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메이에는 철없는 도화(桃花)가 피었습니다.

2010. 12. 27. 07:35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배저어라 배저어라 무릉도원 어디메뇨

 

불원천리 멀다않고 세외도원 찾아왔네

 

배저어라 배저어라 노를젓는 뱃사공아

복숭아꽃 피어있는 무릉도원 찾아가자

 

배저어라 배저어라 무릉도원 찾아오니

도연명은 어디가고 아이들이 반겨주네

 

오잉? 노를 젓는 게 아니고 장대로 바닥을 밀고 갑니다.

그래서 사공은 모두 자기의 장대를 본인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배를 내리면 다리를 건너 바로 길은 마을로 이어지고 물이 동굴로 흘러 들어오는 아커허라는 강을 만납니다.

 

우선 문표에 그려진 마을 지도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오른쪽 위에 파리춴(法利村)이라는 곳에 버스를 내려 출수동으로 걸어갑니다.(15분 정도)

길이 끊어진 게 지도에서 보이는데 바로 도원동이라는 동굴 수로를 통하여 배를 타고

水車奇觀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15분)

마을을 거쳐 반얀트리가 있는 큰 나무를 지나 계속 걸어가면 보를 쌓아 물을 막아 배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여기서 문표에 붙은 표 한 장을 주고 배를 타고 가면 커다란 자연 石門을 지납니다.

배는 거기까지라 내리면 바로 마차가 대기하고 또 표를 하나 주면 마차를 타고

물이 마을로 들어오는 탕나동에 데려다줍니다.

이제 남은 표는 한 장입니다.

여기서 마지막 표를 내고 배를 타고 동굴 수로를 통해 바깥세상인 탕나춴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알뜰하게 표를 4장 모두 사용하고 사바세계로 나옵니다.

 

물론 반대로 다녀도 누가 시비 걸겠습니까?

도연명 아재는 숨어버렸는데요, 뭘~

그러나 우리 부부는 탕나동으로 나가지 않고 동굴 수로 앞에서 다시 마을로 돌아와 1박을 했습니다.

이 경우 표가 모자라게 됩니다.

이때는 1인당 무조건 배나 마차 타고 한 번 이동에 4원을 내야 합니다.

 

사람조차 찾지않는 윈난 성 원산 주 광난 현 빠메이 도화동 첩첩산중에 언제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게

 어두컴컴한 동굴 수로를 아래 사진처럼 사방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마치 커피잔처럼 오목한 곳입니다.

오늘부터 빠메이를 구석구석 묻고 따지며 돌아다니겠습니다.

수로를 통과하지 않고는 외부와 연결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곳에 壯族 마을인 빠메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빠메이로 들어가는 길은 오직 수로를 통하여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을이 사발로 만든 그릇처럼 모두 높고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곳을 들고 나는 방법은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로 흘러들고 나는 물길을 따라 작은 쪽배를 타고 드나드는 두 곳뿐입니다.

아래 수차가 흐르는 물을 이용해 높은 곳으로 물을 퍼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대나무 관을 이용해 논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주로 농사짓는 물로 사용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제는 산을 넘어 드나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어 그렇지요.

여기서는 그냥 모른 척하고 들고 나는 길이 동굴 수로뿐이라고 속아 줍시다.

묻고 따지면 도연명 아찌가 삐져요.

절벽에 잔도를 만들어 짜릿함을 즐기는 나라에서 이 정도 산에 길을 내는 일이란 초급반 아이들에 맡겨도 됩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야 할 때가 분명히 있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무거운 것은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 섬도 아닌 것이 육지 안의 섬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두 개의 동굴 수로 길이가 1km가 조금 안 되는 각각 964m와 986m의 수로입니다.

그 동굴 수로 입구에 각각 탕나춴(湯那村)과 파리춴(法利村)이 있습니다.

물은 외부세계에서 탕나춴을 통하여 世外桃源이라는 빠메이춴(도화동)으로 흘러들어 갔다가

잠시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 파리춴이라는 곳으로 다시 흘러나옵니다.

그러니 이곳은 바로 Heaven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며 아울러 세상으로 나오는 출구인 셈입니다.

 

배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갑니다.

길 양쪽으로는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에 복숭아꽃이 피는 계절에는 무척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이 됩니다.

또 유채꽃이 만발할 때면 빠메이는 노란 마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10월 하순인 이곳 빠메이의 온도는 우리 초겨울 날씨입니다.

아직도 철 모르는 철부지 복숭아꽃은 지금이 매서운 겨울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고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佳人같이 세상모르고 살아가는군요?

 

아무리 아름다운 무릉도원이라도 복숭아꽃이 피지 않은 계절에 찾아가면 그냥 보통 시골 마을입니다.

전기도 최근에 들어갔다고 하니 오랜 시간 원시적인 방법으로 대부분을 자급자족하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소금 외에 몇 가지는 없이 살 수 없었으니 외부와 소통하며 살았겠지요.

외부로 이렇게 알려지게 된 시기도 2.000년 이후였다고 합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는 이 부근에서만 알고 지낸 은둔의 마을이라 합니다.

도연명 체면을 봐서라도 또 그랬다고 속아줍시다.

 

北宋 때 난을 피해 도망 온 壯族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 살고 있습니다.

전쟁이 만든 또 다른 모습입니다.

세상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종교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디 세상에 인간만이 전쟁한답니까?

힌두교에서도 신들이 자기들까지 서로 편을 나누어서 전쟁합디다.

선신인 데바와 악신인 아수라로 편을 갈라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인 감리수라는 암리타를 얻기 위해

천 년을 유해 교반이라고 우유 바다를 저으며 동맹도 했다가 나중에 먼저 차지하기 위해 훔쳐가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되찾기 위해 신들끼리 여당을 만들어 쳐들어가고 지들끼리 야당을 만들어 대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데바와 아수라가 사람의 마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요.

우리가 겪는 마음의 갈등...

바로 데바와 아수라가 암리타를 두고 싸우는 과정입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신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심심했던지 인간 말고 동물도 동원했지요.

 말도 할 줄 모르는 원숭이에게는 하누만이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고 장군이라고 계급까지 붙여 전쟁에 동원했지요.

그놈의 하누만 장군이라는 칭호 하나 던져주고 신들의 전쟁에 왜 원숭이는 끌어들입니까?  

인도의 대서사시 중 하나인 마하바라타도 친척 간의 권력 다툼을 위한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전쟁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서사시 라마야나는 어떻습니까?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는 바람난 마누라 시타를 찾겠다고 원숭이와 동맹을 맺고

마누라를 찾고는 잠시 헤어져 지낸 그 마누라의 정절을 의심하여 내쫓고 나중에는 불구덩이로 들어가게 합니다.

쪼잔하게 부처의 전신인 비슈누는 라마로 변신하여 사내가 마누라를 의심하고 투기했습니다.

 

어떤 때는 신은 인간보다 못한 감성을 지녔습니다.

인간은 신을 닮고 싶어 한다고 했던가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신은 인간을 흉내 내고 살아갑니다.

이 대서사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이라는 유적지에 가보면 석벽 부조물로

수백 m에 걸쳐 장대한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전쟁으로 말미암아 세상은 파괴되고 또 다른 질서가 생기는가 봅니다.

다른 세상이 만들어질 때 문명은 발전하는 건가요?

이미 마을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게 공사판입니다.

많은 객잔이 있고 서로 경쟁하듯 신축과 증축을 하고 있어 숙박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객잔 시설이 전통 나무집으로 문을 닫아도 바람이 아주 잘 통하는 친자연적인 방들이라는 것입니다.

 

마을은 우리의 옛날 시골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중국이나 우리의 모습이 같은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으로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다 보니 요즈음 조명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출입하는 방법이 도연명이 쓴 글과 같이 바위 속을 통하여 드나들어야 하기에.

 

우리는 마을로 들어가다가 제일 첫 번째 집에서 공사하고 있었고 한 젊은이가 마당에서 길 쪽으로 앉아 있기에

잘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30원이랍니다.

어수선한 것 같아 안으로 더 들어갈까 잠시 머뭇거리는데 20원에 자라고 하기에 이곳에서 1박 하기로 합니다.

도연명이 佳人 부부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워주라고 했나요?

2인 1박에 20원이면 거저 아닙니까?

이층에 짐을 풀고 내려다봅니다.

 

오늘 여기서 1박을 하며 천천히 그렇게 다니려고 합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마을 구경을 떠납니다.

멀리 풍우교가 보입니다.

생뚱맞게 쫭족의 마을에 웬 풍우교입니까?

마케팅의 일환입니까?

아니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입니까.

 

그래그래 내가 뭐랬니!

여기 쫭족마을에는 풍우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니?

풍우교는 원래 못을 쓰지 않고 나무로만 짜맞춤으로 지어야 제대로 된 풍우교라 하지 않던?

그냥 못이 아니라 아예 철판 대고 나사못으로 천 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게 튼튼하게 만들었구나?

부끄러운지 알아야지~

동족에게 제대로 배워서 만들던가....

 

네 그렇습니다.

기술이 없으면 제대로 배우던가...

표현을 하지 못하면 침묵을 배워야 합니다.

흉내만 낸다면 어설픈 배낭여행자인 佳人도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곳을 가다 보니 마을 사람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오늘이 장날입니까?

이곳 빠메이에 사는 여인들은 모두 머리에 꽃수건을 쓰고 있습니다.

특이한 이 마을의 전통이랍니다.

 

아~ 쿤밍에서 치과 진료봉사 나왔군요?

여기가 쿤밍에서 멀지만 같은 윈난 성입니다.

우리 부부를 보더니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는 카메라를 보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갑자기 흰머리 소녀를 다시 "아~"하며 입을 벌리라고 합니다.

졸지에 소녀는 또 입을 벌리고 진료하는 연출을 합니다.

아래 사진은 의사의 요청에 의한 순전히 연출된 웃기지도 않는 사진입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내줄 테니 이메일 주소를 적어달라고 하였으니 이메일 주소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왜 폼 잡고 흰머리 소녀 입을 두 번이나 벌리게 하고 사진 찍어달라고 합니까? 나 원 참!!!

그것도 집게를 입에 넣어서 말입니다.

흰머리 샤오지에~ 미안허요~~

좌우지간에 무릉도원이라는 빠메이에 사는 사람도 이빨 치료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 바람에 졸지에 여기 빠메이에 한궈런이 나타났다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났습니다.

오늘은 마을 입구를 지나 풍우교 근처까지입니다.

내일도 빠메이 탐험에 나섭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도연명 표 세외 도원인 빠메이...

이곳도 이빨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아무리 신선이라도 나이 들면 이빨부터 고장이 나고, 먹지 못하면 신선도 개털이 됩니다.

요즈음 佳人도 임플란트 한다고 8개월째 고생하고 있습니다.

미리미리 이빨 관리 잘하시어 신선 중에 이빨 튼튼한 신선이 되어 오래도록 맛난 것 드십시다.