

우리 부부의 원래 다음 목적지는 빠메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여기처럼 예쁘다는 징시를 소개받았기에

오늘 단독으로 중간에 버스를 내려 징시라는 곳을 먼저 찾아갈 예정입니다.

빠메이는 도연명이 묘사한 세외도원과 비슷하다고 하는 곳입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가보아야 알겠지만, 이곳 또한 무릉도원입니다.

우리 부부의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무계획이 되어버렸고 이 또한 자유로운 여행이기에 아직은 괜찮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이곳에 함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의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손을 잡고 생각을 함께하며 어깨동무할 수 있는 당신이 곁에 있어 감사합니다.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도 감사합니다.

낮에는 햇볕과 오늘 밤에는 별빛마저 감사하렵니다.

그리고 지나온 과거를 생각할 수 있게 하여 준 것에 대한 감사도 빠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알 수 있어 감사합니다.

세상을 온통 감사와 고마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온 길도,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길도 아름답습니다.

봉우리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자신의 모습을 큰 거울 같은 강물에 비춰봅니다.

 

그 강물에 시기라도 하듯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잠시 잔물결이 일어납니다.

그 잔물결도 잠시 후 조용히 잠이 들어버립니다.

그러나 금방 오리가 달려와 "너 이렇게 거꾸로 90도 완벽하게 잠수할 수 있어?" 하며 자맥질을 하여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비록 강은 넓지 않으나 그 안에 담긴 물은 넉넉해 보입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오리는 유유히 헤엄쳐 사라집니다.

 

잠시 후 소대원 전부를 데리고 나타나는 겁니다.

저 녀석은 오리 소대장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소대장이 아니었고 90도 수직 자맥질 조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저기서 90도 자맥질을 열심히 연습합니다.

 

구이린이나 양수오처럼 많은 산은 없으나 그 여백에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바로 인간과의 동거입니다.

농사를 짓는 논이 있고 그 논에 물소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관광객의 소란도 전혀 없는 곳입니다.

다만, 이곳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대기하라는 가이드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합니다.

이곳을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보는 일은 밍쉬티엔위엔이 얼마나 서운해하겠습니까?

결국, 가이드는 우리 부부에게 30분의 자유시간을 준답니다.

거 봐요~ 우리 부부는 혼자서도 잘 놀잖아요.

 

그러면 어느 곳이나 15분간 걸어갔다가 올 수 있다는 말이 되잖아요.

푸 하하하하~ 30분간의 해피타임~ 우리 부부는 정확히 지킵니다.

여기에 올린 사진 대부분은 바로 이 시간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아래 사진은 죽(竹) 배를 타고 출발하는 곳입니다.

(고백하겠습니다. 제가 竹 배라고 표기했습니다만, 사실은 바닥은 대나무 배를 흉내 낸 플라스틱 배입니다.)

 

그래서 일행이 배를 타고 떠난 부두도 가서 보고 그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 곳으로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잠시 걸었더니 아까 배를 타고 떠난 일행을 만납니다.

배가 강물의 흐름에 따라 내려가다 보니 한참 후에 출발한 우리 부부의 걸음에

 명경지수와 같은 강에 멈추어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떠나야 합니다.

떠나기 싫어도 떠남을 준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

밍쉬티엔위엔은 무릉도원이었습니다.

세상은 고요했고 세상이 멈추어버린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정신없이 움직인 것은 佳人의 마음뿐이었습니다.

 

남은 사람은 버스에 올라 배를 타고 미끄러져 간 사람을 따라 길을 따라갑니다.

이렇게 우리의 아름다운 1박 2일의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속병을 앓았으면, 저 산에 저런 큰 흉터가 생겼을까요?

 

12시 15분에 이곳에 도착해 1시 36분에 출발합니다.

배를 타는 사람은 100원을 내고 약 1시간을 탄 셈입니다. 

우리 일행은 이제 따신을 거쳐 난닝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난닝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서 내려 이들과 이제 헤어져야 합니다.

또 다른 세외도원을 찾아 부부 둘이서만 여행을 준비합니다.

 

아~ 그곳을 바라보면 눈에서 눈물이 흐를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돌아와 생각하니 그곳이 세외도원(世外桃园)이 아니었고 밍쉬티엔위엔(명사전원:明仕田园)이라는 곳이었나 봅니다.

 

"진정 아름다움이란 눈으로 보거나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이 생각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무리 아름다워도 여행자는 머물 수만은 없습니다.

때로는 과감히 그곳을 박차고 일어나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좋아도 그냥 그런 척하고 살아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싫어도 좋아하는 척하고 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원래 마음속에 품었던 그런 생각을 접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